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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로병사의 비밀/엄마를 앗아간 게실염

입원 10~12일 차 - 드레싱을 보니 조짐이 좋지 않다.

by 대류 2015. 4. 5.

입원 10일 차 4월 3일 (금)


어제저녁에 아내가 병원 갔다가 이모님으로부터 봉합 부위가 벌겋게 부어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단다. 누나에게 확인해보라 해서 오늘 아침에 누나가 가니 소독하는 사람이 있어서 물어보니 CT 촬영해서 결과가 내일 나오면 재수술할지 어떨지 결정한다고 했단다.


11:30

병원에 가니 엄마가 외견상으로는 좋아 보였다. 움직이는 것도 빨라졌다. 통증이 많이 줄었나 보다. 그런데 배가 자꾸 차오르는 것 같다고 했다. 복수가 차는 건 아닐지 걱정스럽다. 일단 CT 찍었으니 의사의 진단을 기다릴 수밖에…. 


오늘 이모가 가신다. 그래서 일단 오후에 누나가 와 있기로 했는데, 내일부터는 만약 재수술하고 나면 간병인을 다시 불러야 한다. 이모가 소독할 때 보니 의사가 엄청나게 닦아내고 냄새도 맡아보고 했단다. 다시 열어서 닦아내던지 재수술은 불가피하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아내에게 말하니 의사가 수술 잘됐다고 하던데 왜 그러냐고 걱정한다. 인터넷으로 참 많은 상황을 찾아보면서 합병증이나 부작용에 대한 글을 많이 보았다. 그래서 더 걱정스럽다. 엄마는 아프고 고통스러우니 자꾸 죽고 싶다고 얘기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멘탈도 약해지는 것이다. 


이모가 가셔서 간병할 사람이 없으니 누나가 하루를 자기로 했다. 그리고 의사에게 얘기 들으니 수술은 필요 없고 골반에 물이 차고 염증 수치가 높고 열이 나서 열 좀 내리고 월요일에 항문으로 기계를 넣어 검사한 후 이상 없으면 월요일부터 식사하라고 했단다.






입원 11일 차 4월 4일 (토)


11:00경

누나가 카톡으로 엄마가 자고 일어나더니 처음으로 개운하게 잤다고 했단다. 내가 병원에 왔을 때도 같은 소리를 했다. 병원에 좀 있으려 했는데 친구들 우르르 온다고 시끄러우니 집에 가란다. 통증도 별로 없고 괜찮아 보인다.


16:30

병원에 오니 친구 한 분이 계셨다. 잠시 후 간호사가 의사가 처치할 거 있다고 간호사실로 불렀다. 처음 있는 일이라 엄마가 잔뜩 겁먹었다. 간호사실 침대에 눕자 나랑 얼굴 붉혔던 과장이 왔다. 내가 인사해도 받는 둥 마는 둥이다. 어젯밤 의사 친구에게 엄마 증세 말했더니 아는 사람 통해서 잘 봐주라고 한다더니 그것 때문에 그런가 싶기도 했다.


봉합 부위의 거즈를 떼어내니 배의 2/3 정도의 큰 수술 자국이 드러났다. 이 의사는 여전히 환자나 보호자에게 설명의 의무를 잘 하지 않는다. 뭘 하려고 하는지 모르니 엄마가 불안해하며 아픈 거 할 거면 마취주사 놔달라고 했다. 봉합 부위를 소독하고 실밥을 제거했다. 아랫부분에는 지난번에 안에 새는 거 닦는다고 실밥 뜯어놨다는 이모 말처럼 봉합실이 없이 약간 벌어져 있었다. 그 안으로 소독솜은 핀셋으로 집어 밀어 넣어 닦았다. 끔찍해 보였지만 묵묵히 참고 지켜봤다.


왼쪽 복부에는 구멍이 두 개 있는 관 같은 것이 있었다. 그 구멍으로 식염수 같은 걸 큰 주사기로 밀어 넣으니 다시 흘러나왔다. 장과 연결되어 세척하는 게 아닌가 싶다. 좀 고통스러운지 엄마가 끙끙거린다. 마무리될 무렵 오늘 약속되어 있던 세미나에 참석하라고 전화가 와서 다 보지 못하고 급히 달려나갔다.


20:30

오늘 밤은 내가 엄마의 곁을 지키기로 했다. 세미나 후 뒤풀이는 빠지고 집에 들러 읽을 책 두 권을 들고 다시 나왔다. 병원에 오니 누나네 가족들이 와 있었는데 나에게 맡기고 갔다. 엄마는 계속 "집에 가서 자라", "침대에 올라와서 자라"며 오히려 나를 걱정한다. 내일은 누나가 11시에 오기로 했고 월요일에는 검사도 받고 식사도 할 수 있으니 휴가 내고 간병한다고 했다. 자식들이 든든히 버티고 있으니 엄마는 힘이 나겠지?


내가 입원했을 때는 잠도 잘 오더만 간이침대라 그런지 불편해서 잠이 안 온다. 스마트 폰 없었으면 이 긴 밤을 어찌 보냈을까….

엄마가 잠들면 집에 가서 잘까도 생각해봤는데 중간에 자꾸 깨서 화장실 갈 때 조금 도움이 필요하다. 소변이 보고 싶으면 참기가 어려운 듯 급하게 가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하다.


새벽 1시나 되었을까 무한도전 보며 겨우 잠들었다. 






입원 12일 차 4월 5일 (일)


새벽

맞은편 할머니가 자면서 새벽 내도록 잠꼬대를 했다. 그 덕에 중간중간 깼고 엄마도 화장실 다녀온다고 중간중간 깼다. 


아침

7시도 되기 전에 병실에 불이 켜지고 환자들이 일어난 것 같다. 조금 있으니 밥 먹는다고 부산해졌다. 침대도 작고 밤새 추워서 웅크리고 잤더니 몸 상태가 안 좋았다. 더 있기 힘들어 집에 가야겠다고 7시 조금 넘어 집에 와서 빵 한 조각 먹고 1시가 넘도록 잤다.


점심때 잠시 들리고 밤에 다시 왔다. 저녁에 엄마가 토해서 시트를 새로 갈았단다. 매일 토했단다. 토할 때는 녹색을 띤 물이 나온단다. 아마 항생제 때문인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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