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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 20일 차 4월 13일 (월)


누나가 의사를 만났다. 내일 회장루 우회술 수술을 하기로 했다. 전에 인공항문 만드는 것에 대해 의사에게 들은 적이 있고 의학 다큐에서도 본 적이 있다. 회장은 소장의 끝 부분이고 배 밖으로 끄집어내서 구멍을 뚫어 봉투에 배설물이 쌓이는 것이다. 대장 쪽으로 가기 전에 차단해서 대장이 회복할 시간을 벌게 해준다.


또다시 모두가 침울한 분위기에 빠졌다. 엄마는 이제 피할 수 없으니 체념한 듯했다. 의사의 말 한마디와 기로에서의 선택은 환자와 보호자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


나는 10시나 되어 병원에 도착했다. 그런데 배설물을 빼내던 기계의 관을 살펴보니 깨끗했다. 평소에는 관에 탁한 이물질이 고여 있었는데 말이다. 상태가 좋아졌으니 깨끗한 것으로 생각하고 누나에게 이거 수술 안 해도 되는 거 아니냐고 다시 물어보라고 했다. 저녁에 누나가 과장에게 얘기했는데 그것만 보고 판단할 수 없으니 수술은 진행한다고 했단다. 내일 아침 9시에 예정이라 엄마에게 우리가 시간이 안 되니 엄마 혼자 수술받으러 가라고 했다. 딸 어린이집 바래다주면 시간이 안 맞다. 수술 시간이 좀 늦춰지기만을 바라야지….





입원 21일 차 4월 14일 (화)


평소보다 일찍 눈이 떠졌다. 먼저 씻고 밥 먹고 딸 준비시켜 병원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엄마에게 전화하니 안 받는다. 이미 들어갔나 보다 하고 걱정하며 도착하니 9시 약간 넘었다. 주차하고 내리는데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다행이라 여기고 올라가 보니 오늘 아침 의사가 드레싱 하면서 보니 안이 깨끗해서 일주일 더 기다려 보자고 했단다. 내 예상이 맞았다. 확실치는 않지만, 봉합 부위가 더 세지 않는 모양이다.


의사가 면담 오라고 했단다. 마침 누나가 도착했고 의사랑 면담하니 염증 수치가 이틀 연속 정상범주에 들어갔고 엑스레이도 보니 대장 시작점에서 항문까지 공기가 잘 지나는 것이 확인된다고 했다. 드레싱 때 염증 부위에서 나오는 이물질이 있었지만, 그것은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는 부분이라 했다. 다음 주까지 지켜보다 다시 검사해서 판단하기로 했다. 모처럼 엄마의 밝은 모습, 안심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마음이 가벼운 날이다. 요즘 수면 부족으로 왼쪽 눈에 쌍꺼풀이 진다. 그냥 계속 사라지지 않고 있으면 좋겠다.






입원 22일 차 4월 15일 (수)

매일 10시경에 딸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운동 갔다가 11시 반에 병원에 온다. 13~14시까지 병원에 있다가 출근한다.

여전히 기계의 관은 깨끗했다. 저녁에 누나에게 더는 새는 것 없고 깨끗하니 기계 제거해도 되느냐고 물어보라 했다. 저녁에 누나가 가보니 이미 제거하고 없었단다. 그런데 열이 나서 38도까지 오른 모양이다. 열이 나는 것은 좋은 신호가 아니므로 걱정스러웠다.





입원 23일 차 4월 16일 (목)

병원에 도착하니 엄마가 자고 있어 간호사에게 물으니 열은 내렸단다. 다행이다. 잠시 후 엄마가 잠에서 깼다. 종일 누워 있으니 가슴이 답답해 죽겠단다. 아침저녁으로 항생제를 맞는데 항생제가 들어오면 화끈거리고 속이 안 좋아 괴롭단다. 

12시 조금 넘어 점심이 도착했다. 여기 6인실에 엄마 포함 두 명 빼고는 환자들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초반에는 식사 시간마다 먹고 싶어 괴롭다고 했는데 이젠 기운도 없고 의욕도 없다고 한다.

오늘 저녁에 의사가 자기 사무실에서 면담하자고 했단다. 자기가 오면 되지 굳이 불편한 환자를 불러내다니… 운동시킬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이럴 때는 좀 답답하다. 내일부터 식사하라는 오더라도 떨어지면 좋겠다.

20:30
궁금해서 엄마에게 전화했다. 의사 만나고 의사가 월요일에 지난번 했던 ENEMA 검사 하자고 했단다. 잘 되어가는 모양이다.





입원 24일 차 4월 17일 (금)

딸 어린이집 보내고 목욕탕 오니 카톡이 여러 차례 울린다. 아침부터 뭐가 많이 오니 느낌이 좋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누나에게서 다시 대장이 새어 나와 의료진도 당황하고 걱정이라고 한다. 어제까지도 좋던 것이 다시 이리되니 참 힘들다. 드레싱 하면서 의사가 잘못 건드린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화가 나려고 한다. 월요일부터 밥 먹고 다음 주말이나 퇴원하겠다 싶었는데 이리되면 인공 항문 수술을 다시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제기랄!

19:40
누나에게서 카톡이 왔다. 방금 드레싱 했는데 오전보다 영 덜 나왔다고… 내일은 더 덜 나오길 기대한다고….





입원 25일 차 4월 18일 (토)

낮에 아이들 데리고 등산 다녀왔다가 19시나 되어서 병원에 왔다. 오전에 누나에게 카톡 왔을 때 수술부위 꿰맸다고 했다. 오전에는 양은 많지 않지만, 여전히 내용물이 조금 나왔단다.

병원에 오니 간호사가 포도당을 제거하고 작은 병에 담긴 항생제를 꽂았다. 그리곤 주사도 놓는다. 항생제가 오자마자 엄마는 늘 그랬다는 듯 이불을 얼굴까지 뒤집어썼다. 곧장 온몸이 따갑고 아프다며 다리를 주무르란다. 항생제를 맞을 때마다 그렇단다. 인터넷에 봐도 비슷한 증상이 없고 의사 친구도 잘 모르겠단다. 항생제를 많이 맞으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데 그것 때문인지 모르겠단다. 같이 온 딸이 하도 설쳐서 먼저 보내고 다시 오니 진통제를 맞고 있다. 참 힘들다.

20:40경
드레싱 하러 의사 하나가 들어왔는데 처음 보는 사람이다. 나는 과장이 할 때만 봤는데 아주 정교하고 성의껏, 조심스레 한 것 같은데 이 의사는 내부에 식염수 같은 거 넣어서 청소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주사기로 밀어 넣는 양도 매우 적어 깨작거린다. 중간에 장 내용물이 나온 거즈를 식염수 통에 빠뜨리기도 하고 참 어설퍼 보였다. 누나 말 들어보니 인턴인가 레지던튼가 이 사람들 하는 거는 과별로 의사들이 돌아가면서 오는데 외과 의사들이 꼼꼼히 잘하더란다.

몸에 붙여놓은 거즈를 떼니 오염물이 잔뜩 묻어 있었고 장을 씻어내는 물의 색깔도 영 탁해 보인다. 이 어설픈 의사는 이 정도면 깨끗한 거라고 하는데 내가 봐왔던 것보다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고 누나도 그랬다. 상태를 보면서 수술을 하느냐 마느냐의 상황인데 드레싱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좋지 않을까 봐 잠시 욱해서 뭐라 할까 하다가 참았다.

일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연수 다녀와야 하는데 걱정이다.





입원 26일 차 4월 19일 (일)

14:00경
병원에 도착했다. 엄마의 조카들, 조카며느리, 이모, 외삼촌 두 분에 누나와 나까지 6인 병실에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 수준으로 사람이 많이 왔다. 서울. 대구, 경주에서 다 같이 온 것이다. 옆 병상과 다른 환자 하나가 짜증스러운 듯 커튼을 쳤고 이내 나가 버렸다. 병문안도 좀 나눠서 왔으면 좋았을 텐데…. 일요일이라고 시간 맞춰서 온 것이니 뭐라 할 수도 없지….

누나가, 엄마가 간병인 오지 말라 했다고 돈 챙겨오란다. 엄마가 다리 좀 주물러 달라 했더니 짜증을 냈다고 한다. 간병인은 환자에게 안마가 금지된 것 같았다. 혹시나 환자가 잘못되면 문제 생길까 봐 그렇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환자가 고통스러워 하는데 다리 주무르는 정도도 해주지 않으면 간병이라 할 수 있겠는가…. 일주일 넘게 지켜보면서 다리 주무르는 것과 아무 연관 없다는 것쯤은 알 텐데 말이다. 한소리 하고 싶었지만, 자기들 세상에서 룰이니 어쩔 수 있겠는가…. 융통성 없는 간병인 만난 게 불운이지…. 

오늘 저녁에 과장이 드레싱 하기로 했단다. 이 의사는 주말도 병원에 있는 날이 많은 것 같다. 나름 열심히 해주는 듯하여 고맙기도 하다.

19:50
누나에게서 카톡이 왔다. 내가 항생제로 알고 있던 작은 병은 소염진통제고 그 전에 놓는 노란 주사가 항생제고 총 3가지 항생제를 쓰는데 유독 노란색 항생제에 아파하니 다른 거로 바꿔보기로 했단다. 그리고 여전히 새고 있는 것이 확실하니 월요일 예정되었던 검사는 안 하고 일단 보리차와 미음을 먹어보자고 했단다. 회복이 더 늦을 수는 있지만, 인공항문 만드는 수술하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 그렇게 하자고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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