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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 34일 차 4월 27일 (월)


07:40

어젯 밤에 딸이 열 나드만 아침부터에도 계속 열이 난다. 오늘, 엄마 검사 있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는데 애가 아프니 난감해졌다. 


갑자기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옆으로 똥이 새어 나왔다면서 걱정이 가득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맑은 물이 나와서 기대했는데 이게 왠 날벼락인지 모르겠다. 급히 장모님 부르고 병원에 달려왔다. 곧 과장이 드레싱 한다고 불렀고 누나도 도착했다. 변이 새어 나와 엉망이다. 다행히 씻어 내는데 내용물이 많이 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누나랑 엄마랑 간병인이 어제 저녁에 드레싱한 사람이 처음 보는 사람인데 오자마자 항문을 보자했다며 제대로 확인도 하지않고 온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씻어 내는 것도 50cc를 담아 강하게 한 방에 꽉 밀어넣어 관이 아닌 관 옆에 피부 사이로 흘러나왔다는 것이다. 망할 초짜 같은 놈이 잘 아물어 가던 것을 다시 벌려놓은 모양이다.


과장이 드레싱을 마친 후 우릴 불렀다. 염증수치 정상이고 회장루 수술하긴 애매하단다. 그래서 결국 더 지켜보기로 했다. 내가 드레싱이 가장 중요한데 아무나 이렇게 하지 않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자 자기도 그 부분까지는 미처 신경쓰지 못했다고 단단히 주의를 주고 더 살펴보겠다고 했다. 


다 된 밥에 재 빠트린 그 새끼 찾아가 혼을 내주고 싶은데 일단 과장도 그 부분에 문제가 있음을 미안하게 여기고 있으니 일단 참는다. 이건 명백한 의료사고가 아니겠는가…. 만일 일이 더 커졌으면 소송까지도 가야할 일이다.


과장 말로는 씻어내려고 밀어넣어도 그리 많이 들어가지 않는것이 안이 많이 찬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식사를 잘 못하니 죽을 좀 먹어보자며 과일즙도 먹고 해보란다.


항생제를 맞으니 여전히 5분 정도는 괴로워 한다. 막 주물러 줬다. 그래도 아픈 시간이 지난 번 보다 짧은 거 같다. 항생제에 내성이 생기는 건가? 지난번에 항생제 바꾸라고 했고 "다른 거 써보지 뭐…." 라고 했는데 바꿧는지 어땠는지 모르겠다. 계속 아파하는 걸로 봐선 그대로인 것 같다.


20:30경

누나와 엄마와 모두 통화했다. 하루에 세 차례 드레싱 하기로 했고 과장이 직접하기로 했단다. 그리고 비교적 깨끗하게 나왔단다. 며칠만 지나면 금세 다시 아물어 맑은 물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한다.





입원 35일 차 4월 28일 (화)


며칠전 휠체어 타고 나갔다 온 이후로 엄마가 내가 오면 자꾸 니가자 한다. 그래봐야 병원 앞마당 한 바퀴 도는 거지만 종일 갖혀서 누워있는 사람에게 그것도 큰 힘이 되는 것이다. 밥도 안 넘어가고 살도 많이 빠지고 기운도 없고 몰골도 말이 아니고… 약간의 우울증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입원 36일 차 4월 29일 (수)


딸이 또 열이 나서 어린이집에 못 보내고 집에서 보고 있는데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피를 수혈 받으라 했다고 와보란다. 애가 아파서 집에서 봐야 하는데 병원에도 가야 하니 진퇴양난이다. 후배를 불러 일찍부터 좀 봐달라고 했다. 


12시가 넘어서야 병원에 왔다. 간호사실에 가서 첨보는 의사에게 설명을 듣고 사인 하고 왔다. 엄마와 나는 부작용 걱정에 맞지 않고 싶었는데 안 맞으면 위험할 수 있디고 하니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가 우려하는 큰 부작용은 없고 간혹 알르레기나 발열이 있을 수 있는 정도라 했다. 엄마에게 그렇게 설명하니 그걸 또 어떻게 맞고 있냐고 걱정이다. 이번에 알게 되었는데 엄마가 의외로 겁이 많은 것 같다. 장기간 입원으로 정신력도 많이 약해져 있다.


빌어먹을 그 멍청한 놈이 드레싱만 똑바로 했어도 이 수혈도 안 받아도 됐을지도 모른다. 그 한 번의 실수가 입원기간 늘려놓고 병원비 키우고 환자 고통 늘어나고 보호자에게 병원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것이다.


엄마에게 과장이 계속 드레싱 하냐 물으니 과장이 잘 해준단다. 그린고 드레싱 할 것도 없다고 했단다. 그만큼 내부는 상태가 좋다는 것 아니겠는가…. 






입원 37일 차 4월 30일 (목)


간병인은 내일 아침까지 하고 가기로 했다. 돈을 모두 주고 현금영수증을 해주는지 물어보니 간병인은 사무실에 말하면 해준다하고 누나가 사무실에 전화해보니 사무실에서 돈 받는 게 아니고 간병인에게 직접 돈을 줬으니 해줄 수 없다고 한다.


엄마 말로는 드레싱할때 더 할게 없다고 과장이 말했단다. 






입원 38일 차 5월 1일 (금)


연휴의 시작인데 딸이 입원을 해버렸다. 며칠째 기침과 열을 동반하더니 폐렴이란다. 딸 병원에 필요한 거 갖다주고 집에와서 청소해놓고 엄마 병원에 왔다. 드레싱이 계속 깨끗하다는데 상태를 직접보려고 기다렸다. 2시간 정도 지나 18시 조금 넘으니 과장이 간호사 실로 오라 했다.


드레싱 하는 시간이나 물을 넣어 청소하는 시간이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나오는 게 있었다. 이게 좋아지고 있는건지 뭔지 알 수가 없다. 맑은 물은 전혀 아니다. 그렇지만 나오는 양은 현저히 줄었다. 평소와 달리 다는 젊은 의사가 따라들어왔고 과장이 잘 보라고 했다. 내일 외과 사람들 다 쉬는 날인가 보다. 아무래도 내일 오전에 와서 제대로 하는지 살펴봐야 겠다.






입원 39일 차 5월 2일 (토)


아침에 일어나지 못해 엄마 드레싱 하는 걸 보지 못했다. 오전에 병원 들러 엄마에게 물어보니 오전에 어제 교육 받은 그 의사가 드레싱 잘 하고 갔단다.


새벽에 화장실 가다가 넘어졌단다. 오랜시간 병원에 있었고 먹는 것도 시원찮으니 다리에 힘이 없다. 간병인이 있으면 좋겠는데 며칠 더 지켜보고 결정해야 겠다.


볼일보고 딸 병원 갔다가 저녁에는 드레싱 하는 거 꼭 보기 위해 18시부터 기다렸다. 19시 반이 되니 처음 보는 의사가 침상 마다 돌면서 드레싱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처음 보는 의사라 설마 우리에게 오겠나 싶었는데 우리에게 왔다. 어제 교육 받은 선생님 있다고 왜 당신이 하냐니까 자기가 당직이란다. 지난번에 사고 난 적도 있고 하니까 안 받는다고 가라 했다. 그리고 간호사 실에 가서 저 사람이 하는 거 맞냐니까 그렇단다. 그럼 어제 과장님 교육한 사람은 뭐냐고 그 사람에게 맡길려고 교육한 거 아니냐니까 간호사가 얼굴을 붉힌다. 과장에게 전화해보라고 하려다가 또 참았다. 내일 오전에는 자기가 보겠지….


과장이 한동안 드레싱에 신경 쓰는것 같았는데 낮선 사람을 보낼리가 없을 것 같은데 자기네들끼리 바꾼건 아닌가 의심 스럽다. 과장 만나면 확인해봐야 겠다. 오늘 저녁에 온 의사는 산부인과 의사로 내가 안 받겠다고 하니까 쿨하게 '네' 하면서 갔다. 드레싱을 받지 않았을 때 위험하다거나 부작용이 있다거나 어떻게 되니 자신을 믿고 받으라고 말했어야 아닌가 싶다. 내 태도 때문에 화가 나서 그냥 간 것이겠지만, 이것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부분인데 사명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20시가 되어 병원을 나와 집에 들렀다가 다시 딸 병원 갔다가 집에 가는 길, 22시에 다시 엄마 병원에 들렀다. 아까 의사 돌려보낼 때 계속 자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깨어 있을 것 같고 상황도 알려주기 위해서다. 다행히 엄마는 자지 않고 있었다. 자고 일어나서 내가 없었다며 어디갔었냐고 화를 낸다. 마음이 약해져서 그런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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