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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 41일 차 5월 4일 (월)


겨우 잠들었는데 아침에 누나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엑스레이 찍어야 하는데 힘들어한다고 어서 가보란다. 엄마 상태도 안 좋아서 간병인 다시 불러야겠다고도 했다. 급히 차에 올라 시간을 보니 6시 40분이다. 


06:45

이른 아침이라 금세 병원에 도착했다. 병원에 오니 엄마가 밤새 못 잤다며 힘들다 했다. 새벽에 오줌도 한강같이 싸서 다 버렸단다. 1층에 내려와 엑스레이를 찍었다. 엄마가 계속 낑낑거리며 힘들어한다.


9시 조금 넘어서 과장이 드레싱 한다고 불렀다. 어제저녁에 드레싱 안 받은 게 내내 마음에 걸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많이 새어 나와 있었다. 다행히 식염수를 넣어 씻어내니 금세 깨끗해지기는 했다. 과장이 어제 왜 드레싱 안 했느냐고 쏘아붙이면 또 한바탕 하려고 하고 있는데 묵묵히 드레싱만 했다. 내가 먼저 왜 엉뚱한 사람 보냈느냐고 쏘아붙일까 했는데 드레싱을 너무 차분하게도 꼼꼼하고 성의를 다하고 있어 또 참아야 했다. 다른 아래 의사들도 이렇게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이제 여러 번 봐서 내가 해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도통 먹지도 못하고 운동도 못하고 계속 속이 올라올 것 같다고 하니 걱정이다.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






입원 42일 차 5월 5일 (화)


11:00

어젯밤에는 누나가 병원에서 잤다. 오전에 드레싱 하는데 과장이 며칠 전에 깨끗하게 나와 기대를 했는데 변이 또 새어 나온다고 했단다. 그래도 이제는 김치도 먹어도 된다고도 했단다. 워낙에 음식을 안 먹으려고 해서 식전에 식욕 당기게 하는 약이 나왔는데 그것마저 안 먹으려고 하니 주사로 놔준단다. 엄마가 누나에게 집에 가보고 싶다고 했단다. 내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도 같은 소리를 했다. 훨체어 타고 가기엔 너무 멀어 안 된다고 했다.


간병인에게 맡기고 딸 병원으로 향했다. 이번 간병인은 참 괜찮은 것 같았는데 24시간은 안 봐주고 오전 7시부터 저녁 7시 까지만 봐주는 사람이라 내일 다시 24시간 봐주는 다른 사람이 오기로 했다. 벌써 네 번째 간병인이다.


19:00

엄마 병원에서 내가 자기로 해서 간병인 퇴근 시간에 맞춰서 왔다. 간병인은 이미 가고 없다. 저녁 드레싱에 보니 여전히 변이 새어 나와 있다. 식염수로 씻어내는 양은 좀 줄긴 했고 의사도 오전보다는 적게 나온다고 했다. 오전에 내가 없을 때 의사가 배 옆으로 내어놓은 관 때문에 계속 새는 걸 수도 있다고 관을 잘랐단다. 내일 오전에 엑스레이 찍어 관의 위치가 적절한지 본단다. 의사가 자꾸 걷기 운동하라고 권한다. 이제 내가 오면 자꾸 밖으로 운동시켜야겠다. 우울증 예방에도 그게 좋을 테니.


10시나 되어서 엄마가 잠들었다. 잠도 안 오고 답답해서 밖에 나와 주변에 있던 후배들과 얘기 나누다 새벽 1시에 들어갔다.






입원 43일 차 5월 6일 (수)


새벽 1시, 3시, 5시…. 거의 2시간 간격으로 화장실 간다고 일어났고 기저귀와 환자복까지도 모두 젖었다. 화장실 가는 도중에도 많이 지렸다. 


6시 반에 엑스레이 찍고 딸 병원에서 퇴원시키고 어린이집 보냈다가 다시 병원에 왔다. 엄마가 소변 조절을 잘 못 하니 비뇨기과에서 호출이 와서 상담받고 왔다. 소변 보는 데 조금 도움이 되는 약을 처방받았다. 


새로운 간병인이 왔는데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다. 우울증 증세 때문에 밖으로 산책 다녀온 후 출근했다.






입원 44일 차 5월 7일 (목)


13:00경

구역질을 많이 한다. 구역질하면서 액체가 나오는데 항생제 같다고 얘기한다. 이것 때문에 월 먹지를 못하겠단다.






입원 45일 차 5월 8일 (금)


어버이날도 엄마는 병원에서 보냈다. 3일 연속으로 드레싱이 깨끗하게 나왔단다. 기대를 걸었다.






입원 46일 차 5월 9일 (토)


며칠간 엄마 얘기로 드레싱이 맑게 나왔다는 얘기만 듣고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토요일 저녁에 드레싱 시간에 맞춰 왔다. 복부에 복대를 걷어내자마자 거즈가 이미 변으로 물들어 있다. 드레싱은 역대 최대로 했다. 시간도 평소에 3배 이상 걸렸다. 40분가량 걸렸다. 대장에 있던 변까지 흘러나온 것 같단다.


지루한 드레싱을 마치고 과장이 누나와 나를 불렀다. 3일간 깨끗이 나와 기대를 했는데, 이제 기다릴 만큼 기다렸으니 인공항문 만드는 회장루 수술을 하자고 했다. 과장이 수술에 관해 설명 하는 내내 나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묵묵히 들었다.


진작에 인공항문 달았으면 지금쯤 끝났을 것을 이것은 누굴 원망해야 하는 생각이 가득하다. 애초에 두 차례 수술 하기로 했던 것을 보호자 동의 없이 수술방에서 혼자 바로 이어 붙이는 수술을 감행한 과장! 좀 더, 좀 더, 좀 더 지켜보자고 희망을 주던 과장! 

과감히 수술해달라고 요구하지 못하고 끌려만 다녔던 우리!

봉합 부위가 아물지 못하게 음식을 제대로 열심히 먹지 않은 환자!


머리가 복잡했고 안타까웠다. 실컷 고통은 고통대로 받고 결국은 수술해야 하는 것이 임산부가 자연분만 하려고 며칠을 진통해놓고 제왕절개하는 꼴이라고나 할까…. 환자도 우리도 아마 과장도 지쳤나 보다. 순순히 받아들였다.






입원 47일 차 5월 10일 (일)


과장이 쉬는 날임에도 엄마를 위해 출근해서 오전에 드레싱을 했단다. 여전히 새는 게 확실해서 내일 오후 2시에 수술하기로 했단다.


미국에서 큰고모가 오셨다. 작은고모와 이모할머니도 오셨다. 엄마가 입원한 후로 못 보던 친척들 못 보던 엄마 친구들을 참 많이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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