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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 48일 차 5월 11일 (월) - 2차 수술 장루 조성술(회장루 우회술)


아침부터 누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수술하기로한 지 알았는데 오전에 평소처럼 죽이 나왔다니 수술 안 하는 거냐고 물었다. 나는 아직 병원에 안 가서 모르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잠시 뒤 다시 전화가 와서 간호사실에 전화했더니 수술일정이 없단다. 내게 병원 가서 확인해보란다. 전화를 끊고 다시 좋아져서 안 해도 되는 상황이 온 건가? 희망이 생겼다.


10:30경

급히 병원에 도착했다. 엄마에게 물으니 어제저녁에는 깨끗하게 나왔는데 오늘 아침에는 또 새어 나왔었단다. 수술은 어찌 되느냐고 물으니 잘 모른단다. 내일 하겠지 하고 얼버무린다. 당장 간호사실에 가서 물으니 수술 일정이 없단다. 수술하기로 했는데 죽이 왜 나왔냐니까 오더가 없단다. 과장 면담을 요청했다.


2층 외과 외래에서 과장을 만났다. 오늘 수술하기로 해놓고 왜 식사가 나왔냐니까 오전에 죽 먹는 건 상관없단다. 왜 간호사실에서는 모르냐니까 전화를 한다. 그제야 오더를 내린다. 전화를 끊고 오늘 14시에 수술하는 게 맞다고 한다. 전달이 제대로 안 된 부분은 자기가 잘못한 거란다. 아무튼, 오늘 수술에는 큰 지장 없다니 그대로 돌아왔다. 병실로 올라오면서 누가 잘못 했는지 보려고 간호사에게 오더가 제대로 내려진 것인지 자기들이 빠뜨린 것인지 물으니 회피하고 얼버무리는 말투다. 과장이 자기가 실수한 거라 했으니 더 따지지는 않고 병실로 왔다. 어느새 침대 머리맡에 금식 푯말이 붙어 있다. 엄마에게 수술한다고 하니 무섭다고 울먹인다. 어쩔 수 있겠는가 안심하라고 위로하고 기다릴 수밖에….


13:55

'수술'에 불이 들어왔다. 앞으로 두 시간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16:44

누나가 병원에 도착해서 외삼촌 외숙모는 보냈단다. 그리고 계속 기다리는데 하도 안 나와서 17:45에 수술실에 인터폰 했더니 수술이 어려워 시간이 더 걸리겠다고 했단다. 오늘 모임이 있어서 6시까지만 기다리다 가야 한다던데 일단 약속은 취소하고 어린이집 들어가서 조카 데리고 오겠단다. 그사이 내가 잠시 와있는다고 얼른 다녀오라 했다. 


18:04

수술 보호자 대기실에 들어왔다. 간병인 아줌마가 앉아있다. 여전히 엄마는 수술에 불이 들어와 있다. 아까 낮에 수술 대기 중이던 다른 여러 이름은 사라지고 내일 수술할 사람들 명단 속에 엄마 이름에만 수술에 불이 들어와 있다. 14시도 안 되어 들어갔으니 벌써 4시간이 넘었다. 불길한 마음이 가시지를 않는다. 


아무래도 지난번에 수술했던 부위에 문제가 생겨 다시 뭔가 손대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엄마는 잘 견디고 있을까? 오기 전에 사무실에서 의료분쟁에 대해 살피다 왔다. 불안하고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다.


19:14

병원에서 기다리던 누나에게서 카톡이 왔다. 수술실에서 나왔단다. 장 유착이 너무 심해 일일이 가위로 정리한다고 오래 걸렸단다. 엄마가 식사를 제대로 못 하고 계속 넘어왔던 것이 장 유착 때문이었나 보다. 우린 그것도 모르고 엄마가 나으려는 의지가 없다고 쏘아붙이기만 했으니 정말 미안하다. 오늘 하루 중환자실에서 보내고 내일 오전에 일반병실로 가기로 했단다.


장 유착은 개복 수술한 환자가 겪는 합병증인데, 의사는 그것을 감쪽같이 몰랐던가? 경험도 많은 의사인 것 같은데 식사를 제대로 못 하고 토해내는 걸 보고도 몰랐을까? 몰랐으니 내버려뒀겠지? 그런데 예측하거나 짐작할 수 있어야 했던 거 아닌가? 엑스레이를 여러 차례 찍었는데 몰랐고 증상을 듣고도 의심도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온당한 것인가? 엑스레이상에 가스가 이동하고 있고 방귀가 가끔 나오고 변도 작은 게 나왔다는 얘길 듣고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던 걸까? 개복 수술환자에게 있을 수 있긴 하겠지만, 의사가 원망스러웠다. 가위로 정리했다는 얘기에 얼마나 아플까 싶기도 하다. 하필 이런 날 비도 억수로 내린다.





입원 49일 차 5월 12일 (화)


어제저녁에 운동하다 엄지발가락 쪽을 다쳤다. 병원까지 힘겹게 걸어왔다. 10:40쯤 도착하니 엄마도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방금 도착한 모양이다. 링거 3개와 호흡기, 무통 주사와 소변 줄까지 주렁주렁 뭐가 많기도 하다. 잠시 뒤 깨더니 아프다고 한다. 장을 이래저래 잘랐을 테니 얼마나 아프겠는가….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손녀 돌봐주며 건강하게 지내던 분이 이렇게도 망가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사람 몸에 칼 대는 것이 이리도 위험하다.






입원 50일 차 5월 13일 (수)


중간에 한 번씩 원무과에서 직원이 올라와 병원비 영수증 같은 걸 주고 간다. 병원비가 이만큼 쌓였으니 생각하고 있으라는 의미인 것 같다. 4월 말까지 280만 원 정도다. 지금은 5월 중순에 다가서고 있으니 3백은 훌쩍 넘었을 테다. 병원비도 그렇지만 간병비가 하루 8만 원씩에 거의 매일 있었으니 부담이 크다.


11:00경

엄마는 여전히 자고 있다. 잠시 뒤 점심이 나왔다. 간호사실에 가서 물으니 먹어도 된단다. 엄마를 깨워 식사하라고 하니 조금 전까지 치료를 몇 시간이나 받았다고 안 먹는단다. 간병인에게 물으니 근 1시간 가까이 걸렸단다. 무슨 치료인지는 모르겠다. 계속 자려고 해서 병원을 나왔다.


20:35

누나에게서 카톡이 왔다. 17:30에 병원에 왔는데 이제야 간단다. 배가 흥건히 젖어 있는 게 이상하다 여겼는데, 의사가 회장 찢어 인공항문 달아 놓은 데 일부 떨어져서 다 새 나왔단다. 그거 청소하고 소독하고 다시 끼웠는데, 병실에 오면서 또 일부가 떨어져서 다시 보수공사 하고… 한다고 이제야 간단다. 의사가 수술 초기에는 물도 생기고 해서 잘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는데 누나가 보기에는 기구가 별로 좋은 게 아닌 것 같단다. 그래도 오물은 확실히 줄었다는데….


아~ 이젠 과장에 대한 신뢰가 순간순간 흔들린다. 병원을 옮겨야 하는지도 계속 고민이다. 최근 며칠간 엄마의 증세가 좋아지지 않은 탓인지 스트레스성 위염 증상이 보였다. 한 번도 이런 적이 없는데 3일 정도 증상이 지속하다가 낮에 설사하고 약 먹고 나서 좀 나아졌다. 


누나가 엄마에게 저녁에 두세 숟갈 억지로 먹였는데, 담즙까지 다 토했단다. 의사도 왜 올리는지 모르겠다고 하는데 다시금 장 유착이나 협착이 발생한 것은 아닌가? 심히 걱정이다. 의사가 모른다니까 더 막막하다. 속 가라앉히는 주사를 맞고 나면 올린다 해서 일단 그 주사는 맞지 않기로 했단다. 


엄마가 아직도 입원해 있고 증세가 크게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주변에 어른들이 큰 병원으로 가지 왜 그런 병원에서 했느냐고 지금이라도 옮기라고 성화다. 나중에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이건 순전 우리 탓이 될 것 같은 상황이다. 우리도 그 과장이 드레싱도 꼼꼼히 해주고 해서 끝까지 믿어 보려고 했는데 질질 끌다가 끝내 회장루 수술을 하게 되었고 장협착인지 유착인지 아무튼 그 지경이 되도록 몰랐다는 것도 원망스럽다. 


의사 친구에게 전화했다. 병원을 옮기는 것에 대한 고민이 크다고 했다. 친구가 수술한 의사가 제일 잘 알테고 대학병원으로 와도 레지던트가 담당할 가능성이 크고 드레싱은 온전히 인턴이 하게 될 테니 과장이 직접 그렇게 드레싱 해주는 것이 대단하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저런 얘기로 30분을 통화했다. 통화를 끊으며 다시금 믿어보자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 그 과장은 아마도 최선을 다했을 테고 왜 토하는지 모른다고 말하는 것은 능력이 부족한 것일지도 모르나 한편으로는 솔직하게 얘기한 것이고 드레싱 할 때의 성의를 보면 그가 끝까지 최선을 다해줄 것이다.'


친구가 말하기를 의사가 최선을 다할 책임은 있어도 최선을 다한 후 결과에 대해서는 완벽한 것이 있을 수 없으니 책임을 다 져야 하는 것은 아니라 했다. 우리의 선택이 엄마의 운명이 C 과장이었으니 우리와 엄마의 운명과 과장을 믿고 다시금 마음을 다잡아 봐야겠다. 엄마가 잘못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일하는 중간중간 생각이 들지만 이내 머리에서 지워버리고 내일 갔을 때는 환한 모습이기만을 바랄 뿐이다. 세월이 빨리 흐르는 것을 좋아할 사람 없겠지만, 지금은 하루에 한 달씩 흘러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입원 51일 차 5월 14일 (목) - 3차 수술 소장 천공


9:44

평소라면 딸이랑 아침 먹고 어린이집 가고 있을 시간인데 누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린이집 빨리빨리 안 보내고 뭐하냐고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말이 없다. 전화 상태가 안 좋아서 그런가 싶었는데 우는 소리가 들리며 빨리 오란다. 엄마가 잘못됐나 싶어 미친 듯이 움직였다. 딸에게 물만 한 모금 먹이고 급히 어린이집에 맡기고 병원에 왔다.


병실에 들어서니 엄마가 병상을 세워 앉아 있다. 말도 뚜렷이 한다. 누나에게 왜 그랬냐니 장루가 또 떨어져서 엉망으로 새고 있단다. 처음 부착했던 게 새고 두 번째 붙인 것도 새고 세 번째 새고 있다. 복부가 변으로 엉망이다. 이거 다 닦아내고 다시 소독하는 데 한참 걸리니 누나가 걱정스러운 마음에 그런 것 같다. 아침부터 그랬는데 과장이 해야 하는데 수술 들어가서 못 오고 있단다. 수술 끝나고 곧장 온다는 데 그때까지 이대로 방치돼야 하는 것이다.


11:30

처치 받기 위해 간호사실에 왔다. 과장이 닦을 때마다 엄마가 고통에 몸부림친다. 소장 내용물과 담즙이 새어 나오는 거란다. 30여 분간 웬만큼 닦아내고 의사가 장루를 다시 붙이려다 몇 분간 망설이며 생각에 잠긴다. 수술부위로 새어 들어가니 수술부위 안쪽을 꿰매자고 한다. 복부 중앙이 벌겋게 벗겨져 있다. 담즙의 독한 기운 때문이다. 얼마나 아플까… 꿰매는 동안 나는 밖으로 나왔다.


잠시 있다가 다시 들어갔다. 남자 수술간호사까지 붙어서 땀 뻘뻘 흘리며 한참 뭔가 하고 있는데 잘 안되는 눈치다. 또 잠시 과장이 망설이더니 하던 걸 멈추고 거즈로 덮으라며 내게 잠깐 보잖다. 시간이 50분이나 걸렸다.


안쪽 부분 소장에서 새는 것 같단다. 소장 천공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다시금 수술방에서 수술해야 한단다. 그러면서 면목없고 미안하단다. 자기도 힘들다고 한다. 잔인하다. 이 모든 상황이 잔인하다. 오늘 16시에 수술하기로 했다.


14시 조금 넘어 누나가 병원에 도착했다. 곧 온천장 외삼촌과 외숙모, 대구 이모가 오셨단다. 수술실에 16시경에 들어가 한 30분 기다려서 모니터에 수술 등이 켜졌단다. 일하는 내내 걱정이 태산이었다. 한 시간이면 되겠지 싶었는데 18시가 지나도 19시가 지나도 안 끝났다. 누나는 수업 때문에 17시에 나왔단다. 외삼촌이랑 이모에게 맡기고 나왔단다.


19:40

외숙모에게 전화했다. 그 찰나 과장이 나왔나 보다. 그래서 바로 끊었다. 잠시 뒤 이모에게서 전화가 왔다. 과장이 아들이나 딸을 찾는다고 빨리 와보란다. 나쁜 일이 있나 싶어 부리나케 옷을 갈아입었다. 하지만 운행 때문에 바로 갈 수가 없어 운행만 끝내고 직원에게 맡겨놓고 병원으로 향했다.


도착하니 과장이 방금 다른 수술 들어가서 상담이 안 된단다. 이모에게는 수술 잘 됐다고 했단다. 이모가 답답한 마음에 책임지고 살릴 수 있겠느냐고 죽는 거 아니냐고 물었더니 죽기는 왜 죽느냐고 괜찮을 거라고 했단다. 중환자실에서 그렇게 얘기 나누고 있는데, 간호사가 면회 시간이 아니니 5분만 특별히 면회시켜준다고 들어오라 했다. 이모, 외숙모, 자형이랑 들어갔다.


첫 수술 때 환자로 가득했던 중환자실에 엄마 혼자 누워 있었다. 아픈데 아프다는 말할 기운도 없고 눈빛에는 곧 죽을 것 같은 간절함이 서려 있어 엄마를 보니 눈물이 나려 했다. 과장은 이 환자의 고통과 우리의 고통을 알까? 영문도 모르고 다시금 3시간이나 내장에 칼을 댄 후 전신마취에 취해있는 환자의 모습은 참으로 처참하다. 낮에는 장루에서 새어 나온 담즙 때문에 헐어버린 피부에 고통스러웠고 저녁에는 배를 후자 질러 놓아 고통 속에 보호자도 없는 중환자실에 혼자 아픔과 싸워야 한다.


내일 오전에는 일반 병실로 갈 수 있을까? 드레싱 할 때 또 오늘처럼 아파하지는 않을까? 이젠 내가 겁이 난다. 당사자는 얼마나 무서울까…. 이번 주는 수술하다 다 보내버린 한 주가 되었다. 엄마도 고통스럽고 가족인 우리도 생활이 점점 망가지고 있다. 내일은 좀 일찍 마치니까 좀 오래 병원에 있을 수 있겠지? 엄마를 마음껏 보고 와야겠다. 중환자실에서 아픔에 시름 하며 입도 다물지 못하고 바라보던 눈빛이 가슴에 상처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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