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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전하는말

네이버 '지식iN'을 파괴하는 자 vs 지키는 자

by 대류 2008. 2. 10.

요즘은 컴퓨터 하면서 특별히 할 일이 없으면 지식iN에 접속해서 답변하는 일이 일종에 취미가 되어 버렸다. 내가 아는 것을 누군가에게 가르치고 알려준다는 것은 꽤 재미난 일이기에 나름대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답변을 꼭 해주고 싶은데 잘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검색을 해서라도 답변해주는 열성도 보인다.


아무튼, 지식in을 즐기며 해오다 대학을 졸업하고 일에 쫓겨 한동안 컴퓨터와 사이가 멀어졌다가 최근 들어 다시 지식in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부쩍 지식in의 분위기가 많이 흐려졌다.


1. 중복된 질문이 너무 많고 지식in에 의존하는 사람들도 너무 많다.


많은 사람이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내용임에도 질문에 의존하고 있다. 자신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남을 통해서 손쉽게 해결하려고 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실제 이 문제로 매스컴에서 몇 번 언급된 젓도 있었다.


2. 허접하거나 잘못된 답변들이 난무한다.


예전에 'X-pert'라는 지식in과 비슷한 서비스가 있었다. 각 분야의 전문인으로 등록된 개별적으로 질문을 받고 답변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렇다 보니 답변이 좀 늦고 다양한 의견은 없어도 비교적 좋은 답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식in에서는 누구나 답변을 달 수 있다 보니 눈살찌푸려지는 답변들이 난무하는 것이 사실이다. 도배, 비방, 홍보성 답변이면 삭제하면 그만이지만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은 틀린 답변은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게 되는 만큼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이다.


3. 상품 홍보의 장으로 많이 변질한 것이다.


며칠 전 보험을 해지할 일이 있어 보험과 관련한 질문을 올렸더니 보험 상품 안내에 대한 답변이 며칠 동안 10개도 넘게 달린 적이 있다. 그것도 모자라서 수십 통의 보험 상품 안내 메일을 받아야 했다. 그중엔 그래도 내 질문을 보고 나에 대해 분석을 하고 관련 상품을 안내한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저 게시물을 복사해 놓은 광고 도배에 지나지 않았다. 일부 초딩들의 길드홍보 글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지식in에는 고쳐져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을 것이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이니 문제점은 있을 수밖에 없다. 지식in에 대해 비판할 생각은 없으며 오히려 지식in의 시스템에 대해 전반적으로 훌륭하다고 여기는 입장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그 엄청난 DB를 사용자의 힘으로 구축했다는 것은 참으로 효율적인 생산활동이니 말이다. 또한, 사용자대비 운영진 수를 고려했을 때 이 정도면 아주 잘 운영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대략 살펴보니 지식in에는 지금도 1분에 100개가 넘는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지식in을 24시간 모니터하는 관리자가 100명 있어도 감당하기 어려운 양이다. 화장실 다녀오면 수십 개의 게시물을 처리해야 할 테니 말이다. 따라서 네이버 자체적으로 지식in 전체를 관리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지식in에는 '지식스폰서'와 '디렉토리 에디터'로 분류된 사용자(네티즌)들로 이루어진 도우미 제도가 있다.

 

지식스폰서는 일종의 전문가 집단으로 네이버 자료에는 현재 446개 카페, 43개 단체, 91명의 개인 지식스폰서가 (총 3,210명) 카테고리별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지식스폰서가 되기 위해서는 관련 분야 자격이나 경력을 증명하는 서류는 보내거나 전문가 지수가 1,000포인트가 넘어야 하는데 답변 하나에 1포인트(답변이 채택되면 10포인트)이니까 이만큼 되려면 한 카테고리에서만 수백 개의 답변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취업서류 전형 보듯이 까다롭다는 말이다. 아무튼, 전문가 집단인 만큼 이들의 답변은 비교적 신뢰성이 높고, 이들의 답변은 지식in의 전반적인 질적 향상에 이바지하고 있다. 물론 전체 이용자 수를 생각하면 그 수가 보잘것없지만, 스폰서로 지원할 정도면 꽤 지식in에 시간을 투자한다는 말이기에 그들의 답변량은 상당하다.



디렉토리 에디터는 말 그대로 디렉토리별 관리자를 말한다. 지식in 스폰서와는 달리 관리자 권한을 주고 종종 네이버에서 소정의 선물을 주기도 한다. 활동이 우수하면 2개월마다 소정의 상품등을 지원받고, 게시물을 삭제하는 등의 권한이 주어진다. 디렉토리 에디터의 가장 중요한 역할불량 게시물을 삭제하고, 카테고리 선택이 틀린 게시물들을 적당한 카테고리로 옮기며, 유익한 게시물을 선별하는 것이다. 디텍토리 에디터의 추천을 거쳐 추천지식(아하 그렇구나)이 선별되고, 좋은 답변이 선택되도록 가이드 하는 것이다. 지식 채택법(답변채택, 네티즌 추천)의 맹점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디렉토리 에디터는 지식스폰서 보다 조건이 더 까다롭다. 전문가 지수가 무조건 500포인트 이상 되어야 하고, 일종의 인턴 기간이 있어서 2개월 동안 주어진 활동량을 채워야 하는데 이 기준량이 많은 시간을 소요해야 채울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 지식in에서의 활동이 많지 않은 사람들은 활동할 수가 없다.


디렉토리 에디터로 선정되어도 2개월마다 평가하기 때문에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은 퇴출당하는 것이다. -_-; 현재 507명의 디렉토리 에디터들이 활동하고 있는데 기준으로 정해진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이들의 활동은 수십, 수백 명의 역할인 셈이다.


이렇게 지식in에는 어림잡아 4,000명의 자발적 도우미들이 일당백의 왕성한 활동 하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비록 웹상에서 이루어지는 비교적 소극적인 참여지만 이러한 참여로 지식in이 한결 정화되고, 대한민국 웹을 장악하고 있는 네이버의 핵심 서비스를 정화한다는 것은 곧 우리의 인터넷을 정화하는데 일조한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네이버 지식in은 기업에서 일방적으로 운영하는 서비스가 아닌 사용자들이 구축해가는 사용자 중심 구도의 서비스이다.


법으로 금지해 놓아도 금연장소에서 담배 피는 사람이나, 계곡에서 고기구워 먹는 사람 있듯이 지식in에도 질서를 어지럽히는 사람들이 있다. 지식in의 문제는 네이버 측의 운영 문제 이전에 사용자들의 이용 행태에 더 큰 문제가 있는 것이라 말하고 싶었다. 뛰어나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사실 규모에 비해 이 정도의 시스템이면 훌륭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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