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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로병사의 비밀/엄마를 앗아간 게실염

입원 58~61일 차 - 폐부종, 패혈증 합병증이 찾아 왔다.

by 대류 2015. 5. 24.


S상결장에 게실염증 및 천공 / 대장 문합부 누출 / 소장 천공


입원 58일 차 5월 21일 (목)


병원에 도착하니 엄마가 중환자실에 가기 위해 침대를 옮기고 있었다. 온몸이 벌벌 떨고 호흡이 상당히 강하게 몰아치고 있다. 엄마 눈빛에서 두려움을 봤다. 다시 못 보면 어쩌나 하는 눈빛이다. 엄마는 중환자실에 들어가고 보호자는 밖에 대기다.


일주일은 족히 중환자실에 있지 싶다. 병실을 정리하란다. 짐이 제법 많다.


11:39

차를 가지고 왔고 짐을 가지고 3층 중환자실 앞에 대기하고 있다. 과장이 들어가서 상태를 살피고 있다. 과장과 대학병원으로 옮기는 것에 대해 논의해봐야겠다.


11:45

과장이 나왔다. 장루나 내용물은 비교적 괜찮은 편이라 했다. 엑스레이 찍었으니 결과 나오면 폐렴인지 패혈증인지 알려주겠다고 했다. 폐렴이면 폐렴약 먹으면 되고 패혈증이면 항생제 치료 한다고 했다. 대학병원으로 옮기는 것에 관해 얘기하자 회의적이다. 레지던트들이나 만날 것이라고…. 


애초부터 대학병원 갔어야 하는 거였는데, 엄마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천추의 한으로 남을 것 같다.


12:00

짐을 차에 실어놓고 중환자실에 오니 마침 면회시간이다. 곧이어 과장이 들어왔다. 엑스레이를 보니 폐렴 같지는 않고 패혈증인 것 같단다. 폐에 수분이 가득하단다. 폐부종이란다. 항생제 투약하면서 드레싱을 수시로 하는 것이 치료법이란다. 


엄마가 너무 힘들어한다. 들숨은 짧고 날숨이 상대적으로 길다. 뇌에 산소 공급이나 되겠나 싶다. 계속 "으~" 하면서 앓는 소리를 내는 데, 지난 밤새 그래서 병실 다른 환자들도 제대로 못 잤나 보다. 숨도 가쁘고 몸도 많이 떨려서 보고 있기가 안쓰럽다. 


면회하러 가기가 점점 힘들어질 것 같다. 불안하다. 당분간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 촉각을 세우며 지낼 것 같다. 엄마가 위태로운 상황에 오니 어린 시절부터 쭉 떠오르며 엄마가 나를 위해 희생했던 것들이 떠올랐다. 가족을 위해 좋은 옷 한 벌 없었던 엄마. 자식들 모두 잘 커서 부족함 없이 살게 되었고 예쁘고 똑똑한 손자 손녀들까지 있는데 조금만 더 누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


19:00

19시 조금 넘어 누나에게서 카톡이 왔다. 숨을 계속 잘 못 쉬면 장기들도 힘들어지고 그러다 장기가 작동을 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게 심장이 되면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한단다. 인공호흡기를 할 때 의식이 뚜렷하면 의식을 떨어뜨려야 한단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인공호흡기 달면 환자도 보호자도 힘들어져 가족 중 인공호흡기를 단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다시 선택하라면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하는 글을 많았다. 인공호흡기를 달고 나면 숨을 거둘 때까지는 함부로 벗기지 못하니 신중히 생각하라는 글이다. 맞는 말이기도 하다. 환자가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모르고 기약 없이 2년, 3년 호흡기에 연명하다 죽는 사람도 부지기수니 말이다.


누나에게 이 얘기를 해주니 선택의 여지가 없이 해야 한단다. 인공호흡기를 하지 않으면 장기가 멈추기를 기다리는 꼴이니 말이다. 그래 상황이 좋지 않으니 내가 경솔한 생각을 했다. 고민할 필요 없이 해야 하지 않겠는가. 누나가 다녀가고 곧바로 아내도 병원에 갔었다고 한다. 눈은 조금 뜨고 있는데, 반응이 없었단다.


23:30

일 마치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미리 일을 좀 하다 늦게 귀가했다. 종합소득세 신고도 오늘 밤에 다 해놓을 것이다. 언제 정신없이 뛰어다닐지 모르니 말이다. 집에 오는 길에 나는 이제 샤워하고 편안한 집에 가는데 엄마는 얼마나 무섭고 힘들지 떠올랐다. 이 아파트에 모두가 편안한 침대에서 밤을 보내고 있을 때 벌벌 떨리는 몸과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숨을 몰아치며 사투를 벌이고 있을 엄마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 내일 12시 면회 시간에 기적처럼 앉아서 식사하는 엄마의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






입원 59일 차 5월 22일 (금)


12:00

면회시간 누나와 함께 갔다. 호흡이 많이 좋아졌다. 엄마를 부르는 소리에 힘겹게 눈을 뜨고 이내 감는다. 말을 걸어보면 고개를 움직이며 의사 표현을 하지만 귀찮은 듯 여러 번 물어야 반응을 보인다. 말은 아예 하지 못한다. 입이 너무 마르니까 간호사가 마스크를 씌워놓은 모양이다. 확실히 입이 덜 마른다.


과장과 면담을 했다. 엑스레이를 보여 주며 어제보다 폐부종이 나아졌고 염증 수치도 절반 정도 떨어진 것 같다. 패혈증이나 폐부종은 나아지고 있는데 신장 수치가 높아 급성신부전의 위험이 있단다. 온갖 위험한 합병증은 죄다 걸리니 답답하다. 나이도 있는데 장기간 입원해 있으며 면역력이 떨어졌는데 연달아 두 번이나 큰 수술을 했으니 몸이 버티지를 못하는 것 같다. 애초부터 예정된 대로 장루를 만들었다면 체력도 버티고 이미 완치되었을 시점일 텐데. 과장의 과실이 있음이다.


대학병원으로 옮기는 것에 관해 물었을 때 자기가 지금껏 치료해서 제일 잘 아니 자기가 보는 게 좋겠다고 했는데 한편으론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론 자신의 과실이나 처치가 드러나는 게 두려운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토, 일요일까지 직접 나와서 하루에도 두세 차례 직접 드레싱 하는 것이 고맙기는 하면서도 이 또한 자신의 과실을 만회하기 위함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엄마의 상태가 나빠질수록 신뢰는 떨어지고 어찌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겠다.


19:00

누나랑 아내가 다녀왔는데 낮과 상태는 비슷하단다.






입원 60일 차 5월 23일 (토)


12:00

장인, 장모, 이모, 외삼촌이 오셨다. 이모가 엄마를 부르며 눈을 떠보라지만 눈을 뜨지 못하고 손을 잡으며 힘을 줘보라지만 손에 힘을 주지 못한다. 내가 눈꺼풀을 들어 올려 눈을 떠보라는데 눈에 초점이 없어 보이고 희미해 보인다. 숨 쉬는 것은 어제와 같이 부드럽지 않고 크게 쉰다. 간호사들은 열이 난다고 하는데 발이 차갑다. 중간중간 불편한지 다리를 움직이는 거로 봐선 의식은 있는듯한데 기력이 없어 반응을 안 보이는 것 같다.


간호사에게 신장 수치를 물으니 어제보다 또 올라갔다고 한다. 신장 기능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엑스레이 찍었느냐고 물으니 찍었고 기록에는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고 적혀있단다. 여러 합병증 중 일부는 호전되고 일부는 악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과장을 만나지 못해 잘 모르겠고 폐부종은 호전되고 패혈증은 잘 모르겠고 급성신부전의 위험은 증가하고 있는 듯하다.


30분간 면회를 마치고 나오니 이모가 의사 말은 다 거짓이고 안 되겠다고 한다. 누나랑 통화할 때 좀 나아졌다고 들었는데 이게 나아진 거냐고 했다. 자식인 우리가 모든 걸 결정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래 이모는 언니고 외삼촌은 동생이다. 부모 자식의 정만큼 형제의 정도 있음인데 우린 그런 것을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이다. 


18:30

누나와 엄마에게 갔다. 상태가 그대로다. 여전히 숨은 쉬는데 의식이 없거나 기력이 없어 보인다. 간호사에게 물으니 부르면 눈뜨고 고개를 흔드는 의사 표현도 했단다. 그나마 다행이다. 입을 계속 벌린 상태로 숨을 쉬니 입속과 입술이 마른다. 그래서 저녁에 있는 간호사는 마스크를 씌워준다. 낮에 왔을 때는 얘기를 해야 씌워주는데 저녁에 간호사는 더 친절하고 잘하는 것 같다.


면회시간 끝나고 과장이 좀 보자고 해서 상태를 설명해줬다. 패혈증은 잡혀가는 것 같고 수술 부위는 자기가 잘 관리하고 있고 다만 콩팥 수치가 많이 올라가고 있다고 했다. 이 수치보다 더 중요한 것이 소변량인데 수치는 안 좋아도 소변량은 괜찮다고 했다. 희망이 없을 것으로 여겼는데 살짝 희망이 생기기도 한다. 엄마가 우리가 부를 때 반응을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눈을 감고 계속 숨을 몰아치고 있는데 잠이 든 것인지 멍한 상태인지 움직일 수 없고 눈만 감고 있는 지옥 같은 버티기인지 알 수가 없다. 제발 그런 것이 아니기만을 바란다.






입원 61일 차 5월 24일 (일)


12:00

별다른 차도가 없다. 수치들의 변동도 없고 입으로 숨을 쉬어 입안이 마르고 혀가 말려있다.


18:30

누나가 볼일 보러 가서 혼자 면회했다. 입안이 너무 말라 있어 혀에 상처같이 염증 같은 것이 생기는 것 같다. 비닐장갑 끼고 혀를 펴보기도 하고 억지로 물을 조금 떨어뜨려도 봤다. 사레들리듯 콜록거린다.


과장이 왔다. 엑스레이상 별 차이가 없고 염증 수치만 조금 떨어져 정상 범주에 들어왔다. 그래도 9.7 정도로 높은 편이다. 콩팥 크레아티닌 수치가 어제 2.4에서 2.6으로 많이 지속해서 오르고 있다. 1.1 이하가 정상 범주이다. 낮에 수혈을 받았고 혈소판인가? 수치가 낮아 추가로 또 맞을 거란다.


낮에 두 번 드레싱 했고 지금 또 하고 밤에는 남자 간호사가 또 할 거라 했다. 오랜만에 드레싱 하는 걸 지켜봤다. 각종 호스와 오물을 받아내는 비닐 팩 등 엉망진창이다. 석션하는 호스가 복부 수술부위를 벌려놓은 곳으로 연결되어 있다. 도대체 저긴 언제 봉합하는 것인지…. 몸 한가운데 구멍을 통해 호스를 꽂아 오물을 빨아내고 있으니 징그럽고 그 부위가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드레싱 마치고 과장에게 입이 마르는 것을 얘기하니 입으로 숨을 쉬어 그렇단다. 그것으로 인해 다른 감염의 위험은 없느냐니까 가그린으로 자주 닦아주라고 하겠단다.


어제와 비교하면 수치는 큰 변화가 없고 시간이 계속 흐르면 체력이 떨어지니 수치가 그대로라면 오히려 마이너스 상황이 아니냐니까 하루하루 확 달라지긴 어렵고 시간을 갖고 기다리자는 식으로 얘기한다. 내일이면 입원한 지 두 달이다. 두 달 동안 제대로 먹은 적도 없고 고통만 받았는데 상태는 더 나빠지고 있으니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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