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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로병사의 비밀/엄마를 앗아간 게실염

입원 69~76일 차 - 의식과 맥박이 서서히 떨어진다.

by 대류 2015. 6. 8.

입원 69일 차 6월 1일 (월)


엄마는 이제 눈을 잘 뜬다. 우리가 면회하는 시간 30분 중 절반은 눈을 뜨는 것 같다. 과장은 진료 중이라 보지 못했는데 저녁에 누나가 만나서 면담했고 수치들이 좋아지고 있다고 했단다.






입원 70일 차 6월 2일 (화)


중환자실에서 엄마가 투석 중이니 면회 안 된다고 전화가 왔다. 하루 안본 사이 내일은 좀 달라져 있기를 희망한다.






입원 71일 차 6월 3일 (수)


12:00

요 며칠 계속 열이 난다. 얼음 주머니를 몸 구석구석에 대놓는다. 엄마는 계속 자는 것처럼 있다가 두드려 깨우면 잠시 눈을 뜬다. 가래가 끼어 간호사가 석션하면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괴로워한다. 석션 받아내는 통을 보니 붉은색을 띠는 게 피가 섞여 나온 것 같다. 지난번에 간호사가 우악스럽게 밀어 넣더니 그 때문이 아닌가 싶다.


과장이 왔다. 모든 수치가 호전되고 있단다. 소장 문합부에서 누출이 계속되고 있단다. 조금 붙은 것 같은데 봉합하고 터지고를 반복하면서 천천히 붙을 거라는 식으로 말한다. 그를 위해 영양제 양을 늘렸다고 했다. 대장에서는 계속 변은 나오지 않고 점액만 나온다고 했다. 소장도 아물지 않았고 엄마 상태도 이러니 검사를 해볼 수는 없고 점액이 안 나와야 아문 거라고 했다.


엄마의 상태는 좀 나아졌다고 하지만 중간중간 엄마 집을 정리하고 있다. 이제 옷과 가구만 제외하면 거의 다 정리되었다. 엄마가 퇴원하더라도 이제 그 집에서 혼자 살기는 어려워 보인다. 병원비가 급격히 증가했다. 3월 25일 입원해서 5월 2일까지가 270만 원이었는데, 그 이후부터 어제까지 한 달 병원비가 400만 원을 훌쩍 넘겼다. 중환자실 오기 전 간병비가 300만 원 정도 들어갔었던 것을 고려하면 벌써 천만 원이 되는 셈이다. 중환자실에 온 것이 보름 정도인 것을 생각하면 앞으로도 매달 400만 원 정도는 들어가지 싶다. 병원비도 얼마나 나올지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입원 72일 차 6월 4일 (목) - 이젠 불러도 두드려도 반응이 없다.


12:00

병실에 들어서니 엄마를 향해 작은 선풍기가 회전하고 있다. 열이 계속 나고 있다. 얼음을 대고 있어 보지만 잠시 내리다가도 이내 오르는 모양이다. 뭔가 이상이 있으니 열이 나는 거겠지? 메르스 확산으로 중환자실에 마스크를 쓰고 입장해야 하고 온 나라가 들썩인다. 병원에서 사람 지나치는 것까지 께름칙하다. 오늘은 엄마를 두드려 봐도 불러도 별 반응이 없다. 열 때문인지 의식이 흐려지나 보다. 소변을 매일 체크 해보는데, 붉은 기운이 많이 띠는 것이 피가 섞여 나오는 것 같다. 소변 주머니 아래에 피 찌꺼기 같은 것도 보인다. 소장 내용물 석션하는 통에도 피 같은 것들이 고여있다. 


하루하루 좋아지는 모습을 봐도 될까 말까 한 상황에서 참 힘든 시간이다. 서서히 말라죽어 가는 것만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당장 목숨이 다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지금껏 과장을 수없이 만났지만 해결된 병은 정말 하나도 없고 속 시원한 답변도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 열심히 해줘서 고마운 것은 있지만 이게 어디 그런 것으로 대신할 수 있는 일인가…. 결과적으로 우린 무능한 의사를 만난 것이다.






입원 73일 차 6월 5일 (금) - 맥박 저하


이모랑 온천장 외삼촌, 외숙모가 오셨다. 열이 떨어지지 않아 얼음 주머니를 계속 끼우고 있다. 맥박이 100 정도였는데 60대로 주저앉았다. 상태가 나빠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과장이 와서 어른들이랑 누나가 면담하는데 몰려들어 나는 엄마 본다고 얘기를 듣지 못했다. 자정에 일시적 쇼크로 호흡곤란에 빠졌었다는 얘기를 들은 후 누나가 이건 아닌 것 같다며 또 병원을 옮기자고 했다. 오랜만에 병원비 청구서가 나왔다. 애초에 원무과에서 얘기하거나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적게 나왔다. 


저녁에 누나에게서 연락이 왔다. 누나는 종일 그 문제로 아는 사람 총동원해서 알아봤나 보다. 그리고 결론은 또 그냥 있게 되었다. 






입원 74일 차 6월 6일 (토)


12:00

이모와 엄마 집 정리 좀 하고 병원으로 갔다. 어제까지만 해도 퉁퉁 부었던 발의 붓기가 신기하게 다 빠져 있었다. 손발이 풍선처럼 부풀었다 빠지기를 몇 차례 반복해서 그런지 손발이 쭈글쭈글하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다행히도 욕창이 생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상황에 욕창마저 생긴다면 얼마나 엄마가 고생할지 모르니 말이다.


맥박이 50~60으로 현저히 떨어져 있다. 분당 호흡수도 지금까지 20을 넘은 적이 많이 없었는데, 이제는 25~30 근처에서 움직인다. 열을 잡기 위해 온몸에 알코올을 묻힌 천을 덮어놓았다. 


18:00

메르스 때문에 이제는 체온까지 측정해야 중환자실에 들어갈 수 있다. 과장과 면담하는데, 염증 수치는 조금 나아졌다고 말하고 모니터로 결과를 보여 주는데 오히려 올라가 있었다. 보니까 그것도 며칠 만에 나온 값이던데 실수나 착각이겠지만, 제대로 신경 쓰는 게 맞나 싶은 의혹도 스쳤다. 염증 수치는 10.00 이하가 정상인데 17.00을 나타내고 있었다. 이 병원 온 후로 정상 범주에 있었던 적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콩팥은 검사해보고 화요일에 다시 투석하던지 결정한단다. 소변이나 가래 빼는 곳으로 피 찌꺼기 같은 게 나오는 것은 투석할 때 혈액 응고를 방지하는 약을 쓰는데 그것 때문이라고 했다.


소장 문합부를 어제 다시 꿰맸는데 내일까지만 새어 나오지 않으면 완전히 아문 것이라고 했다. 이틀이 지나면 실이 느슨해지는데 그것만 잘 넘어가면 된다고 했다. 열이 나고 염증 수치가 오른 것도 이것만 잘 아물면 좋아질 거란다. 내일 하루를 잘 넘기는 것이 고비다. 엄마는 고통스러운지 어제오늘 계속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인다. 호흡기를 끼우고 있어 좋지 않은데 의식이 희미한 속에서도 얼마나 괴로우면 그럴까 싶다. 






입원 75일 차 6월 7일 (일)


정오와 저녁에 누나와 면회를 갔지만, 엄마는 아무 변화가 없다. 낮에 수혈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소변 주머니가 피로 물들었다. 이대로 얼마나 더 있어야 할지 기약이 없다는 것이 더 힘들다. 나아서 일어나 걸을 수 있는지 살아나기는 할지 알 수가 없다. 






입원 76일 차 6월 8일 (월)

12:00
엄마 상태가 변화 없음이 이젠 익숙하다. 과장과 면담을 했다. 소장 봉합 부위는 새지 않는다 하고 대장 봉합 부위도 며칠째 나오는 게 없다고 했다. 이제 소장과 대장이 아물었다고 보는 것이다. 감염 요인이 없으므로 염증 수치 등 각종 수치가 나아지리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그런 것들만 좋아지면 열어놓고 있는 복부도 닫는다고 했다. 열이 계속 나는 원인을 찾지 못해 우려스럽다고 했다. 며칠째 계속 열이 나면서 맥박이나 호흡수가 들쭉날쭉해지고 있다. 아무리 빨라도 한 달 이상은 중환자실에 있어야 한다는 말도 했다. 참 답답하다. 콩팥 수치도 좋지는 못해 내일 투석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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