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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전하는말

전영록

by 대류 2007. 7. 29.

노래에 대한 이해는 없다. 하지만 내 관점에서 노래를 잘 부르고 못 부른다는 것에 대한 어정쩡한 기준은 있다. 누구나 인정하는 인순이나 이선희 등 대단한 가창력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개성 있는 음색이나 창법의 가수를 선호하고 인정한다. 그런 면에서 남들은 노래 잘한다고 인정하지 않는 김원준이나 장나라를 나는 노래 잘 부르는 가수라 여기고 있다.


오늘 TV에서 '불후의 명곡'이라는 코너를 봤다. 지난번에 김종서 편을 잠깐 봐서 어떤 코너인지 대략 알고 있었는데 오늘은 전영록이 나왔다. 출연한 가수의 히트곡들을 얘기하며 당시의 방송도 보여주기도 한다. 오늘 전영록 편을 보면서 그를 뮤지션이라 인정해주고 싶었다.


어릴 적 조용필과 전영록이 라이벌로서 최고의 위치에서 경쟁했었던 기억이 난다. 조용필이야 많은 가수가 대한민국 음악계의 큰 획을 그었다는 둥, 진보시켰다는 둥 말이 많아서 그렇구나 하고 여기긴 했지만, 노래방에서 그의 노래를 불러본 기억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전영록의 노래는 아직도 많이 부르고 있으며, 그가 노래하던 옛 모습까지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어릴 적 조용필과 전영록 중에 누가 좋으냐고 물으면 전영록이라고 말했던 것도 기억난다.ㅋㅋ


한동안 전영록이라는 가수를 잊고 지냈었다. 오늘 '불후의 명곡'은 내 기억 속의 멋진 가수 하나를 찾아 주었다. 그리고 오늘 그가 부르는 노래를 들으니 그의 색깔이 보이고, 가창력이 와 닿았다. 거기다 '나를 잊지 말아요', '사랑은 창밖에 빗물 같아요', '돌이키지마', '얄미운 사람', '바람아 멈추어 다오' 등 주옥같은 히트곡들이 모두 그가 작곡한 곳이라니 그가 다시 보였다.


낮에 음악프로에서 본 길건과 참으로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자신의 노래임에도 노래 자체는 안 부르고 코러스처럼 추임새나 넣는 듯한 모습이 가수인지 댄서인지…. 그래서 난 21세기 가수들보다는 20세기 가수들을…, 요즘 노래보다는 오래전 노래들을 좋아한다. 내가 어릴 적 들었던 노래들은 여전히 아직도 좋지만, 가수들의 독특한 음색과 개성 있는 창법이 더해져 듣는 즐거움이 있다. 하지만 요즘 노래 좀 한다는 가수들이 부르는 대부분의 R&B는 노래를 잘하는 것 같기는 해도 노래 속에서 그 가수의 색을 찾기는 어려운 것 같아 아쉽다. 노래 좀 한다는 R&B 가수들에게서도 가창력이 뛰어나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는데 하물며 댄스가수들에게서 그런 것을 느끼겠는가….


그 많은 가수 중 한 시대를 풍미한다는 게, 히트곡을 그렇게나 많이 낸다는 게, 사람들의 기억 속에 그렇게 오랫동안 남을 수 있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노래 잘하는 가수, 개성 있는 음색을 가진 가수…. 전영록 같은 가수들이 많이 보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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