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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전하는말

젠장, KT를 통해 느껴 본 카타르시스~

by 대류 2011. 12. 7.

2000년도 인가… 지금의 아내인 당시 여친에게 휴대전화를 선물했다. 번호도 멋지게 017-000-0000 골드번호를 두 개 받아서 커플로 사용했다. 얼마후 신세기통신은 SK와 합병하였고, 몇 년 후 우리는 함께 휴대전화를 바꾸며 KTF로 이동해 왔다. 그렇게 지금까지…. 2006년부터 5년 넘게 무리 없이 사용해왔다.

 

남들은 3G로 옮기며 최신 스마트폰을 들고 다녔지만, 둘이서 10년 넘게 사용한 번호를 지키기 위해 최신 기기에 민감한 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올해 들어서는 4G와 스마트폰 열풍이 더 거세지면서 보는 사람마다 바꾸라고 말이 많았다. 나는 번호에 대한 애착이 큰 만큼 그런 말들이 대수롭지 않았지만, 직장 생활을 하는 아내에게는 작은 스트레스였나 보다.



아무튼, 올해 들어 KT는 2G 종료를 선언했고, 가입자들을 극도로 귀찮게 하기 시작했다. 정말 기업의 이미지고 뭐고 막무가내식으로 전화하고, 찾아오고…. 상당수 가입자를 동의 없이 해지시키는 온갖 불법과 편법으로 가입자를 줄이며 2전 3기 끝에 얼마 전 방통위의 승인을 받아내기에 이르렀다. 


방통위의 승인이 떨어지자마자 '010 통합반대 운동본부'는 더욱 바빠지기 시작했다. 12월 7일 시민단체와 일반 사용자 1,000명가량이 소송에 참여하여 종료를 중단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2G 종료를 하루 앞둔 시점이라 카페에는 수백 명의 사람이 접속해 있었고 판결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모르긴 몰라도 그 수백 명은 종일 카페를 컴퓨터에 띄워놓고 연신 이 글 저 글을 살펴보았을 것이다. 하루 전인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는 것은 나와 비슷한 심정일 테니….

 

저녁에 드디어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결과적으로 KT는 2G를 예정대로 종료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2G 이용자들은 상당수가 장기 가입자이고 또 상당수는 VIP 고객들이다. 물론, 기업의 입장에서 차기 서비스를 위해 불가피한 면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장기 가입자들에게 막대한 정신적 시간적 피해를 주며 반강제에 가까운 서비스 종료를 하는 과정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끝내 지금의 결과를 놓고 본다면 KT는 2G는 종료 못 하고, 4G는 서비스 못하고 기업 이미지는 실추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불매운동의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으며 기존 2G 가입자들은 대거 SKT로 옮겨갈 준비를 하고 있다.


직접 재판장에는 있지 않았지만, 소송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번호 유지를 갈망하는 이용자로서, 재판결과를 보자마자 흥분되기 시작했고 그렇게 우리를 괴롭히던 KT가 원하는 것을 못하게 된다는 생각을 하자 희열마저 들었다.

 

별 감정 없이 KT를 사용해왔는데…. 이제는 이 기업이 좀 사라져 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인터넷과 전화는 모두 다른 곳으로 옮기고 앞으로 KT와는 안녕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좌측부터 바꾼 휴대전화, 원래 내 휴대전화, 같은 시기에 산 여보님 휴대전화


기존에 사용하던 2G 휴대 전화가 고장 나서 중고로 3만 원 주고 샀는데 이 녀석 한 달 정도 사용했는데 많이 떨어뜨려서 상태가 안 좋다. 아내는 번호를 버리고 최신 스마트폰으로 옮겼다.

그래서 아내가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나는 바꿀 것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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