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26주 차 - 집에 못 들어가겠다.

2012.10.12

아내와 연예할 때부터 아내는 금연을 강요했다.

담배 피우는 남자 좋아할 여자가 몇이나 있겠는가…!

당연한 요구라고는 생각하지만, 나는 금연의 의지도 용기도 없다.

 

결혼 후에는 집에서 담배 피울 때마다 아내가 출근하고 나서나 처가에 가서 잘 때 몰래몰래 피워댔다.

임신한 후에도 비슷한 상황이 계속되었는데, 최근 들어 화를 내는 강도와 정도가 매우 심해졌다. 

우리 아기를 위한 것이니 미안하다며 안 피우겠다고 하면서도 나가서 피우는 것이 어찌나 귀찮은지 그래도 몰래몰래 피웠다. ㅋ

그럴 때마다 아내는 귀신같이 알아냈다.

담뱃재 정말 작은 거 하나만 발견해도 난리도 아니다.

 

며칠 전에는 집에 들어오지 마라며, 밖에서 열지 못하도록 문까지 걸어 잠갔다.

밤늦게 퇴근하고 집에 가보니 잠겨 있었다.

깨우기 싫고 잔소리 들을까 봐 그냥 발걸음을 옮겨 PC방으로 향했다.

그 길에 화가 누그러진 채로 전화 와서 들어오란다. ㅋ

 

그리도 며칠 뒤 또 걸렸다.

각서 쓰란다.

썼다.

 

그리고 며칠 뒤 또 걸렸다.

각서 내용이 추가되었다.

한 번만 더 걸리면 회사 사표 쓸 거란다.

 

그리고 며칠 뒤 아내가 처가에서 이틀간 자고 온단다.

앗싸~ 담배를 마음껏 피울 수 있었다.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청소까지 해놓고 출근했다.

한참 일하고 있는데, 카톡이 왔다.

카톡을 보는 순간 설마 했는데, 역시였다.

퇴근하면서 사직서 양식 뽑아 오란다.

 

집에 들어가면 한~참 잔소리 듣고 실랑이할 것이 뻔하다.

아내에게 중요한 만남이 있어서 늦을 것 같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나는 지금 퇴근도 하지 않고 사무실에 앉아 있다.

 

'내년부터 금연한다고 말하고 한 번만 더 봐달라고 할까?'

온갖 잔소리를 피할 궁리만 가득하다.

아~ 집에 가는 것이 무섭다. ㅠ,ㅠ

 

금연…… 필요성이야 다들 잘 알지만, 참! 하기도 싫고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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