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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로병사의 비밀/엄마를 앗아간 게실염

입원 03~04일 차 - 장 절제술

by 대류 2015. 3. 28.

입원 3일 차 3월 27일 (금) - 1차 수술


08:30경

병원에 도착하니 엄마가 급하게 화장실 간다고 부산했다. 침대 커버도 다 버려져 있었다. 몇 차례 설사를 했나 보다. 회진 도는 과장에게 엄마가 아파죽겠는데 조치 안 한다고 신경질 냈다. 예상했던 대로 과장이 수술하자고 하며 내게 상담하러 오란다. 


염증 수치가 처음 왔을 때 10,000이었는데, 어제 14,000 그리고 오늘은 좀 더 높단다. 순간 화가 치밀어 염증 수치가 올라가서 더 나빠졌는데 어제는 상태 좋아졌다고 하면서 약물치료 하자더니 염증 수치가 더 올라갔는데 왜 더 좋아졌다고 했는지 실컷 고통받고 뒤늦게 수술하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응급실에서부터 설명이나 태도가 무심하고 성의가 없었던지라 신뢰도 갈수록 떨어졌다. 수술에 관해 설명하는데 두 번을 해야 한단다. 장을 잘려낸 부분을 바로 이어 붙이지 않고 2차 수술에서 잇는단다. 이 부분도 약물 치료할지 수술할지 결정할 때, 수술하면 자른다고만 말했지 두 번 한다고 왜 말하지 않았느냐고 화를 냈다. 의사도 열 받아서 나중에 다시 상담하잖다. 의사의 실력을 떠나 환자에게 무관심한 듯한 태도부터 부정적인 감정이 쌓여가는 것 같다.


딸과 마트에 가서 요실금용 팬티 기저귀를 사 오니 그사이 누나가 수술 결정 내렸다. 우린 의사가 하란 대로해야 하니 어쩔 수 없지 뭐…. 집에 들러 밥 먹이고 어린이집 보내고 병원에 와서 누나는 조카랑 볼일 보러 갔다. 수술 예정 시간은 11시라고 했는데 좀 늦나 보다. 3시간 걸린단다. 수술 후 열흘가량 입원하고 귀가해서 열흘 후 다시 수술한다고 들었다. 힘든 시간이겠지만, 이후에 배 아픈 것도 없어지고 식이요법에도 신경 쓰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11:10

수술실로 이동 시작


11:15

수술실 입장



11:41

수술실 보호자 대기실 모니터에 수술 중인 사람의 명단이 뜬다. 수술 중 표시가 계속 안 떠서 수술방 한편에 비참하게 누워있는 것 아닌가 걱정했는데, 방금 막 불이 켜졌다. 그리곤 갑자기 아까 나와 얼굴 붉혔던 과장이 나와서 아깐 심정을 이해 못 해 미안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수술 잘할 테니 3시간 정도 걸릴 테니 식사하고 오란다. 앞으로 의사 볼 때마다 불편할 것을 생각하며 나중에 사과해야지 했는데 먼저 그렇게 말하니 오히려 미안했다. 곧바로 민감하게 반응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잘 부탁한다고 거듭 얘기했다.


15:18

누나가 도착했다. 3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예정보다 길어지니 누나가 불안하다고 했다. 병실에 짐 뺐다고 간호사실에서 연락 왔다고 하길래 내가 올라가 본다고 했다. 병상이 비어 있어 간호사에게 가니 짐 다 가져가란다. 보니 짐이 꽤 많아 나중에 가져가겠다고 하니 안 된단다. 이 많은 짐 어찌 다 가져가느냐고 얼마 뒤 일반병실 갈 거 같은데 그때 가져가겠다니 중환자실에서 언제 나올지 모르니 안 된단다. 조금 실랑이 하다 낑낑거리며 수술 보호자 대기실로 가지고 내려왔다.


16:00

수술 보호자 대기실에 있는데 곧 끝난다고 간호사가 알려주었다. 시간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딸이 도착할 시간인데 깜빡하고 있었다. 누나에게 알아서 하라 하곤 급히 나왔다.



16:26

누나에게 문자가 왔다. 잘라놓은 장을 의사가 들고나와 설명해줬단다. 그 사진을 보내온 것이다. 그러면서 생각보다 장이 깨끗해 바로 이어붙여서 인공항문도 안 하고 수술도 두 번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19:22

중환자실 면회시간은 정해져 있다. 나는 일한다고 가보지 못했고 누나가 다녀와서 말하기를 고통스러워 하고 눈이 이상하고 말도 웅얼거린다고 했다. 의사를 만나지 못해 어떤지는 물어보지 못했단다. 그저 수술 직후라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


20:50

면회 시간 아니라서 면회가 안 되는지 알면서도 평소보다 일찍 마쳐 일 마치고 가 보았다. 인터폰으로 아프지 않게 진통제 좀 놔주라고 말하려고 했다. 인터폰으로 아들인데 환자 상태 어떠냐고 물으니 수술하고 못 봤느냐고 되묻는다. 그러면서 특별히 면회 허용해준단다. 잽싸게 손 씻고 들어갔다.


호스를 주렁주렁 달고 있고 눈빛이 누나 말대로 이상하고 말도 어눌하다. 마취 기운 때문이라 여기고 짧은 대화 뒤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잠들어서 고통을 잊었으면 해서 방해하지 않고 싶었다. 간호사에게 여러 차례 아프지 않게 진통제 자주 놔달라고 얘기했다. 나오면서 주위 다른 환자들 둘러 보는데, 어찌 그리 하나같이 송장처럼 잠들어있는지… 좀 끔찍했다.





입원 4일 차 3월 28일 (토)


12:00

중환자실 면회 시간에 누나랑 둘이 갔다. 누나는 먼저 의사랑 상담하고 있었다. 엄마는 눈빛이나 상태는 어제보다는 나은 것 같지만, 여전히 고통스러워 했고 아파서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한다. 입술이 바짝 말라 부르텄다. 누나가 거즈를 물려주고 팔에 묻은 피도 닦아준다. 참 이런 거 보면 아들보다는 딸인가 보다.


누나가 의사에게 설명을 들었는데 처음엔 1차 수술 후 4주 정도 인공항문을 달고 있으면서 장을 비운 후 수술하는 것이 계획이었는데 수술에 들어가 보니 토하고 설사하고 해서 그런지 장이 잘 비어 있어서 세척하고 바로 이어 붙였단다. 이상 없이 잘 붙으면 좋은데 세균에 감염되거나 하면 원래의 계획대로 재수술해야 한단다. 현재까지는 잘 되어가고 있단다. 수술하면서 충수도 잘라냈다고 한다.

 

수술하는 김에 하는 거야 나쁘지 않지만, 한 편으론 수술방식이 처음 얘기한 것과 달라진 점이나 충수를 자른 것이나 보호자에게 설명도 없이 이렇게 막 해도 되는 건가 싶기도 하다. 중환자실에는 일요일까지 있는 다고 했다. 총 3일을 있는 것이다. 누나도 그렇지만 나도 계속 간호사에게 진통제 자주 놔달라고 얘기했다.


오후에는 일하고 집안일도 좀 하느라 누나랑 아내만 면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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