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27일 차 4월 20일 (월)
엄마는 여전히 상태 호전 없이 그대로인 것 같다. 누나 말로는 미음을 먹는데 세 숟갈 이상을 안 먹고 이온음료도 냄새난다고 거부했단다. 워낙에 안 먹었으니 그런가 보다. 하루빨리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야 할 텐데 호전되지 않는 듯해서 걱정이다.
입원 29일 차 4월 22일 (수)
연수 마치고 딸을 데리고 19시나 되어서 병원에 도착했다. 누나가 카톡으로 말했던 대로 다시 이물질(배액) 뽑아내는 기계를 달고 있었다. 호스에 똥색의 이물질이 가득 찼다. 잠시 있으니 과장이 드레싱 한다고 간호사실로 들어갔다. 며칠 만에 드레싱 하는 장면을 보는데 수술한다고 열었던 배의 실밥이 다 풀려 있었다. 뱃살이 빠져서 꿰매놓은 게 헐렁해져서 다시 꿰맨다고 풀었단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다시 꿰맸다. 한참을 식염수 같은 거로 씻어 냈는데 똥색 물이 계속 나왔다. 드레싱 마치고 의사에게 물으니 깨끗한 편이란다. 그리고 지금 상황이 어떤지 얼마나 있어야 할지 물으니 살이 차올라야 아무는데 아직 아물지 않았고 한 달 정도 더 있어야 하지 싶단다. 답답했다.
집에 오니 누나에게서 카톡이 왔다. 간병인 아줌마가 이번 달까지만 하기로 했고 중간정산해달라고 했다고…. 잘 주물러 주지도 않고 해서 좀 미워 보였는데 정산 얘기가 나오니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었다. 간병인 사무실에 전화해서 한소리 하려다가 그도 힘든 직업에 고생하며 사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참았다. 누나에게 돈 주고 보내라고 했는데 엄마가 그냥 더 내버려두라고 해서 내일 돈 주기로 해서 붙여 줬다.
입원 30일 차 4월 23일 (목)
간병인이 잠시 집에 다녀온다고 내가 10시부터 출근 전까지 엄마 곁에 있기로 했다. 엄마가 휠체어 타고 밖에 나가자고 했다. 마트 쪽으로 해서 한 바퀴 휙~ 돌고 들어 왔다. 저녁에 누나가 갔을 때 자랑했나 보다. 아들이 있어 든든했다고 한다. 곁에 지켜주는 사람이 있고 함께 바람맞을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 든든한 일 인가보다. 죽이 계속 나오는데 도통 입에 대지를 않는다. 목에 넘어가지 않는단다. 오랫동안 굶었고 맛도 없을 테니 더 그렇겠지…. 하지만 살이 차올라야 한다고 했으니 억지로라도 먹어야 하는데 잘 안되나 보다. 한 달을 입원해 있었으니 천천히 늘리면 될 것 같다.
입원 31일 차 4월 24일 (금)
어제 내가 병원에 갔을 때 엄마 친구분들이 있었는데 간장을 먹으라 하질 않나 오색실 같은 걸 주는 장면을 봤는데 엄마가 그걸 수술 부위에 올려놓고 잤는데 오늘 과장이 드레싱 하면서 너무 깨끗해서 할 게 없다고 했단다. 엄마는 이게 부적인데 이것 때문인가 보다라고 했단다. 그래서 그런지 엄마의 컨디션도 매우 좋아 보였다. 죽은 여전히 먹질 않고 있지만, 과장이 그렇게 말했다니 뭔가 희망이 보이는 것 같다. 저녁에 드레싱 할 때도 깨끗하다고 했단다. 어제 과장이 아물려고 하면 하루 만에도 살이 차서 막히기도 한다고 했는데 그런 게 아닌가 하는 기대가 생긴다.
입원 32일 차 4월 25일 (토)
결혼기념일이라 딸과 아내를 데리고 해운대에 가서 근사한 점심도 먹고 모레 놀이도 하러 가기로 했다. 그 전에 병원에 들러 엄마와 훨체어 타고 바깥으로 또 한 바퀴 돌았다. 누나 말로는 이물질이 하나도 없고 깨끗한 물이 나왔단다. 진짜 과장 말대로 하루 만에도 아물었나 보다.
입원 33일 차 4월 26일 (일)
누나가 저녁에 드레싱 할 때 봤는데 맑은 물이 나왔다고 했다. 저녁에 영화 한 편 보고 병원에 오니 엄마가 자고 있다. 그냥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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