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딩 때였을 것이다. 지금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 가요순위 프로를 당시에는 열심히도 봤었다. 당시 많은 학생이 그랬지만 무슨 시험공부 하듯이 종이에 가사를 적어놓고 외우거나 카세트테이프에 끼워진 가사를 늘 가지고 다니면서 노래를 외웠다. 어느 날 TV에서 참으로 잘생긴 가수가 화려한 의상과 경쾌한 리듬을 가지고 나타났다.
김원준… 아마도 1992년도였고, 노래는 '모두 잠든후에' 였다. 그 가수를 본 순간 내가 외워야 할 노래가 한 곡 더 늘었다. 그 어떤 배우보다도 잘 생겼고, 화려했던 가수였기에 그는 단번에 톱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그렇게 그는 내가 최초로 좋아한 연예인이 되었다.
내가 고교에 진학하고 김원준의 인기는 절정에 달했고. 좋아하는 연예인을 넘어 그는 나의 우상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다. 김원준의 이름이 들어간 CD를 모두 사들이고 모든 노래를 이미 통달하고 있었다.
나는 아직도 김원준을 좋아한다. 한물간 연예인, 얼굴만 번듯한 연예인, 군대 안 간 연예인 등 말도 많으며 배우로의 전향을 꾀하기도 했었지만, 그는 나에게 있어 사람들이 모르는 흙 속의 진주와도 같은 존재이다.
나는 개성 있는 음색을 가진 가수를 좋아한다. 가창력은 그다음이다. 임재범. 박효신과 같은 자신만의 개성 있는 창법을 가진 가수들 말이다. 노래를 잘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르지만 듣기 좋게 부르는 게 잘 부르는 것 아닐까? 나는 개성 있는 창법을 가진 가수들의 노래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김원준은 물론 김민종, 장나라, 서영은, 윤도현 등과 같은 가수들 말이다.
강타, 이지훈, 신혜성 들처럼 노래를 잘 하는 것 같지만 똑같은 가수가 부르는 것 같은 개성 없는 창법은 좋아하지 않는다. 옛 가수들의 노래가 듣기 좋은 것은 그들만의 색깔이 있어서는 아닐까 싶다.
김원준을 좋아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의아해한다. 대다수 사람은 그를 그저 음악성 없는 꽃미남 가수 정도로만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가 싱어송라이터라는 사실을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최소한 내가 알기에는 그는 뮤지션이다. 의류업과 음반업을 함께하는 대기업에서 캐스팅해 공동 마케팅을 추진한 최초의 가수이며, 작곡가 이철원, 토이의 객원가수였던 이재형 등을 발굴하기도 했으며, 거의 모든 자신의 앨범을 직접 작사, 작곡, 프로듀싱까지 한 뮤지션이다. 무엇보다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가수로서 나는 그를 진정한 뮤지션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김원준의 노래는 앨범을 모두 들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오래전 ABBA의 앨범처럼 어느 한 곡도 건너뛰기 싫을만큼 좋은 곡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음악인들에게 그 음악성을 인정받았지만, 대중에게는 외모로 인정받은 어찌 보면 불행한 가수…. 나는 이 글을 보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앨범을 구매하지 않고 가수를 평가하지 말라!
그 앨범을 들어보지 않고 그 가수를 평가하지 말라고 말이다.
김원준의 미니홈피에 보니 '절반의 성공과 실패'라는 글이 있었다. 당신이 알고 있는 수많은 김원준의 히트곡이 바로 그가 말하는 절반의 실패일지도 모른다. 그의 앨범을 들어봐야지만 김원준의 절반의 성공을 알게 된다고 말이다.
언젠가 '유리상자'가 한 얘기가 생각난다. "김원준 씨는 얼굴이 더 못생겼더라면(평범했더라면) 인정 받았을 것이다. 너무 잘생겨서 그의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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