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86일 차 6월 18일 (목)


어젯밤부터 딸이 열이 나더니만 오늘 끝내 어린이집에 갈 수가 없었다. 39도까지 열이 올라 병원에서 약 받아와서 집에서 쉰다고 엄마에게 가지 못하고 대신 누나가 두 번 다 면회 갔다.


12:10

누나가 병원에 도착하니 엄마가 투석하고 방금 내려왔는데, 몸이 노랗게 보인다고 했다. 줄이 막혔는지 어수선해서 잠시 나왔다고 한다. 그러고는 다시 들어갔는데 눈을 뜨고 있어 부르니까 눈이 감기더란다. 혈압이 조금 낮다고 했다.


간호사가 머리카락이 계속 빠지고 엉켜서 머리에 부종이나 욕창 확인이 안 된다고 머리를 미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했다는데 누나가 강경히 반대한다. 엄마가 병실에 있을 때 집에 가면 염색하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18:58

저녁 면회에 가니 엄마가 눈을 뜨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고 한다. 초점 없이 깜빡이기만 하는데, 눈빛이 '내가 왜 이렇게 됐을까?' 망연자실해 보였고 눈을 감기 직전 한쪽 눈이 '내 새끼들 우야노'하는 것 같더란다. 


몸이 낮보다 더 노란 것 같고 눈도 노랗다고 했다. 몸 전체가 부을 대로 부어 있어 엄마가 커 보였다고 한다. 소변도 시간당 30cc로 뭐 나아진 것이 없다.


대장 문합부 누출을 시작으로 장 유착, 소장 천공, 폐부종(폐수증), 패혈증, 급성 신부전, 범발성 혈관 내 응고(DIC)가 차례로 왔고 그러면서 소변은 나오지 않아 몸이 부어오르고 간 수치가 점점 올라갔는데 이제는 황달을 보인다. 그다음은 뭘까? 역순으로 나아질 수 있을까? 






입원 87일 차 6월 19일 (금)


누나가 어제 황달이라 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약간 노래 보이기는 해도 심해 보이지는 않는다. 혈소판을 맞고 있으며 주입이 끝나니까 수혈을 한다. 혈압이나 모니터에 표시되는 숫자들은 안정세를 보인다.


씻지 못해서 팔과 손에 피부가 일어난 것을 물티슈로 닦고 로션을 발라 줬는데, 피부를 살짝 누르거나 하면 노란색이 도드라진다. 


어제 눈을 떴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내가 갔을 때는 눈을 뜨지 않았다. 손으로 눈을 벌려 내 말 들리면 눈동자 움직여 보라고 하니 움직인다. 무의식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엄마에게 걱정하지 말라며 푹 쉬고 힘내라 말해 주고 돌아섰다. 


19:37

누나가 엄마 붓기가 어제보단 조금 빠진 거 같다고 했다. 다행스러우면서도 큰 감흥은 없었다. 계속 반복되고 있는 현상이니 말이다. 






입원 88일 차 6월 20일 (토)


00:00

오랜 지인들과 싸ㅇㅇㅇ 모임을 했다. 엄마 어디서 수술했냐고 물어와 A 병원에서 했다고 하니 왜 거기서 했느냐고 뭐라 한다. 만나는 사람마다 하나같이 그런 얘기다. 다시 한 번 내 결정에 후회가 밀려왔다. 처음 과장 수술 잘 됐다고 했던 말을 그대로 지인들에게 전했는데 오랜만에 만나 얼마나 더 버틸지 모른다고 하니 다들 황당해 한다. 

모임 자리에 가서 사람들과 시시덕거리다가도 엄마가 떠오르면 죄책감이 밀려왔다. 내가 지금 여기서 소고기 배부르게 먹으며 노닥거리는 동안 엄마는 외로운 병실에서 고통과 싸우고 있음이니 말이다. 그것도 바로 병원 가까운 곳이라 병원이 보이면 더 죄책감이 커졌다. 먼저 간다고 하면 잡을까 봐 말도 하지 않고 나와서 카톡으로 먼저 간다고 했다. 집으로 걸어오며 머리 하얗게 새어가며 퉁퉁 부어 있는 엄마의 모습과 낮에 닦아주었던 손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12:10

엄마에게 도착하면 맨 먼저 모니터 확인하고 소변 통과 가래 통을 본다. 그리고 얼굴과 손발 피부 상태를 본다.


맥박은 60대로 느려졌고 소변 통엔 방광을 씻어내고 있어 여전히 핏물이 고여있다. 그리고 가래 통을 보다가 흠칫 놀랐다. 거기도 핏물이 받아져 있었다. 간호사가 윗니가 흔들리고 있었는데 삽관 호스 교체하다가 두 개가 빠져서 피가 나는 거라 했다. 큰 잘못이 없는 것처럼 얘기한다. 미안한 기색도 없다. 엄마 이가 원래 흔들리고 있었다고 얘기한다. 아랫니도 흔들리고 있단다. 원래 그랬다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 인공호흡기 때문에 입에 물려놓은 큰 플라스틱 때문이겠지…? 모든 것이 병원에 오래 있으면서 생기는 것이 아니겠는가….


엄마 몸이 너무 부어 있어 운동으로 다져진 내 몸보다 더 커졌다. 어깨가 나보다 더 넓었다. 도무지 이래서는 깨어날 것도 같지 않고 깨어나도 자신을 보며 얼마나 괴로워할지 모르겠다. 


과장을 못 본지 일주일이 넘었다. 나는 일부러 면담 신청을 하지 않는다. 늘 같은 소리만 하니까…. 그렇더라도 상태가 악화하면 보호자 면회 시간에 와서 뭐라고 말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닐까? 아마 자기도 꺼려질 것이다. 나아지는 게 없고 답도 안 보이니 말이다. 성실하고 꼼꼼하지만, 능력이나 염치는 없어 보인다.


18:30

누나와 함께 들어갔다. 중환자실에 들어서니 비프음이 계속 울린다. 엄마는 노랗게 물들었고 여전히 전신이 부어있다. 혈압이 100 밑으로 떨어져서 낮고 맥박도 낮에는 70대에서 50~60선에 걸터 있다. 50 이하로 내려가면 경보가 울리는데 중환자실에 머무르는 내내 울어댄다. 승압제 두 개를 꽂아 놓고 계속 보내고 있다. 방광에서는 며칠이 지나도록 출혈이 멈추지 않아 소변 줄과 통에 핏물이 가득 담겼다. 누나가 머리를 쓸어주니 머리카락이 움큼씩 빠진다.


과장과 면담을 요청했다. 오늘 투석은 한 시간밖에 못 하고 왔다고 했다. 또다시 숫자 가지고 설명을 늘어놓는 데 나아진 것이 하나 없다. 


과장에게 이것이 진짜 환자를 위한 것인가 투석을 중단하고 보내는 것이 맞지 않느냐니까 또 우리에게 힘내라고 자기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다. 그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노력하는 모습보다는 결과가 최선이어야 하는데 결과가 최악 중의 최악이다. 점점 만신창이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기가 너무 힘들다. 이 와중에 소장 천공부위는 여전히 아물지 못하고 새고 있단다. 우리는 진정 모르겠다. 이것이 최선인지….






입원 89일 차 6월 21일 (일)


12:00

맥박이 40대에서 뛰고 있다. 계속 주시하고 있어 보니 40~60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다. 불안정한 상태다. 혈압은 기록을 보니 아침에는 괜찮았던 것 같은데 내가 갔을 때는 90/40 정도로 계속 낮은 상태로 있다. 며칠이 지나도록 그 어느 것 하나 나아지지 않았다.


19:08

저녁에 누나가 엄마에게 갔다가 상태를 알려왔다. 맥박이나 혈압은 낮과 비슷하거나 조금 나쁘고 새벽엔 체온이 갑자기 떨어져 전기담요도 했단다. 저녁엔 이불 덮고 있고 승압제 더 올려 맞고 있고 피가 계속 나와 내일 투석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단다. 보통 의식이 아예 없고 소변이 나오지 않으면 지금 같은 상황에선 하루 이틀 만에 돌아가시는데 엄마 상황이 모호한 것 같다고 했단다. 






입원 90일 차 6월 22일 (월)

어젯밤부터 고열에 시달려 이불을 3개나 적셨다. 열이 나면 병원에 들어갈 수 없어서 누나가 갔다.

12:32
엄마는 어제처럼 맥박은 약한 상태고 체온이 36도 아래로 떨어져 이불을 두 겹 덮고 있다고 했다. 간호사한테 물어보니 약물에 의존하고 있는 게 맞고 약물을 조금만 줄여도 위험하다고 한다. 누나가 이번 주 지나면 더는 투석이나 약물 조정 안 했으면 한다니까 이번 주까지 버틸지도 모른다고 했단다.





입원 91일 차 6월 23일 (화)


편도염이 낫는가 싶더니 다시 열이 나서 딸 어린이집 보내놓고 다시금 이불 뒤집어쓰고 누웠다. 자면서 땀을 빼고 있었다.


10:25

누나에게서 어서 챙겨서 병원에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며칠 사이 숫자들이 상태가 좋지 않더니 끝내 위험한 상황이 왔나 싶어 급히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으로 가면서 열이 나는 데 안 들여보내 줄까 봐 걱정했다.


10:30

병원에 오니 인공호흡기 떼고 과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PA가 펌프로 공기를 넣고 있다. 간호사들은 다른 인공호흡기로 바꾸고 있었다. 주사도 이것저것 많이 놓고 석션하는데 입에서 피가 빨려 나온다. 


잠시 뒤 조금 진정되었다. 하지만 맥박은 여전히 낮다. 과장이 아까 심정지가 왔었다고 다시 올 수 있으니 오전 동안 좀 있다가 가라고 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추가로 다른 약물을 쓰거나 승압제를 더 올려 쓰지 않겠다고 했다. 진작에 그랬어야 하는 거 아니었을까? 결과적으로 환자와 보호자의 고통만 가중되었다. 기다리는 동안 아래층 이비인후과에 가서 진료 봤다. 편도염이라고 한다. 다시 중환자실 앞에 왔는데, 오늘은 넘기지 않겠나 싶어 누나에게 말하고 먼저 집에 왔다.


12:23

간호사가 약간 안정세라고 집에 가 있으라 해서 누나도 집에 갔단다.


19:01

면회 다녀온 누나에게서 카톡이 왔다. 엄마 숨소리가 좀 안 좋고 얼굴과 목이 많이 부은 것 같단다. 좀 더 기다려 보잔다. 이제 우리에겐 아무런 희망이 없다. 그저 오늘 밤일지 내일일지 긴장된 시간을 보낼 뿐이다. 내일은 막내 조카 생일이다. 큰 조카 생일 때도 위급상황이 왔었는데, 작은 조카 생일에 또 일이 생기는 건 아닐지 걱정이다.

Posted by 솔파파 대류

입원 80일 차 6월 12일 (금)


12:00

자형이 입원해 있어 혼자 병원에 갔다. 소변 줄에 피가 내려오고 있다. 간호사에게 물으니 방광 내 출혈이 있는 것 같단다. 그래프가 큰 굴곡 없이 비교적 안정적이다. 지난번에 손발만 부었던 것에 반해 이번에는 팔다리가 부어있다. 간호사에게 물으니 소변이 나오지 않아 그렇단다. 


저녁에는 누나가 혼자서 갔다. 중환자실 온 이후로 처음으로 염증 수치가 정상 범주에 들었단다. 희망적으로 본다고 얘기했단다. 의사가 좋아졌다는 말만 하면 그 이후에 상태가 악화하기를 반복했기 때문에 누나가 주말에 악화될 것 같다고 농담도 한다. 


낮에 봤을 때 보니 목 주변으로 피부색이 검붉게 변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좋아진다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입원 81일 차 6월 13일 (토)


12:00

면회시간이 되니 엄마가 투석 실에서 막 내려온다. 이런 상태에서 투석이 큰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하지 않으면 금세 위험해질 것이다. 엄마는 여전히 좋아진 것은 없어 보인다. 팔다리는 여전히 부어 있고 목 주변으로 피부가 더 까매진 것으로 보인다. 다들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아 더 걱정이다.


18:40

누나는 애들 챙기랴, 입원한 매형 챙기랴, 직장은 물론 교육도 받으러 다닌다고 정말 바쁘게 지낸다. 저녁에는 혼자 같다. 좀 늦게 가서 짧게 보고 왔다. 여전히 별다른 변화는 없고 맥박이 70 정도려 느려진 것이 보인다. 아랫입술이 약간 사과 썩은 것처럼 검게 변하고 쭈그러든 것 같다. 입술이 썩어들어가는 것 아닌가 걱정이다. 인터넷에서 손가락 괴사 된다는 글을 봤는데, 위치는 달라도 괴사하는 것으로 보여 마음이 불편하다. 과장 면담 때 물어봐야겠다.






입원 82일 차 6월 14일 (일)


12:00

엄마는 변화가 거의 없다. 하루하루 무슨 변화가 없으니 답답하다. 과장이 왔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또 숫자 가지고 설명하는데, 보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않다. 자기도 이젠 물어보지 않는 한 상세히 말하지 않는다. 오르락내리락하니 현재로써는 큰 의미가 없는 것이다.


목 주위와 얼굴색이 점점 까매진다고 하니 엄마를 살펴보고는 검사해보겠다고 한다. 소변은 여전히 의미 있는 정도로 나오지는 않고 있단다. 입술은 피가 나서 딱지 생긴 거라는 데 나는 아무리 봐도 썩은 것 같다. 일단 간호사와 의사 모두 피딱지라니 더 지켜보면 알 일이다.


과장에게 지금 치료들이 의미 있는 치료인지 모르겠다고 나을 수 있긴 한 거냐고 물으니 흠칫 놀라다가 그러니 자기가 치료하는 거라고 최선을 다할 테니 힘내라며 오히려 나를 위로한다. 나는 지쳤다기보다는 가야 할 환자 붙들고 연명만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물었는데 보호자가 지친 것으로 오해한 것 같았다. 최선을 다할 테니 힘내라는 과장의 말은 고맙지만, 의사라면 병의 치료 결과로 보여주어야 하는데 실망의 시간이 너무 많았다.


18:30

혈압이 100/50 정도로 낮다. 승압제 두 개로 줄였는데 이러다 다시 추가하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병원복 곳곳이 물방울 떨어뜨린 것처럼 젖은 부위가 있어 누나가 들춰서 확인했다. 피부가 짓물러 나온 진물 같은 거다. 수많은 링거를 맞고 배도 열려있다 보니 테이프를 이곳저곳에 붙이는데 그걸 뜯으면서 피부가 같이 뜯긴다고 간호사들이 설명한다. 호흡기 꽂는다고 테이프 붙인 입 주위도 그렇고 내부 장기들도 고장 난 마당에 피부까지 심하게 상하고 회복도 잘 안 되니 얼마나 아플까 싶다. 승압제를 끊고 그냥 편히 보내드려야 하는 게 아닐지 또다시 고민하게 된다. 간호사에게 소독해달라 얘기해놓고 돌아섰다. 






입원 83일 차 6월 15일 (월)


12:00

지금껏 못 보던 노란 수액을 맞고 있다. 혈소판이라 적혀 있다. 뭐가 또 안 좋아진 것인지… 엄마를 유심히 보고 있으면 깨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고 깨어나서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냥 편히 보내줘야 하는데 모든 것이 인공적으로 억지로 붙잡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혈소판에 유통기한이 적혀 있는데 날짜가 다 되었다. 굳이 안 맞아도 되는데 재고 처리한다고 맞는 건 아닌지도 의심스럽다. 나을 수 없는 환자를 병원에서 붙들고 있는 건 아닐까?


3일째 딸꾹질을 하고 다리에 가끔 경련처럼 움찔움찔 움직인다. 그 무엇하나 좋아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나빠지는 모습뿐이다. 의사도 뾰족한 수도 없어 보이는데 매번 기계처럼 수치만 타령하고 있다. 이번 주까지 있어 보다 누나와 상의 후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든지 해야겠다.






입원 84일 차 6월 16일 (화)


12:00

중환자실에 들어서니 엄마 자리에 커튼을 치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응급상황이 생겼을까 걱정했는데 투석하고 방금 내려와 정리하는 중이란다.


맥박이나 혈압이 좀 떨어졌지만 이젠 익숙하다. 금세 또 나아질 테니… 이제 숫자에는 연연하고 싶지 않다. 손이 많이 부었다. 오늘 오전에 한 시간 사이 소변이 100cc 정도 나왔고 그 이후엔 30~50cc 밖에 나오질 않는다. 배뇨기능이 고장 난 지 일주일 정도 된 것 같다. 이게 계속되면 어찌 될는지….


13:21

누나가 엄마 어떤지 물어 왔다. 요즘 메르스 때문에 보호자 한 명씩 면회가 되고 자형도 입원해 있어 낮에는 내가 가고 저녁에는 누나가 가서 엄마를 살핀다.


엄마 상태를 알려주고 나서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거냐고 엄마를 붙잡고 있으면 더 힘들게 하는 거 아니냐고 승압제 중단하는 게 어떻겠냐고 물으니 자기도 엄마의 볼 때마다 불쌍해서 바라보는 게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조금 더 지켜보자고 한다.


나도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변한다. 치료를 중단한다는 것은 엄마를 죽이는 것이니 자식이 해서는 안 되는 짓이 아닐까? 평생 후회로 남지는 않을까 두렵다. 누나는 엄마 생을 엄마가 결정할 수 있도록 기다리자고 한다. 살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고….


19:01

면회 갔던 누나가 과장이랑 면담했나 보다. '범발성 혈관 내 응고'같다고 했단다. 제기랄! 낫기는커녕 합병증만 하나 추가되었다. 혈소판 수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고 염증 수치도 올라 나빠졌단다. 염증 수치는 왜 올라가는지 모르겠고 폐렴일지 몰라 내일 엑스레이 찍어 본다고 했단다. 간 수치도 오르고 있다고 했다. 


누나가 과장에게 물으니 승압제나 다른 링거 제거하는 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 될 것 같다고 했단다. 설령 불법적인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엄마 얼굴 보고나니 그래서는 안 될 것 같다며 전체적으로 나빠지고 있으니 엄마 편하게 보내드릴 준비나 하자고 했다.






입원 85일 차 6월 17일 (수)


메르스 때문에 병원에 들어설 때 체온을 재야 하고 중환자실 들어갈 때 또 재고 이름이랑 연락처도 적어야 한다. 면회도 한 명만 되니 불편해졌다.

12:00
엄마는 평온해 보인다. 맥박은 75, 호흡수 20에서 큰 변동 없이 안정적으로 움직인다. 혈압은 여전히 승압제 두 개를 주입하고 있으며 용량이 줄지 않고 있다. 그래서 적정선을 유지 중이다.

어제 폐렴이 의심된다고 엑스레이 찍었는데 어찌 되었냐니까 간호사가 보고 별다른 변화 없다고 했다. 간은 어떠냐니까 간 보호하는 걸맞고 있단다.

손발은 여전히 부어 있는데 서서히 까맣게 변해가던 목 주위 피부색은 좀 밝아진 건 같다. 안색도 어제보다는 나은 것 같다. 그렇더라도 이제는 큰 희망이 생기지는 않는다.


Posted by 솔파파 대류

입원 69일 차 6월 1일 (월)


엄마는 이제 눈을 잘 뜬다. 우리가 면회하는 시간 30분 중 절반은 눈을 뜨는 것 같다. 과장은 진료 중이라 보지 못했는데 저녁에 누나가 만나서 면담했고 수치들이 좋아지고 있다고 했단다.






입원 70일 차 6월 2일 (화)


중환자실에서 엄마가 투석 중이니 면회 안 된다고 전화가 왔다. 하루 안본 사이 내일은 좀 달라져 있기를 희망한다.






입원 71일 차 6월 3일 (수)


12:00

요 며칠 계속 열이 난다. 얼음 주머니를 몸 구석구석에 대놓는다. 엄마는 계속 자는 것처럼 있다가 두드려 깨우면 잠시 눈을 뜬다. 가래가 끼어 간호사가 석션하면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괴로워한다. 석션 받아내는 통을 보니 붉은색을 띠는 게 피가 섞여 나온 것 같다. 지난번에 간호사가 우악스럽게 밀어 넣더니 그 때문이 아닌가 싶다.


과장이 왔다. 모든 수치가 호전되고 있단다. 소장 문합부에서 누출이 계속되고 있단다. 조금 붙은 것 같은데 봉합하고 터지고를 반복하면서 천천히 붙을 거라는 식으로 말한다. 그를 위해 영양제 양을 늘렸다고 했다. 대장에서는 계속 변은 나오지 않고 점액만 나온다고 했다. 소장도 아물지 않았고 엄마 상태도 이러니 검사를 해볼 수는 없고 점액이 안 나와야 아문 거라고 했다.


엄마의 상태는 좀 나아졌다고 하지만 중간중간 엄마 집을 정리하고 있다. 이제 옷과 가구만 제외하면 거의 다 정리되었다. 엄마가 퇴원하더라도 이제 그 집에서 혼자 살기는 어려워 보인다. 병원비가 급격히 증가했다. 3월 25일 입원해서 5월 2일까지가 270만 원이었는데, 그 이후부터 어제까지 한 달 병원비가 400만 원을 훌쩍 넘겼다. 중환자실 오기 전 간병비가 300만 원 정도 들어갔었던 것을 고려하면 벌써 천만 원이 되는 셈이다. 중환자실에 온 것이 보름 정도인 것을 생각하면 앞으로도 매달 400만 원 정도는 들어가지 싶다. 병원비도 얼마나 나올지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입원 72일 차 6월 4일 (목) - 이젠 불러도 두드려도 반응이 없다.


12:00

병실에 들어서니 엄마를 향해 작은 선풍기가 회전하고 있다. 열이 계속 나고 있다. 얼음을 대고 있어 보지만 잠시 내리다가도 이내 오르는 모양이다. 뭔가 이상이 있으니 열이 나는 거겠지? 메르스 확산으로 중환자실에 마스크를 쓰고 입장해야 하고 온 나라가 들썩인다. 병원에서 사람 지나치는 것까지 께름칙하다. 오늘은 엄마를 두드려 봐도 불러도 별 반응이 없다. 열 때문인지 의식이 흐려지나 보다. 소변을 매일 체크 해보는데, 붉은 기운이 많이 띠는 것이 피가 섞여 나오는 것 같다. 소변 주머니 아래에 피 찌꺼기 같은 것도 보인다. 소장 내용물 석션하는 통에도 피 같은 것들이 고여있다. 


하루하루 좋아지는 모습을 봐도 될까 말까 한 상황에서 참 힘든 시간이다. 서서히 말라죽어 가는 것만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당장 목숨이 다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지금껏 과장을 수없이 만났지만 해결된 병은 정말 하나도 없고 속 시원한 답변도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 열심히 해줘서 고마운 것은 있지만 이게 어디 그런 것으로 대신할 수 있는 일인가…. 결과적으로 우린 무능한 의사를 만난 것이다.






입원 73일 차 6월 5일 (금) - 맥박 저하


이모랑 온천장 외삼촌, 외숙모가 오셨다. 열이 떨어지지 않아 얼음 주머니를 계속 끼우고 있다. 맥박이 100 정도였는데 60대로 주저앉았다. 상태가 나빠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과장이 와서 어른들이랑 누나가 면담하는데 몰려들어 나는 엄마 본다고 얘기를 듣지 못했다. 자정에 일시적 쇼크로 호흡곤란에 빠졌었다는 얘기를 들은 후 누나가 이건 아닌 것 같다며 또 병원을 옮기자고 했다. 오랜만에 병원비 청구서가 나왔다. 애초에 원무과에서 얘기하거나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적게 나왔다. 


저녁에 누나에게서 연락이 왔다. 누나는 종일 그 문제로 아는 사람 총동원해서 알아봤나 보다. 그리고 결론은 또 그냥 있게 되었다. 






입원 74일 차 6월 6일 (토)


12:00

이모와 엄마 집 정리 좀 하고 병원으로 갔다. 어제까지만 해도 퉁퉁 부었던 발의 붓기가 신기하게 다 빠져 있었다. 손발이 풍선처럼 부풀었다 빠지기를 몇 차례 반복해서 그런지 손발이 쭈글쭈글하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다행히도 욕창이 생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상황에 욕창마저 생긴다면 얼마나 엄마가 고생할지 모르니 말이다.


맥박이 50~60으로 현저히 떨어져 있다. 분당 호흡수도 지금까지 20을 넘은 적이 많이 없었는데, 이제는 25~30 근처에서 움직인다. 열을 잡기 위해 온몸에 알코올을 묻힌 천을 덮어놓았다. 


18:00

메르스 때문에 이제는 체온까지 측정해야 중환자실에 들어갈 수 있다. 과장과 면담하는데, 염증 수치는 조금 나아졌다고 말하고 모니터로 결과를 보여 주는데 오히려 올라가 있었다. 보니까 그것도 며칠 만에 나온 값이던데 실수나 착각이겠지만, 제대로 신경 쓰는 게 맞나 싶은 의혹도 스쳤다. 염증 수치는 10.00 이하가 정상인데 17.00을 나타내고 있었다. 이 병원 온 후로 정상 범주에 있었던 적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콩팥은 검사해보고 화요일에 다시 투석하던지 결정한단다. 소변이나 가래 빼는 곳으로 피 찌꺼기 같은 게 나오는 것은 투석할 때 혈액 응고를 방지하는 약을 쓰는데 그것 때문이라고 했다.


소장 문합부를 어제 다시 꿰맸는데 내일까지만 새어 나오지 않으면 완전히 아문 것이라고 했다. 이틀이 지나면 실이 느슨해지는데 그것만 잘 넘어가면 된다고 했다. 열이 나고 염증 수치가 오른 것도 이것만 잘 아물면 좋아질 거란다. 내일 하루를 잘 넘기는 것이 고비다. 엄마는 고통스러운지 어제오늘 계속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인다. 호흡기를 끼우고 있어 좋지 않은데 의식이 희미한 속에서도 얼마나 괴로우면 그럴까 싶다. 






입원 75일 차 6월 7일 (일)


정오와 저녁에 누나와 면회를 갔지만, 엄마는 아무 변화가 없다. 낮에 수혈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소변 주머니가 피로 물들었다. 이대로 얼마나 더 있어야 할지 기약이 없다는 것이 더 힘들다. 나아서 일어나 걸을 수 있는지 살아나기는 할지 알 수가 없다. 






입원 76일 차 6월 8일 (월)

12:00
엄마 상태가 변화 없음이 이젠 익숙하다. 과장과 면담을 했다. 소장 봉합 부위는 새지 않는다 하고 대장 봉합 부위도 며칠째 나오는 게 없다고 했다. 이제 소장과 대장이 아물었다고 보는 것이다. 감염 요인이 없으므로 염증 수치 등 각종 수치가 나아지리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그런 것들만 좋아지면 열어놓고 있는 복부도 닫는다고 했다. 열이 계속 나는 원인을 찾지 못해 우려스럽다고 했다. 며칠째 계속 열이 나면서 맥박이나 호흡수가 들쭉날쭉해지고 있다. 아무리 빨라도 한 달 이상은 중환자실에 있어야 한다는 말도 했다. 참 답답하다. 콩팥 수치도 좋지는 못해 내일 투석도 하기로 했다.


Posted by 솔파파 대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