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80일 차 6월 12일 (금)


12:00

자형이 입원해 있어 혼자 병원에 갔다. 소변 줄에 피가 내려오고 있다. 간호사에게 물으니 방광 내 출혈이 있는 것 같단다. 그래프가 큰 굴곡 없이 비교적 안정적이다. 지난번에 손발만 부었던 것에 반해 이번에는 팔다리가 부어있다. 간호사에게 물으니 소변이 나오지 않아 그렇단다. 


저녁에는 누나가 혼자서 갔다. 중환자실 온 이후로 처음으로 염증 수치가 정상 범주에 들었단다. 희망적으로 본다고 얘기했단다. 의사가 좋아졌다는 말만 하면 그 이후에 상태가 악화하기를 반복했기 때문에 누나가 주말에 악화될 것 같다고 농담도 한다. 


낮에 봤을 때 보니 목 주변으로 피부색이 검붉게 변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좋아진다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입원 81일 차 6월 13일 (토)


12:00

면회시간이 되니 엄마가 투석 실에서 막 내려온다. 이런 상태에서 투석이 큰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하지 않으면 금세 위험해질 것이다. 엄마는 여전히 좋아진 것은 없어 보인다. 팔다리는 여전히 부어 있고 목 주변으로 피부가 더 까매진 것으로 보인다. 다들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아 더 걱정이다.


18:40

누나는 애들 챙기랴, 입원한 매형 챙기랴, 직장은 물론 교육도 받으러 다닌다고 정말 바쁘게 지낸다. 저녁에는 혼자 같다. 좀 늦게 가서 짧게 보고 왔다. 여전히 별다른 변화는 없고 맥박이 70 정도려 느려진 것이 보인다. 아랫입술이 약간 사과 썩은 것처럼 검게 변하고 쭈그러든 것 같다. 입술이 썩어들어가는 것 아닌가 걱정이다. 인터넷에서 손가락 괴사 된다는 글을 봤는데, 위치는 달라도 괴사하는 것으로 보여 마음이 불편하다. 과장 면담 때 물어봐야겠다.






입원 82일 차 6월 14일 (일)


12:00

엄마는 변화가 거의 없다. 하루하루 무슨 변화가 없으니 답답하다. 과장이 왔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또 숫자 가지고 설명하는데, 보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않다. 자기도 이젠 물어보지 않는 한 상세히 말하지 않는다. 오르락내리락하니 현재로써는 큰 의미가 없는 것이다.


목 주위와 얼굴색이 점점 까매진다고 하니 엄마를 살펴보고는 검사해보겠다고 한다. 소변은 여전히 의미 있는 정도로 나오지는 않고 있단다. 입술은 피가 나서 딱지 생긴 거라는 데 나는 아무리 봐도 썩은 것 같다. 일단 간호사와 의사 모두 피딱지라니 더 지켜보면 알 일이다.


과장에게 지금 치료들이 의미 있는 치료인지 모르겠다고 나을 수 있긴 한 거냐고 물으니 흠칫 놀라다가 그러니 자기가 치료하는 거라고 최선을 다할 테니 힘내라며 오히려 나를 위로한다. 나는 지쳤다기보다는 가야 할 환자 붙들고 연명만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물었는데 보호자가 지친 것으로 오해한 것 같았다. 최선을 다할 테니 힘내라는 과장의 말은 고맙지만, 의사라면 병의 치료 결과로 보여주어야 하는데 실망의 시간이 너무 많았다.


18:30

혈압이 100/50 정도로 낮다. 승압제 두 개로 줄였는데 이러다 다시 추가하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병원복 곳곳이 물방울 떨어뜨린 것처럼 젖은 부위가 있어 누나가 들춰서 확인했다. 피부가 짓물러 나온 진물 같은 거다. 수많은 링거를 맞고 배도 열려있다 보니 테이프를 이곳저곳에 붙이는데 그걸 뜯으면서 피부가 같이 뜯긴다고 간호사들이 설명한다. 호흡기 꽂는다고 테이프 붙인 입 주위도 그렇고 내부 장기들도 고장 난 마당에 피부까지 심하게 상하고 회복도 잘 안 되니 얼마나 아플까 싶다. 승압제를 끊고 그냥 편히 보내드려야 하는 게 아닐지 또다시 고민하게 된다. 간호사에게 소독해달라 얘기해놓고 돌아섰다. 






입원 83일 차 6월 15일 (월)


12:00

지금껏 못 보던 노란 수액을 맞고 있다. 혈소판이라 적혀 있다. 뭐가 또 안 좋아진 것인지… 엄마를 유심히 보고 있으면 깨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고 깨어나서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냥 편히 보내줘야 하는데 모든 것이 인공적으로 억지로 붙잡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혈소판에 유통기한이 적혀 있는데 날짜가 다 되었다. 굳이 안 맞아도 되는데 재고 처리한다고 맞는 건 아닌지도 의심스럽다. 나을 수 없는 환자를 병원에서 붙들고 있는 건 아닐까?


3일째 딸꾹질을 하고 다리에 가끔 경련처럼 움찔움찔 움직인다. 그 무엇하나 좋아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나빠지는 모습뿐이다. 의사도 뾰족한 수도 없어 보이는데 매번 기계처럼 수치만 타령하고 있다. 이번 주까지 있어 보다 누나와 상의 후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든지 해야겠다.






입원 84일 차 6월 16일 (화)


12:00

중환자실에 들어서니 엄마 자리에 커튼을 치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응급상황이 생겼을까 걱정했는데 투석하고 방금 내려와 정리하는 중이란다.


맥박이나 혈압이 좀 떨어졌지만 이젠 익숙하다. 금세 또 나아질 테니… 이제 숫자에는 연연하고 싶지 않다. 손이 많이 부었다. 오늘 오전에 한 시간 사이 소변이 100cc 정도 나왔고 그 이후엔 30~50cc 밖에 나오질 않는다. 배뇨기능이 고장 난 지 일주일 정도 된 것 같다. 이게 계속되면 어찌 될는지….


13:21

누나가 엄마 어떤지 물어 왔다. 요즘 메르스 때문에 보호자 한 명씩 면회가 되고 자형도 입원해 있어 낮에는 내가 가고 저녁에는 누나가 가서 엄마를 살핀다.


엄마 상태를 알려주고 나서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거냐고 엄마를 붙잡고 있으면 더 힘들게 하는 거 아니냐고 승압제 중단하는 게 어떻겠냐고 물으니 자기도 엄마의 볼 때마다 불쌍해서 바라보는 게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조금 더 지켜보자고 한다.


나도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변한다. 치료를 중단한다는 것은 엄마를 죽이는 것이니 자식이 해서는 안 되는 짓이 아닐까? 평생 후회로 남지는 않을까 두렵다. 누나는 엄마 생을 엄마가 결정할 수 있도록 기다리자고 한다. 살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고….


19:01

면회 갔던 누나가 과장이랑 면담했나 보다. '범발성 혈관 내 응고'같다고 했단다. 제기랄! 낫기는커녕 합병증만 하나 추가되었다. 혈소판 수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고 염증 수치도 올라 나빠졌단다. 염증 수치는 왜 올라가는지 모르겠고 폐렴일지 몰라 내일 엑스레이 찍어 본다고 했단다. 간 수치도 오르고 있다고 했다. 


누나가 과장에게 물으니 승압제나 다른 링거 제거하는 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 될 것 같다고 했단다. 설령 불법적인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엄마 얼굴 보고나니 그래서는 안 될 것 같다며 전체적으로 나빠지고 있으니 엄마 편하게 보내드릴 준비나 하자고 했다.






입원 85일 차 6월 17일 (수)


메르스 때문에 병원에 들어설 때 체온을 재야 하고 중환자실 들어갈 때 또 재고 이름이랑 연락처도 적어야 한다. 면회도 한 명만 되니 불편해졌다.

12:00
엄마는 평온해 보인다. 맥박은 75, 호흡수 20에서 큰 변동 없이 안정적으로 움직인다. 혈압은 여전히 승압제 두 개를 주입하고 있으며 용량이 줄지 않고 있다. 그래서 적정선을 유지 중이다.

어제 폐렴이 의심된다고 엑스레이 찍었는데 어찌 되었냐니까 간호사가 보고 별다른 변화 없다고 했다. 간은 어떠냐니까 간 보호하는 걸맞고 있단다.

손발은 여전히 부어 있는데 서서히 까맣게 변해가던 목 주위 피부색은 좀 밝아진 건 같다. 안색도 어제보다는 나은 것 같다. 그렇더라도 이제는 큰 희망이 생기지는 않는다.


Posted by 솔파파 대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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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 77일 차 6월 9일 (화) - 승압제 사용 시작


늦잠 자는 바람에 병원에 가지 못했다. 3월 25일 이후로 연수 갔던 날 제외하면 하루도 빠짐없이 엄마에게 갔었는데, 오늘 처음으로 가지 못 했다. 누나에게 연락이 왔다. 엄마가 투석 3시간 하고 나왔는데 맥박이 150까지 올랐단다. 과장이 좀 있다가 올 것이고 계속 그렇게 빨리 뛰면 약으로 조절한다고 했단다. 이젠 투석도 받기 어려울 만큼 기력이 없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다.


18:40

누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평소라면 전화 올 시간이 아닌데 전화가 와서 불길했다. 엄마가 고비라서 볼 사람 있으면 오늘까지 와서 보라고 했단다. 운행 마쳐놓고 병원으로 향했다. 


19:00

병원에 오니 누나가 입구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나는 침착하게 손을 씻고 엄마에게 향했다. 못 보던 기계가 추가되어 있다. 맥박이 140~150으로 매우 빠르고 혈압이 100/60 정도로 낮다. 원래 혈압이 더 떨어져서 잘 안 올랐는데 승압제를 기계 두 개로 넣어주고 있어 그나마 오른 거란다. 승압제를 쓰면 맥박이 빨리 뛰는데 그렇다고 맥박 때문에 승압제를 쓰지 않으면 저혈압으로 쇼크가 올 수 있는 딜레마에 빠진 것 같다.


기나긴 시간 동안 이제 대장과 소장이 거의 아물어 희망이 생기나 싶었는데 이 병원! 어찌 이리도 준 것을 잘도 뺏어 가는지 모르겠다.


엄마는 의식을 완전히 잃었다. 아무리 부르고 두드려도 반응이 없다. 간호사 말로는 소변이 나오지 않은 지도 오래되었단다. 투석기가 무리하게 돌아가서 그런가? 어제까지만 해도 과장이 희망 있게 얘기했었는데 하루 사이 이렇게 되니 허망하다.


누나가 계속해서 울먹이며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을 했다. 나도 참으로 많은 말이 떠오르고 하고 싶었는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냥 "내일 낮에 올게…."라고 늘 하던 말만 하고 병원을 나왔다.


엄마가 처음 입원하던 날이 생각난다. 첫 수술 끝나고 며칠간은 괜찮았는데 문합부 누출이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하루하루 시들어 갔다. 과장이 별것 아닌 것처럼 나을 수 있을 것처럼 자신감을 보였던 것이 원망스럽다. 엄마가 새벽에 내게 전화해 응급실로 향할 때 입원할지 모른다고 칫솔이랑 수건 챙길 때 아프다면서 그런 거 챙기고 있느냐며 짜증 부렸는데 이렇게 위태로운 상황까지 오게 되다니…. 인간은 누구나 흙으로 돌아가기 마련이지만 한평생 마음고생만 하다가 가시는 것이 너무 가슴 아프고 말 한마디 남기지 못하고 가신다는 것이 너무 억울하다. 빌어먹을 인공호흡기가 꼭 필요했던 걸까….


누나가 엄마에게 아프지는 않으냐고 말할 때 제발 그렇기를 바랄 뿐이었다. 엄마 가시는 길에 고통이라도 없었으면 좋겠다. 내일이 밝았을 때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엄마가 기적적으로 눈도 떠 주기를 간절히 기도 한다.






입원 78일 차 6월 10일 (수) - 자가 호흡 중단


12:00

마음이 조급하다. 엄마의 상태가 걱정된다. 혈압이 조금 오르고 맥박이 조금 떨어져서 위험한 고비는 넘겼다. 과장이 와서 면담하는데 뾰족한 수도 없어 보이고 수치를 또 설명하는데 이제 더는 그 말이 들리지도 듣고 싶지도 않다. 그가 아무리 뭐라 말한들 우리가 보기에는 그저 서서히 죽어가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과장이 할 얘기 다 하고도 우린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한다. 나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희망적인 얘기를 기다리는 것 같다. 기다려도 숫자 가지고 설명하는 기계적인 말뿐이다. 어느 때보다 무거운 마음으로 병원을 나왔다.


누나가 엄마 귀에 대고 조카 생일이라고 얘기했다. 평소라면 잊지 않았을 텐데 정신없다 보니 까맣게 잊고 있었다.


18:29

불길하게 누나가 또 전화를 했다. 아니나 다를까 엄마가 다시 위독하다고 한다. 어제는 승압제 두 개를 썼고 오늘 낮에는 줄여서 하나를 쓰고 있었는데 지금은 세 개를 투입하는데도 혈압이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과장도 계속 자리를 지키며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승압제를 쓰면 환자도 고통스럽고 장시간 쓰면 손발이 괴사한다는 등 무서운 부작용이 많았다. 가망이 없다고 보이면 이것은 환자에게 고통이지 않을까 싶다. 누나에게 승압제 그만 쓰고 편히 보내드리자고 했다. 


23:00

일 마치고 병원에 도착했다. 과장이 엄마를 바라보고 있다. 맥박 95, 혈압 95/43, 호흡수 20! 혈압은 계속 오르지 않고 소변 통은 텅 비어있다. 엄마가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아, 끝내 사랑한다고 말해버렸다. 그리고 그동안 흐르지 않았던 눈물도 터져버렸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한결이 생일이라고 말해줬다. 손녀 생일은 넘겨야 할 테니 말이다.


주변의 기계들이 너도나도 비상등을 켜며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상태가 수시로 급변하는 상황이다. 그에 비해 호흡은 일정한 듯해서 과장에게 물으니 자가 호흡이 없고 기계로 숨을 쉬고 있다고 했다. 실컷 울고 나니 누나가 왔다. 과장이 집이 가까우니 가 있으란다.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 꽂을 때부터 줄곧 손을 묶어 놨었는데, 누나가 풀어주고 나왔다. 엄마가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고통스러워 하는 듯해서 손을 꼭 잡으니 또 눈물이 났다. 손가락 끝이 부풀어 있고 손톱은 말렸으며 피부는 딱딱해져 엉망이다. 손을 잡으며 손가락을 바라보려는데 눈물 때문에 흐려서 보이질 않았다.


마지막까지 끝내 한마디 하지 못하고 간다는 것이 가슴에 사무친다. 나는 나중에 이 의사에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해줘서 고맙다고 해야 할지 하나부터 열까지 온갖 부작용 겪으며 힘들게 가게 한 것을 원망해야 할지 모르겠다. 40분쯤 있었을까 엄마는 더 움직이지 않고 숫자들도 큰 변화가 없다. 내일 다시 면회시간에 만날 수 있기만을 바라며 병원을 나왔다.






입원 79일 차 6월 11일 (목)


12:00

병원에 도착하니 엄마가 막 투석을 받고 내려왔다. 간호사 말로는 3시간 받았다는데 뒤이어 들어온 과장 말로는 2시간이라 한다. 서로 말이 달라서야….


엄마의 상태는 수치상은 어제보다 안정적이다. 승압제를 또 3개를 꽂았는데 하나당 일반적으로 쓰는 양의 네 배라고 했다. 그렇다면 합쳐서 열두 배라는 말인데… 잔인했다. 하지만 그리하지 않으면 저혈압 쇼크사할 것이니 선택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의식도 없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그저 바라만 보다 나왔다.


병원을 나오면서 장례식장에 들러 상담을 받았다. 예전에 아빠 장례 치를 때 기억이 떠올랐고 아마도 같은 호실을 쓰게 될 것 같다. 불필요한 허례허식은 삼가고 간소하게 치르기로 했다.

Posted by 솔파파 대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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