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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로병사의 비밀/일곱 살 아데노이드 수술

편도 절제(제거)와 아데노이드 수술

by 대류 2019. 4. 29.

입원일

 

2시까지 와서 입원하라고 했다. 1시 반에 병원에 도착했다. 의사를 만나 입 안쪽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편도가 너무 커 편도 두 개가 거의 붙어서 숨길을 막고 있었다. 좀 더 일찍 수술했어야 하는 거 아니었나 아쉬웠다.

 

구강호흡 때문인지 얼굴이 제법 많이 길어졌다. 일찍 했으면 더 동글동글하지 않았을까?

 

담당의를 만나고 입원 절차를 밟고 입원실 배정을 받고 나니 3시가 다 되었다. 출근해야 하는데, 다시 이비인후과로 오란다. 레지던튼가 보조 의사(?)를 만나 수술에 대한 아주 간략한 설명을 듣고 수술 동의서에 사인했다.

 

우리 아이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병원에 잘 있다. 두려움이라고는 1도 보이지 않아 걱정을 많이 덜었다.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것일까? 

 

장인어른이 봐주시고 나는 출근했다. 저녁에는 와이프가 와서 보고 내일은 연차를 냈다.

 

 

수술당일

 

오늘 8시 반에 수술실로 들어가고 9시에 수술하기로 되어 있다. 7시 반에 일어나서 7시 40분에 집을 나섰다. 번영로 진입 구간에서 출근 차량 때문에 차가 엄청나게 밀렸다. 혹시나 아이 수술 들어가는 것도 보지 못할까 봐 밟을 수 있는 구간은 최대한 밟았다. 다행히 8시 30분 전에는 도착했다.

 

8시 36분 수술실로 들어갔다.

 

수술실에서 대기하며 수술 직전까지 아이를 안심시키려는지 수술방 바로 옆에 회복실까지 보호자 한 명이 같이 들어갈 수 있다. 아내가 들어갔다.

 

우리 아이는 수술이 뭔지 모르는걸까? 하나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 더 안스럽게 느껴진다. 가끔 수술 치료하는 방송 프로를 같이 봤기 때문에 잘 알텐데 정말 용감한건가?

 

10시 5분 

수술실에 누가 들어갈 때 우리 아이 침대가 수술실 안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회복실로 이동하는 것 같았다.

 

10시 35분

수술실 앞에 있으니 솔이가 나왔다. 아내가 회복실에 들어갔었는데, 수술실 나와서 아프다고 울고불고 난리였단다. 내가 봤을 때는 진통제 맞고 잠들어 있었다.

 

얼굴이 조금 부어 있는상태다. 병실에 오니 간호사가 4시간 동안 금식하고 목이 많이 부으니 얼음찜질 해주란다. 가만히 보고 있으니 얼굴을 찌푸리고 기침도하더니 침을 뱉는다고 하더니 피가 섞여 나왔다. 먼저 수술한 지인에게 얘기 들으니 피를 엄청 뱉어내서 아이가 그걸 보고 놀란다고 했다. 우리 아이는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안쓰러운 것은 매 한가지다.

 

그래도 진통제 때문인지 크게 고통스러워 하지는 않는다. 유튜브 틀어주니 누워서 잘 본다. 아무렇지도 않아 하는 것이 더 마음 아프다. 그 못브을 보고 출근 했다. 

 

저녁

아내에게 카톡이 왔는데...  저녁식사가 나왔단다. 찬미음 이라는데, 따뜻해도 겨우 먹을까말깐데 차가우니 애가 먹었을 리 만무하다. 결국 어젯밤부터 꼬박 하루 동안 빵빠레 하나 먹은 것이다.

 

성인도 수술하고 나면 입맛이 없을 건데 편식 심한 아이가 먹을 리 없어서 영양제라도 놔줄 수 없냐니까 표준 의료약관 어쩌면서 안 된단다.

 

 

 

 

수술 다음 날

 

아내가 출근해야 해서 6시 47분에 병원에 도착했다. 아이가 평소보다 잘 때 소리가 안 나는 것 같다.  나도 간이침대에서 눈을 붙였다. 제길 침대가 너무 작다. 쿠션도 너무 형편없다. 자고 일어나면 몸이 상할 것 같다. 다리가 10cm 넘게 벗어나고 가로 폭도 좁아 팔장을 끼고 있어야 한다.

불편한 와중에 겨우 잠들려는데 7시 30분 되니 간호사가 깨운다. 이비인후과 가서 외래 진료 보고 오란다. 간호사도 없고 의자에 다른 환자들이 앉아 나름의 순서대로 면담하러 간다. 담당의는 아니고 레지던트 같은 젊은 의사가 수술상태를 본다.

 

입안을 촬영해 보여주는데 기도를 거의 막았던 편도가 완전히 사라졌다. 목젖이 수포 오르듯이 부어올라 있었다. 피도 안 나고 목젖은 수술하고 났으니 부을 수 있다고 아이스크림 먹이란다.

 

돌아오니 식사가 와있다. 흰죽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국물이 두 개가 있다. 너무너무 먹기 싫게 생겼는데 아빠가 있으니 그래도 크게 반항하지 않고 먹었다. 왜냐하면 말 잘 듣고 잘 견디면 장난감 사주니까...

 

8시25분

식사중에 갑자기 애가 발이 아프다며 눈물을 짠다. 만져보니 오른쪽 발가락 위쪽이 조금 부은것 같다. 언제부터 아팠냐니까 방금부터 그렇단다. 이해할 수 없는 증상이다.

 

8시 45분

식사하고 있는데 의사가 회진왔다. 입안을 보려고 했는데 입에 음식물이 있다고 하니 아까 다른 의사가 봤으니 뭐... 붓기 좀 빠지면 숨소리 고르고 호흡이 많이 편해진단다.  

목이 아파서 그런가 말을 걸어도 대답을 잘 안 하고 말수가 부쩍줄었다. 수술실의 공포와 마취에서 깬 후 고통에 대한 충격이 있었나 싶기도 하다. 아플거라고 미리 설명을 좀 해줄걸 그랬다.

 

 

2주 경과

 

우린 맞벌이라 낮에 봐 줄 사람이 없으니 1주일은 외할머니 집에서 요양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왔고.... 제대로 먹질 못하니 살이 너무 빠져서 2주가 되기 전에 안되겠다 싶어 일반식을 먹였다. 자극적이지 않게 미역국 같은 걸로 먹였다.

 

수술하고 다음 주에 외할아버지랑 외래진료 다녀 왔고.... 그 다음 주에 유치원 가기 전에 내가 데리고 병원에 갔다. 잘 낫고 있으니 이제 더이상 병원에 올 필요 없고 약도 먹을 필요 없단다. 이렇게 금세 수술과 회복이 될 줄이야.... 먼저 수술 한 지인은 한 달 뒤에 살펴보자고 했다고 하던데... 우린 안 와도 된다니 수술이 무척이나 잘 됐나 보다.

 

 

 

현재

 

수술한 지 17일 차다. 일상과 다른 것이 아무것도 없다. 과자도 잘 먹고 건강한 것 같다. 어젯밤에 잘 때 숨소리를 들으니 소리가 전혀 안 난다. 매우 편안하게 자는 것 같았다. 아이에게 물어보니 음식도 잘 넘어가고 숨쉬기도 편하다고 한다.

 

수술 전에는 많이 망설인 것이 사실이다. 멀쩡하게 잘 지내는 아이에게 괜히 칼대는 수술해서 오히려 안 좋을까 봐 말이다. 불편해도 그냥 사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다. 지금 와서는 수술이 잘 되어서 그런 거겠지만, 수술시키길 너무 잘했다.

 

목소리가 변했다. 이것은 일시적인 것인지 영구적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목소리가 좀 더 카랑카랑 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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