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 1일 차 6월 24일 (수) - 입원 92일 차 


05:58


새벽 3시나 되어 잠들었을까? 얼마 자지 못하고 전화가 울렸다. 이른 새벽 누나가 전화했으니 반사적으로 일어나 뛰쳐나갔다.


06:11

병원에 도착했다. 엄마가 너무 처참한 모습이다. 앞니 두 개가 없으니 얼굴이 엉망이고 누나 말대로 목과 얼굴이 부어 있어 울 엄마가 맞나 싶었다. 손발 눈까지 붓지 않은 곳이 없다. 6시 15분경 과장이 "사망하셨습니다."라고 말하며 인공호흡기를 떼니 정말로 숨을 쉬지 않는다. 진작에 사망해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은 의혹마저 든다. 지난 3개월이 영상처럼 지나간다. 믿어지지 않는다. 배 아프다고 하기 하루 전만 하더라도 손녀 돌봐주고 왕성하게 활동하던 사람이 이렇게 처참한 몰골로 죽었다니 참 의사를 탓하고 싶지는 않지만 나는 그것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과장과 간호사들이 한참을 뒷수습했고 이제야 엄마는 아무런 주사도 호스도 없는 자유가 되었다. 그런데 빠진 이와 불어터진 입술 때문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아 정말 바라보기가 힘들었다. 엄마가 눈앞에서 숨을 쉬지 않는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07:10

영안실 직원이 엄마를 데리러 왔다. 엄마가 한 달여 동안 누워 있던 침대보로 엄마를 돌돌 말아 싸매서 이동 침대로 옮겼다. 


07:17

지하 2층 퀴퀴한 냄새가 나는 안치실 또 왔다. 안치실도 장례식장 호실도 아빠가 쓰던 그대로라 낯설지 않다. 냉장고같이 생긴 안치실에 엄마가 들어갔다.


07:30

장례식장 상담실에 들러 앞에 상담했던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상품을 골랐다. 되도록 간소하게 한다고 했는데, 그래도 모든 부분의 가격이 만만치 않다. 무려 한 시간 가까이 걸린 것 같다.


상담 마치고 누나와 나는 각자 집으로 가서 준비해서 10시에 다시 병원에 왔다. 짐을 풀고 원무과에서 결제하러 오라는 호출이 와서 올라갔다. 원무과 직원이 계산하는 데만도 한참 걸렸다. 비급여를 제외하고는 개인부담금 500만 원 이상 부과하지 않는다고 설명해줬다. 중환자실에 있다 보니 비급여가 많아서 병원비로 830만 원가량을 지급했다. 나는 우리 담당과장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병원비에 대한 탕감이 어느 정도 있을 거로 기대했는데 이 과장은커녕 오히려 누나 아는 지인의 힘으로 10% 할인이 되었다고 한다.


병원비 결제를 마치고 내려와 장례식장 직원이 하라는 데로 간단히 술 올리고 절하고 앉아 있는데 염하는 직원이 와서 3시에 하기로 한 입관을 조금 미뤄야겠다고 했다. 시신이 너무 부어있어 물이 계속 나와 부위별로 감싸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도 많이 흔들리고 손상이 심해서 오래 걸린다고 했다. 너무 속상했다. 누나 얘기 들어보니 시신이 많이 부어 배를 꿰매지도 못했다고 하던데, 다리 쪽 하고 진물도 상당하다고 하니 몸서리가 쳐졌다.


점심을 먹고 입관하러 갔다. 삼배로 칭칭 감겨있는 모습이 얼마 전까지 살아 숨 쉬고 아프다고 얼굴 찌푸리던 그 사람이 맞나 모르겠다.






장례 2일 차 6월 25일 (목)


02:00

마지막 조문객까지 돌아갔다. 생각외로 많은 사람이 다녀가 고된 하루였다. 편도는 여전히 부었고 혓바늘마저 돋으려 하고 있다. 코 밑은 헐어서 꼴이 말이 아니다. 겨우 잠들었다.


09:10

원무과에서 직원이 왔다. 어제 병원비 결제했는데 과장이 원장에게 말해 병원에서 총 병원비의 50%를 D/C 해줬고 본인이 100만 원을 사비로 냈으니 다시 결제해주겠다고 했다. 어차피 병원비는 미리 준비해놨었고 보험에서 보상받을 수 있으므로 받지 않고 싶었다. 그것으로 책임을 면피하려는 느낌이 들었고 우리가 그것을 받으면 나중에 소리 내기 힘들어지지 않을까 싶어서다. 하지만 누나와 아내의 생각이 나와 달라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12:20

후배랑 휴게실에서 얘기하고 나오다 과장과 마주쳤다. 조문을 온 것이다. 그가 엄마에게 절을 하는데 내내 흐르지 않던 눈물이 터져 나오려고 했다. 눈물을 삼키느라 고맙다는 말도… 원망스럽다는 말도… 하지 못했다. 앞으로 내가 엄마를 떠올리면 이 사람은 항상 같이 생각날 것 같다.


서울에서 일하던 후배와 제자가 찾아오고 제주도에서 친구가 날아왔다. 수년간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을 만나게 되었고 아내와 누나, 자형의 주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장례 3일 차 6월 26일 (금)


발인하는 날이라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며칠째 계속되는 편도염에 이젠 입안도 헐기 시작했다. 코가 헐어 있는 것까지….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피로를 풀 시간이 없으니 컨디션이 최악이다.


운구해주는 친구와 후배들이 관을 버스에 실었다. 모두가 앉아서 가는데 엄마는 꽁꽁 묶이고 관에 갇혀 누워서 가야 한다니, 정신없는 이틀을 보내며 잊었던 사실을 다시 상기하게 되었다. 엄마가 그토록 기다리던 병원 밖으로의 탈출이다. 3개월 만에 드디어 병원을 벗어나게는 되었지만, 이젠 더 답답한 땅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엄마를 휠체어 태워 산책하면서 억지로라도 먹어 기운 내서 어서 걸어나가자고 얘기했었는데 이렇게 나가게 되다니 참담하고 참담하고 참담하다.


10시경 산소에 도착했다. 인부들이 땅을 파 놓았는데 생각보다 깊다. 엄마를 좋은 곳에 모시는 거지만, 얼마나 어둡고 답답할지 걱정이다. 부디 사후 세계가 있어 영혼은 하늘로 갔기를 바랄 뿐이다. 제를 지내고 엄마만 남겨두고 돌아왔다.


가족 친지들이 점심 후 뿔뿔이 흩어졌다. 집에 오자마자 아내는 잠이 들었고 나는 어질러진 집을 청소했다. 딸이 어린이집에서 올 시간에 맞춰 아내가 마중을 나갔고 나는 목욕탕에서 피로를 푼 뒤 집에서 몇 시간이나 잤다. 이제 엄마는 없지만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6월 27일 (토)


철거업자를 불러 엄마 집을 치웠다. 이제 엄마 집에는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다. 배 아프다고 내게 전화했을 때 입원할 것을 직감한 엄마가 그 아픈 와중에도 집에 들러 칫솔이랑 수건을 챙겼었는데…. 훨체어를 타야만 움직일 수 있었던 엄마가 집에 한번 가보고 싶다 했을 때 내가 집은 무슨 집이냐고 병이나 나을 생각이나 하라 했는데 어느 날인가? 환자복 입고 휠체어 타고 누나와 집에 갔었던 모양이다. 그때 그렇게라도 갔던 것이 참 다행이다. 엄마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으니 말이다.


자꾸만 과장이 마음 편히 있을까 봐 걱정된다.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계속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닐까? 그깟 병원비 조금 할인해주고 내가 고마워할 거로 생각할까 봐 걱정이다. 그가 조문 왔을 때 진심이 느껴지긴 했지만 그래도 그가 마음이 불편했으면 좋겠다. 


엄마의 마지막 모습이 계속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병원을 옮기려 했을 때 과장이 붙잡았던 것이 원망스럽다. 그것은 어쩌면 그 과장의 욕심과 회피와 이기심이었을 것이다. 엄마의 마지막 모습은 소변이 배출되지 않아 퉁퉁 부어 있었다. 신장의 기능 문제가 있었을 테지? 중환자에게 24시간 받는 투석이 왜 중요하고 우리가 받았던 짧은 투석이 위험한 것이었는지 뒤늦게서야 알았다. 과장은 진작 알고 있었을 테지?


엄마가 입원실에 있을 때 누나에게 과장한테 담배 두 보루 사다 주라고 했단다. 그래서 누나는 과장이 무슨 담배를 피우는지도 알고 있었다. 그것이 어쩌면 우리가 들은 유언인가 보다.


잠시라도 딴생각할 틈이 생기면 엄마가 병실에 있었을 때와 마지막 부은 모습이 떠오르고 뒤이어 드레싱 한다고 주사기에 식염수 밀어 넣던 과장의 모습이 따라온다. 아쉬움과 분노가 애증이 되어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이 교차하고 있다.


돌이킬 수 있는 것이 없기에 용서하지만, 돌이킬 수 없기에 이 병원과 과장에게 맡긴 나 자신은 용서되지 않는다.






6월 28일 (일)


편도염이 많이 가라앉았고 코 밑에 헐었던 피부도 거의 나았다. 오늘 누나네와 묘가 잘 되었는지 확인하러 산소에 다녀왔다. 엄마가 각종 소주를 수집하는 것이 취미였는데, 게 중에 한 병을 가지고 가서 뿌려주고 절을 올렸다. 앞으로 산소에 갈 때마다 한 병씩 가져가서 뿌리고 와야겠다.


집에 돌아와 병원에서 떼왔던 사망진단서와 입원확인서 등 서류를 살펴보았다. 직접 사인은 '다발성 장기부전' 다발성 장기부전의 원인은 패혈증성 쇼크와 범발성 혈관 내 응고이고 이것은 복막염과 패혈증, 급성신부전이 원인이 되었다고 되어 있다. 지금껏 우리가 겪어 온 것을 토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극심한 복통으로 입원, 게실염 천공 판정


2. 이틀 뒤 S상 결장 절제술, 처음 설명했던 대로 회장루 조성하지 않고 장 세척 후 대장-직장 문합술 시행, 사전 동의 없이 충수 절제


3. 한 달 동안 기다려 문합부 거의 아무는 상황 전개


4. PA인지 레지던트인지 가족들이 처음 보는 사람이 드레싱 할 때 주사기로 압력을 일순간 강하게 불어 놓은 후부터 문합부 누출 다시 심하게 발생.


5. 이후부터 계속 변이 새어 나와 진정 기미가 보이지 않자 회장루 조성술 하기로 함.


6. 회장루 조성술 하기 위해 개복하니 문합부 누출로 인해 염증이 많이 있었고 유착도 심해 유착 박리술까지 병행함.


7. 장루를 제대로 붙이지 못해 장루와 피부 사이로 변이 새어 나오고 담즙이 새어 나와 개복 부위와 복부 일대가 엉망이 됨


8. 3일 뒤 드레싱으로 고생하던 과장이 안쪽에서 새는 것 같다며 다시 수술한다고 함. 2차 수술 때 장 유착 박리하면서 소장에 천공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


9. 3차 수술 뒤 일주일가량 계속해서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남. 폐부종, 패혈증, 신부전 증상이 동시에 나타남. 


모든 것을 뒤집어 살펴보니 다시금 참담함을 느낀다. 내 비록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동안 지켜본 바를 정리하니 억울함은 풀리지를 않는다.


담당의는 폐부종의 원인으로 수액을 많이 맞아서 그럴 수 있다고 했다. 결국, 2차 수술을 빨리하지 않고 수액으로 한 달여를 보낸 것과 2, 3차 수술을 연이어 하면서 급격히 증가한 여러 링거가 원인이라는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시간을 너무 끌었다. 패혈증은 혈액이 감염된 것인데 3차 수술 후 증상을 보였으니 수술방에서의 감염이나 장루를 제대로 붙이지 못해 변이 새어 나왔던 점, 소장 내에 천공으로 담즙 및 오물이 흘러나왔을 것으로 예상되니 그에 따른 것이 아닐까 싶다. 


모든 수술에는 합병증이 따르기 마련이고 의사를 노력을 다했다고는 하지만 최선의 선택과 최상의 의술이 아니었음에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이것은 죽지 않아도 될 환자가 죽었다는 것이고 누구도 이의를 달지 못할 것이다.

Posted by 솔파파 대류

입원 86일 차 6월 18일 (목)


어젯밤부터 딸이 열이 나더니만 오늘 끝내 어린이집에 갈 수가 없었다. 39도까지 열이 올라 병원에서 약 받아와서 집에서 쉰다고 엄마에게 가지 못하고 대신 누나가 두 번 다 면회 갔다.


12:10

누나가 병원에 도착하니 엄마가 투석하고 방금 내려왔는데, 몸이 노랗게 보인다고 했다. 줄이 막혔는지 어수선해서 잠시 나왔다고 한다. 그러고는 다시 들어갔는데 눈을 뜨고 있어 부르니까 눈이 감기더란다. 혈압이 조금 낮다고 했다.


간호사가 머리카락이 계속 빠지고 엉켜서 머리에 부종이나 욕창 확인이 안 된다고 머리를 미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했다는데 누나가 강경히 반대한다. 엄마가 병실에 있을 때 집에 가면 염색하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18:58

저녁 면회에 가니 엄마가 눈을 뜨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고 한다. 초점 없이 깜빡이기만 하는데, 눈빛이 '내가 왜 이렇게 됐을까?' 망연자실해 보였고 눈을 감기 직전 한쪽 눈이 '내 새끼들 우야노'하는 것 같더란다. 


몸이 낮보다 더 노란 것 같고 눈도 노랗다고 했다. 몸 전체가 부을 대로 부어 있어 엄마가 커 보였다고 한다. 소변도 시간당 30cc로 뭐 나아진 것이 없다.


대장 문합부 누출을 시작으로 장 유착, 소장 천공, 폐부종(폐수증), 패혈증, 급성 신부전, 범발성 혈관 내 응고(DIC)가 차례로 왔고 그러면서 소변은 나오지 않아 몸이 부어오르고 간 수치가 점점 올라갔는데 이제는 황달을 보인다. 그다음은 뭘까? 역순으로 나아질 수 있을까? 






입원 87일 차 6월 19일 (금)


누나가 어제 황달이라 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약간 노래 보이기는 해도 심해 보이지는 않는다. 혈소판을 맞고 있으며 주입이 끝나니까 수혈을 한다. 혈압이나 모니터에 표시되는 숫자들은 안정세를 보인다.


씻지 못해서 팔과 손에 피부가 일어난 것을 물티슈로 닦고 로션을 발라 줬는데, 피부를 살짝 누르거나 하면 노란색이 도드라진다. 


어제 눈을 떴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내가 갔을 때는 눈을 뜨지 않았다. 손으로 눈을 벌려 내 말 들리면 눈동자 움직여 보라고 하니 움직인다. 무의식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엄마에게 걱정하지 말라며 푹 쉬고 힘내라 말해 주고 돌아섰다. 


19:37

누나가 엄마 붓기가 어제보단 조금 빠진 거 같다고 했다. 다행스러우면서도 큰 감흥은 없었다. 계속 반복되고 있는 현상이니 말이다. 






입원 88일 차 6월 20일 (토)


00:00

오랜 지인들과 싸ㅇㅇㅇ 모임을 했다. 엄마 어디서 수술했냐고 물어와 A 병원에서 했다고 하니 왜 거기서 했느냐고 뭐라 한다. 만나는 사람마다 하나같이 그런 얘기다. 다시 한 번 내 결정에 후회가 밀려왔다. 처음 과장 수술 잘 됐다고 했던 말을 그대로 지인들에게 전했는데 오랜만에 만나 얼마나 더 버틸지 모른다고 하니 다들 황당해 한다. 

모임 자리에 가서 사람들과 시시덕거리다가도 엄마가 떠오르면 죄책감이 밀려왔다. 내가 지금 여기서 소고기 배부르게 먹으며 노닥거리는 동안 엄마는 외로운 병실에서 고통과 싸우고 있음이니 말이다. 그것도 바로 병원 가까운 곳이라 병원이 보이면 더 죄책감이 커졌다. 먼저 간다고 하면 잡을까 봐 말도 하지 않고 나와서 카톡으로 먼저 간다고 했다. 집으로 걸어오며 머리 하얗게 새어가며 퉁퉁 부어 있는 엄마의 모습과 낮에 닦아주었던 손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12:10

엄마에게 도착하면 맨 먼저 모니터 확인하고 소변 통과 가래 통을 본다. 그리고 얼굴과 손발 피부 상태를 본다.


맥박은 60대로 느려졌고 소변 통엔 방광을 씻어내고 있어 여전히 핏물이 고여있다. 그리고 가래 통을 보다가 흠칫 놀랐다. 거기도 핏물이 받아져 있었다. 간호사가 윗니가 흔들리고 있었는데 삽관 호스 교체하다가 두 개가 빠져서 피가 나는 거라 했다. 큰 잘못이 없는 것처럼 얘기한다. 미안한 기색도 없다. 엄마 이가 원래 흔들리고 있었다고 얘기한다. 아랫니도 흔들리고 있단다. 원래 그랬다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 인공호흡기 때문에 입에 물려놓은 큰 플라스틱 때문이겠지…? 모든 것이 병원에 오래 있으면서 생기는 것이 아니겠는가….


엄마 몸이 너무 부어 있어 운동으로 다져진 내 몸보다 더 커졌다. 어깨가 나보다 더 넓었다. 도무지 이래서는 깨어날 것도 같지 않고 깨어나도 자신을 보며 얼마나 괴로워할지 모르겠다. 


과장을 못 본지 일주일이 넘었다. 나는 일부러 면담 신청을 하지 않는다. 늘 같은 소리만 하니까…. 그렇더라도 상태가 악화하면 보호자 면회 시간에 와서 뭐라고 말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닐까? 아마 자기도 꺼려질 것이다. 나아지는 게 없고 답도 안 보이니 말이다. 성실하고 꼼꼼하지만, 능력이나 염치는 없어 보인다.


18:30

누나와 함께 들어갔다. 중환자실에 들어서니 비프음이 계속 울린다. 엄마는 노랗게 물들었고 여전히 전신이 부어있다. 혈압이 100 밑으로 떨어져서 낮고 맥박도 낮에는 70대에서 50~60선에 걸터 있다. 50 이하로 내려가면 경보가 울리는데 중환자실에 머무르는 내내 울어댄다. 승압제 두 개를 꽂아 놓고 계속 보내고 있다. 방광에서는 며칠이 지나도록 출혈이 멈추지 않아 소변 줄과 통에 핏물이 가득 담겼다. 누나가 머리를 쓸어주니 머리카락이 움큼씩 빠진다.


과장과 면담을 요청했다. 오늘 투석은 한 시간밖에 못 하고 왔다고 했다. 또다시 숫자 가지고 설명을 늘어놓는 데 나아진 것이 하나 없다. 


과장에게 이것이 진짜 환자를 위한 것인가 투석을 중단하고 보내는 것이 맞지 않느냐니까 또 우리에게 힘내라고 자기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다. 그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노력하는 모습보다는 결과가 최선이어야 하는데 결과가 최악 중의 최악이다. 점점 만신창이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기가 너무 힘들다. 이 와중에 소장 천공부위는 여전히 아물지 못하고 새고 있단다. 우리는 진정 모르겠다. 이것이 최선인지….






입원 89일 차 6월 21일 (일)


12:00

맥박이 40대에서 뛰고 있다. 계속 주시하고 있어 보니 40~60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다. 불안정한 상태다. 혈압은 기록을 보니 아침에는 괜찮았던 것 같은데 내가 갔을 때는 90/40 정도로 계속 낮은 상태로 있다. 며칠이 지나도록 그 어느 것 하나 나아지지 않았다.


19:08

저녁에 누나가 엄마에게 갔다가 상태를 알려왔다. 맥박이나 혈압은 낮과 비슷하거나 조금 나쁘고 새벽엔 체온이 갑자기 떨어져 전기담요도 했단다. 저녁엔 이불 덮고 있고 승압제 더 올려 맞고 있고 피가 계속 나와 내일 투석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단다. 보통 의식이 아예 없고 소변이 나오지 않으면 지금 같은 상황에선 하루 이틀 만에 돌아가시는데 엄마 상황이 모호한 것 같다고 했단다. 






입원 90일 차 6월 22일 (월)

어젯밤부터 고열에 시달려 이불을 3개나 적셨다. 열이 나면 병원에 들어갈 수 없어서 누나가 갔다.

12:32
엄마는 어제처럼 맥박은 약한 상태고 체온이 36도 아래로 떨어져 이불을 두 겹 덮고 있다고 했다. 간호사한테 물어보니 약물에 의존하고 있는 게 맞고 약물을 조금만 줄여도 위험하다고 한다. 누나가 이번 주 지나면 더는 투석이나 약물 조정 안 했으면 한다니까 이번 주까지 버틸지도 모른다고 했단다.





입원 91일 차 6월 23일 (화)


편도염이 낫는가 싶더니 다시 열이 나서 딸 어린이집 보내놓고 다시금 이불 뒤집어쓰고 누웠다. 자면서 땀을 빼고 있었다.


10:25

누나에게서 어서 챙겨서 병원에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며칠 사이 숫자들이 상태가 좋지 않더니 끝내 위험한 상황이 왔나 싶어 급히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으로 가면서 열이 나는 데 안 들여보내 줄까 봐 걱정했다.


10:30

병원에 오니 인공호흡기 떼고 과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PA가 펌프로 공기를 넣고 있다. 간호사들은 다른 인공호흡기로 바꾸고 있었다. 주사도 이것저것 많이 놓고 석션하는데 입에서 피가 빨려 나온다. 


잠시 뒤 조금 진정되었다. 하지만 맥박은 여전히 낮다. 과장이 아까 심정지가 왔었다고 다시 올 수 있으니 오전 동안 좀 있다가 가라고 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추가로 다른 약물을 쓰거나 승압제를 더 올려 쓰지 않겠다고 했다. 진작에 그랬어야 하는 거 아니었을까? 결과적으로 환자와 보호자의 고통만 가중되었다. 기다리는 동안 아래층 이비인후과에 가서 진료 봤다. 편도염이라고 한다. 다시 중환자실 앞에 왔는데, 오늘은 넘기지 않겠나 싶어 누나에게 말하고 먼저 집에 왔다.


12:23

간호사가 약간 안정세라고 집에 가 있으라 해서 누나도 집에 갔단다.


19:01

면회 다녀온 누나에게서 카톡이 왔다. 엄마 숨소리가 좀 안 좋고 얼굴과 목이 많이 부은 것 같단다. 좀 더 기다려 보잔다. 이제 우리에겐 아무런 희망이 없다. 그저 오늘 밤일지 내일일지 긴장된 시간을 보낼 뿐이다. 내일은 막내 조카 생일이다. 큰 조카 생일 때도 위급상황이 왔었는데, 작은 조카 생일에 또 일이 생기는 건 아닐지 걱정이다.

Posted by 솔파파 대류

입원 80일 차 6월 12일 (금)


12:00

자형이 입원해 있어 혼자 병원에 갔다. 소변 줄에 피가 내려오고 있다. 간호사에게 물으니 방광 내 출혈이 있는 것 같단다. 그래프가 큰 굴곡 없이 비교적 안정적이다. 지난번에 손발만 부었던 것에 반해 이번에는 팔다리가 부어있다. 간호사에게 물으니 소변이 나오지 않아 그렇단다. 


저녁에는 누나가 혼자서 갔다. 중환자실 온 이후로 처음으로 염증 수치가 정상 범주에 들었단다. 희망적으로 본다고 얘기했단다. 의사가 좋아졌다는 말만 하면 그 이후에 상태가 악화하기를 반복했기 때문에 누나가 주말에 악화될 것 같다고 농담도 한다. 


낮에 봤을 때 보니 목 주변으로 피부색이 검붉게 변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좋아진다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입원 81일 차 6월 13일 (토)


12:00

면회시간이 되니 엄마가 투석 실에서 막 내려온다. 이런 상태에서 투석이 큰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하지 않으면 금세 위험해질 것이다. 엄마는 여전히 좋아진 것은 없어 보인다. 팔다리는 여전히 부어 있고 목 주변으로 피부가 더 까매진 것으로 보인다. 다들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아 더 걱정이다.


18:40

누나는 애들 챙기랴, 입원한 매형 챙기랴, 직장은 물론 교육도 받으러 다닌다고 정말 바쁘게 지낸다. 저녁에는 혼자 같다. 좀 늦게 가서 짧게 보고 왔다. 여전히 별다른 변화는 없고 맥박이 70 정도려 느려진 것이 보인다. 아랫입술이 약간 사과 썩은 것처럼 검게 변하고 쭈그러든 것 같다. 입술이 썩어들어가는 것 아닌가 걱정이다. 인터넷에서 손가락 괴사 된다는 글을 봤는데, 위치는 달라도 괴사하는 것으로 보여 마음이 불편하다. 과장 면담 때 물어봐야겠다.






입원 82일 차 6월 14일 (일)


12:00

엄마는 변화가 거의 없다. 하루하루 무슨 변화가 없으니 답답하다. 과장이 왔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또 숫자 가지고 설명하는데, 보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않다. 자기도 이젠 물어보지 않는 한 상세히 말하지 않는다. 오르락내리락하니 현재로써는 큰 의미가 없는 것이다.


목 주위와 얼굴색이 점점 까매진다고 하니 엄마를 살펴보고는 검사해보겠다고 한다. 소변은 여전히 의미 있는 정도로 나오지는 않고 있단다. 입술은 피가 나서 딱지 생긴 거라는 데 나는 아무리 봐도 썩은 것 같다. 일단 간호사와 의사 모두 피딱지라니 더 지켜보면 알 일이다.


과장에게 지금 치료들이 의미 있는 치료인지 모르겠다고 나을 수 있긴 한 거냐고 물으니 흠칫 놀라다가 그러니 자기가 치료하는 거라고 최선을 다할 테니 힘내라며 오히려 나를 위로한다. 나는 지쳤다기보다는 가야 할 환자 붙들고 연명만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물었는데 보호자가 지친 것으로 오해한 것 같았다. 최선을 다할 테니 힘내라는 과장의 말은 고맙지만, 의사라면 병의 치료 결과로 보여주어야 하는데 실망의 시간이 너무 많았다.


18:30

혈압이 100/50 정도로 낮다. 승압제 두 개로 줄였는데 이러다 다시 추가하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병원복 곳곳이 물방울 떨어뜨린 것처럼 젖은 부위가 있어 누나가 들춰서 확인했다. 피부가 짓물러 나온 진물 같은 거다. 수많은 링거를 맞고 배도 열려있다 보니 테이프를 이곳저곳에 붙이는데 그걸 뜯으면서 피부가 같이 뜯긴다고 간호사들이 설명한다. 호흡기 꽂는다고 테이프 붙인 입 주위도 그렇고 내부 장기들도 고장 난 마당에 피부까지 심하게 상하고 회복도 잘 안 되니 얼마나 아플까 싶다. 승압제를 끊고 그냥 편히 보내드려야 하는 게 아닐지 또다시 고민하게 된다. 간호사에게 소독해달라 얘기해놓고 돌아섰다. 






입원 83일 차 6월 15일 (월)


12:00

지금껏 못 보던 노란 수액을 맞고 있다. 혈소판이라 적혀 있다. 뭐가 또 안 좋아진 것인지… 엄마를 유심히 보고 있으면 깨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고 깨어나서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냥 편히 보내줘야 하는데 모든 것이 인공적으로 억지로 붙잡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혈소판에 유통기한이 적혀 있는데 날짜가 다 되었다. 굳이 안 맞아도 되는데 재고 처리한다고 맞는 건 아닌지도 의심스럽다. 나을 수 없는 환자를 병원에서 붙들고 있는 건 아닐까?


3일째 딸꾹질을 하고 다리에 가끔 경련처럼 움찔움찔 움직인다. 그 무엇하나 좋아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나빠지는 모습뿐이다. 의사도 뾰족한 수도 없어 보이는데 매번 기계처럼 수치만 타령하고 있다. 이번 주까지 있어 보다 누나와 상의 후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든지 해야겠다.






입원 84일 차 6월 16일 (화)


12:00

중환자실에 들어서니 엄마 자리에 커튼을 치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응급상황이 생겼을까 걱정했는데 투석하고 방금 내려와 정리하는 중이란다.


맥박이나 혈압이 좀 떨어졌지만 이젠 익숙하다. 금세 또 나아질 테니… 이제 숫자에는 연연하고 싶지 않다. 손이 많이 부었다. 오늘 오전에 한 시간 사이 소변이 100cc 정도 나왔고 그 이후엔 30~50cc 밖에 나오질 않는다. 배뇨기능이 고장 난 지 일주일 정도 된 것 같다. 이게 계속되면 어찌 될는지….


13:21

누나가 엄마 어떤지 물어 왔다. 요즘 메르스 때문에 보호자 한 명씩 면회가 되고 자형도 입원해 있어 낮에는 내가 가고 저녁에는 누나가 가서 엄마를 살핀다.


엄마 상태를 알려주고 나서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거냐고 엄마를 붙잡고 있으면 더 힘들게 하는 거 아니냐고 승압제 중단하는 게 어떻겠냐고 물으니 자기도 엄마의 볼 때마다 불쌍해서 바라보는 게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조금 더 지켜보자고 한다.


나도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변한다. 치료를 중단한다는 것은 엄마를 죽이는 것이니 자식이 해서는 안 되는 짓이 아닐까? 평생 후회로 남지는 않을까 두렵다. 누나는 엄마 생을 엄마가 결정할 수 있도록 기다리자고 한다. 살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고….


19:01

면회 갔던 누나가 과장이랑 면담했나 보다. '범발성 혈관 내 응고'같다고 했단다. 제기랄! 낫기는커녕 합병증만 하나 추가되었다. 혈소판 수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고 염증 수치도 올라 나빠졌단다. 염증 수치는 왜 올라가는지 모르겠고 폐렴일지 몰라 내일 엑스레이 찍어 본다고 했단다. 간 수치도 오르고 있다고 했다. 


누나가 과장에게 물으니 승압제나 다른 링거 제거하는 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 될 것 같다고 했단다. 설령 불법적인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엄마 얼굴 보고나니 그래서는 안 될 것 같다며 전체적으로 나빠지고 있으니 엄마 편하게 보내드릴 준비나 하자고 했다.






입원 85일 차 6월 17일 (수)


메르스 때문에 병원에 들어설 때 체온을 재야 하고 중환자실 들어갈 때 또 재고 이름이랑 연락처도 적어야 한다. 면회도 한 명만 되니 불편해졌다.

12:00
엄마는 평온해 보인다. 맥박은 75, 호흡수 20에서 큰 변동 없이 안정적으로 움직인다. 혈압은 여전히 승압제 두 개를 주입하고 있으며 용량이 줄지 않고 있다. 그래서 적정선을 유지 중이다.

어제 폐렴이 의심된다고 엑스레이 찍었는데 어찌 되었냐니까 간호사가 보고 별다른 변화 없다고 했다. 간은 어떠냐니까 간 보호하는 걸맞고 있단다.

손발은 여전히 부어 있는데 서서히 까맣게 변해가던 목 주위 피부색은 좀 밝아진 건 같다. 안색도 어제보다는 나은 것 같다. 그렇더라도 이제는 큰 희망이 생기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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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 77일 차 6월 9일 (화) - 승압제 사용 시작


늦잠 자는 바람에 병원에 가지 못했다. 3월 25일 이후로 연수 갔던 날 제외하면 하루도 빠짐없이 엄마에게 갔었는데, 오늘 처음으로 가지 못 했다. 누나에게 연락이 왔다. 엄마가 투석 3시간 하고 나왔는데 맥박이 150까지 올랐단다. 과장이 좀 있다가 올 것이고 계속 그렇게 빨리 뛰면 약으로 조절한다고 했단다. 이젠 투석도 받기 어려울 만큼 기력이 없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다.


18:40

누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평소라면 전화 올 시간이 아닌데 전화가 와서 불길했다. 엄마가 고비라서 볼 사람 있으면 오늘까지 와서 보라고 했단다. 운행 마쳐놓고 병원으로 향했다. 


19:00

병원에 오니 누나가 입구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나는 침착하게 손을 씻고 엄마에게 향했다. 못 보던 기계가 추가되어 있다. 맥박이 140~150으로 매우 빠르고 혈압이 100/60 정도로 낮다. 원래 혈압이 더 떨어져서 잘 안 올랐는데 승압제를 기계 두 개로 넣어주고 있어 그나마 오른 거란다. 승압제를 쓰면 맥박이 빨리 뛰는데 그렇다고 맥박 때문에 승압제를 쓰지 않으면 저혈압으로 쇼크가 올 수 있는 딜레마에 빠진 것 같다.


기나긴 시간 동안 이제 대장과 소장이 거의 아물어 희망이 생기나 싶었는데 이 병원! 어찌 이리도 준 것을 잘도 뺏어 가는지 모르겠다.


엄마는 의식을 완전히 잃었다. 아무리 부르고 두드려도 반응이 없다. 간호사 말로는 소변이 나오지 않은 지도 오래되었단다. 투석기가 무리하게 돌아가서 그런가? 어제까지만 해도 과장이 희망 있게 얘기했었는데 하루 사이 이렇게 되니 허망하다.


누나가 계속해서 울먹이며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을 했다. 나도 참으로 많은 말이 떠오르고 하고 싶었는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냥 "내일 낮에 올게…."라고 늘 하던 말만 하고 병원을 나왔다.


엄마가 처음 입원하던 날이 생각난다. 첫 수술 끝나고 며칠간은 괜찮았는데 문합부 누출이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하루하루 시들어 갔다. 과장이 별것 아닌 것처럼 나을 수 있을 것처럼 자신감을 보였던 것이 원망스럽다. 엄마가 새벽에 내게 전화해 응급실로 향할 때 입원할지 모른다고 칫솔이랑 수건 챙길 때 아프다면서 그런 거 챙기고 있느냐며 짜증 부렸는데 이렇게 위태로운 상황까지 오게 되다니…. 인간은 누구나 흙으로 돌아가기 마련이지만 한평생 마음고생만 하다가 가시는 것이 너무 가슴 아프고 말 한마디 남기지 못하고 가신다는 것이 너무 억울하다. 빌어먹을 인공호흡기가 꼭 필요했던 걸까….


누나가 엄마에게 아프지는 않으냐고 말할 때 제발 그렇기를 바랄 뿐이었다. 엄마 가시는 길에 고통이라도 없었으면 좋겠다. 내일이 밝았을 때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엄마가 기적적으로 눈도 떠 주기를 간절히 기도 한다.






입원 78일 차 6월 10일 (수) - 자가 호흡 중단


12:00

마음이 조급하다. 엄마의 상태가 걱정된다. 혈압이 조금 오르고 맥박이 조금 떨어져서 위험한 고비는 넘겼다. 과장이 와서 면담하는데 뾰족한 수도 없어 보이고 수치를 또 설명하는데 이제 더는 그 말이 들리지도 듣고 싶지도 않다. 그가 아무리 뭐라 말한들 우리가 보기에는 그저 서서히 죽어가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과장이 할 얘기 다 하고도 우린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한다. 나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희망적인 얘기를 기다리는 것 같다. 기다려도 숫자 가지고 설명하는 기계적인 말뿐이다. 어느 때보다 무거운 마음으로 병원을 나왔다.


누나가 엄마 귀에 대고 조카 생일이라고 얘기했다. 평소라면 잊지 않았을 텐데 정신없다 보니 까맣게 잊고 있었다.


18:29

불길하게 누나가 또 전화를 했다. 아니나 다를까 엄마가 다시 위독하다고 한다. 어제는 승압제 두 개를 썼고 오늘 낮에는 줄여서 하나를 쓰고 있었는데 지금은 세 개를 투입하는데도 혈압이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과장도 계속 자리를 지키며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승압제를 쓰면 환자도 고통스럽고 장시간 쓰면 손발이 괴사한다는 등 무서운 부작용이 많았다. 가망이 없다고 보이면 이것은 환자에게 고통이지 않을까 싶다. 누나에게 승압제 그만 쓰고 편히 보내드리자고 했다. 


23:00

일 마치고 병원에 도착했다. 과장이 엄마를 바라보고 있다. 맥박 95, 혈압 95/43, 호흡수 20! 혈압은 계속 오르지 않고 소변 통은 텅 비어있다. 엄마가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아, 끝내 사랑한다고 말해버렸다. 그리고 그동안 흐르지 않았던 눈물도 터져버렸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한결이 생일이라고 말해줬다. 손녀 생일은 넘겨야 할 테니 말이다.


주변의 기계들이 너도나도 비상등을 켜며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상태가 수시로 급변하는 상황이다. 그에 비해 호흡은 일정한 듯해서 과장에게 물으니 자가 호흡이 없고 기계로 숨을 쉬고 있다고 했다. 실컷 울고 나니 누나가 왔다. 과장이 집이 가까우니 가 있으란다.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 꽂을 때부터 줄곧 손을 묶어 놨었는데, 누나가 풀어주고 나왔다. 엄마가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고통스러워 하는 듯해서 손을 꼭 잡으니 또 눈물이 났다. 손가락 끝이 부풀어 있고 손톱은 말렸으며 피부는 딱딱해져 엉망이다. 손을 잡으며 손가락을 바라보려는데 눈물 때문에 흐려서 보이질 않았다.


마지막까지 끝내 한마디 하지 못하고 간다는 것이 가슴에 사무친다. 나는 나중에 이 의사에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해줘서 고맙다고 해야 할지 하나부터 열까지 온갖 부작용 겪으며 힘들게 가게 한 것을 원망해야 할지 모르겠다. 40분쯤 있었을까 엄마는 더 움직이지 않고 숫자들도 큰 변화가 없다. 내일 다시 면회시간에 만날 수 있기만을 바라며 병원을 나왔다.






입원 79일 차 6월 11일 (목)


12:00

병원에 도착하니 엄마가 막 투석을 받고 내려왔다. 간호사 말로는 3시간 받았다는데 뒤이어 들어온 과장 말로는 2시간이라 한다. 서로 말이 달라서야….


엄마의 상태는 수치상은 어제보다 안정적이다. 승압제를 또 3개를 꽂았는데 하나당 일반적으로 쓰는 양의 네 배라고 했다. 그렇다면 합쳐서 열두 배라는 말인데… 잔인했다. 하지만 그리하지 않으면 저혈압 쇼크사할 것이니 선택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의식도 없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그저 바라만 보다 나왔다.


병원을 나오면서 장례식장에 들러 상담을 받았다. 예전에 아빠 장례 치를 때 기억이 떠올랐고 아마도 같은 호실을 쓰게 될 것 같다. 불필요한 허례허식은 삼가고 간소하게 치르기로 했다.

Posted by 솔파파 대류

입원 69일 차 6월 1일 (월)


엄마는 이제 눈을 잘 뜬다. 우리가 면회하는 시간 30분 중 절반은 눈을 뜨는 것 같다. 과장은 진료 중이라 보지 못했는데 저녁에 누나가 만나서 면담했고 수치들이 좋아지고 있다고 했단다.






입원 70일 차 6월 2일 (화)


중환자실에서 엄마가 투석 중이니 면회 안 된다고 전화가 왔다. 하루 안본 사이 내일은 좀 달라져 있기를 희망한다.






입원 71일 차 6월 3일 (수)


12:00

요 며칠 계속 열이 난다. 얼음 주머니를 몸 구석구석에 대놓는다. 엄마는 계속 자는 것처럼 있다가 두드려 깨우면 잠시 눈을 뜬다. 가래가 끼어 간호사가 석션하면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괴로워한다. 석션 받아내는 통을 보니 붉은색을 띠는 게 피가 섞여 나온 것 같다. 지난번에 간호사가 우악스럽게 밀어 넣더니 그 때문이 아닌가 싶다.


과장이 왔다. 모든 수치가 호전되고 있단다. 소장 문합부에서 누출이 계속되고 있단다. 조금 붙은 것 같은데 봉합하고 터지고를 반복하면서 천천히 붙을 거라는 식으로 말한다. 그를 위해 영양제 양을 늘렸다고 했다. 대장에서는 계속 변은 나오지 않고 점액만 나온다고 했다. 소장도 아물지 않았고 엄마 상태도 이러니 검사를 해볼 수는 없고 점액이 안 나와야 아문 거라고 했다.


엄마의 상태는 좀 나아졌다고 하지만 중간중간 엄마 집을 정리하고 있다. 이제 옷과 가구만 제외하면 거의 다 정리되었다. 엄마가 퇴원하더라도 이제 그 집에서 혼자 살기는 어려워 보인다. 병원비가 급격히 증가했다. 3월 25일 입원해서 5월 2일까지가 270만 원이었는데, 그 이후부터 어제까지 한 달 병원비가 400만 원을 훌쩍 넘겼다. 중환자실 오기 전 간병비가 300만 원 정도 들어갔었던 것을 고려하면 벌써 천만 원이 되는 셈이다. 중환자실에 온 것이 보름 정도인 것을 생각하면 앞으로도 매달 400만 원 정도는 들어가지 싶다. 병원비도 얼마나 나올지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입원 72일 차 6월 4일 (목) - 이젠 불러도 두드려도 반응이 없다.


12:00

병실에 들어서니 엄마를 향해 작은 선풍기가 회전하고 있다. 열이 계속 나고 있다. 얼음을 대고 있어 보지만 잠시 내리다가도 이내 오르는 모양이다. 뭔가 이상이 있으니 열이 나는 거겠지? 메르스 확산으로 중환자실에 마스크를 쓰고 입장해야 하고 온 나라가 들썩인다. 병원에서 사람 지나치는 것까지 께름칙하다. 오늘은 엄마를 두드려 봐도 불러도 별 반응이 없다. 열 때문인지 의식이 흐려지나 보다. 소변을 매일 체크 해보는데, 붉은 기운이 많이 띠는 것이 피가 섞여 나오는 것 같다. 소변 주머니 아래에 피 찌꺼기 같은 것도 보인다. 소장 내용물 석션하는 통에도 피 같은 것들이 고여있다. 


하루하루 좋아지는 모습을 봐도 될까 말까 한 상황에서 참 힘든 시간이다. 서서히 말라죽어 가는 것만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당장 목숨이 다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지금껏 과장을 수없이 만났지만 해결된 병은 정말 하나도 없고 속 시원한 답변도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 열심히 해줘서 고마운 것은 있지만 이게 어디 그런 것으로 대신할 수 있는 일인가…. 결과적으로 우린 무능한 의사를 만난 것이다.






입원 73일 차 6월 5일 (금) - 맥박 저하


이모랑 온천장 외삼촌, 외숙모가 오셨다. 열이 떨어지지 않아 얼음 주머니를 계속 끼우고 있다. 맥박이 100 정도였는데 60대로 주저앉았다. 상태가 나빠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과장이 와서 어른들이랑 누나가 면담하는데 몰려들어 나는 엄마 본다고 얘기를 듣지 못했다. 자정에 일시적 쇼크로 호흡곤란에 빠졌었다는 얘기를 들은 후 누나가 이건 아닌 것 같다며 또 병원을 옮기자고 했다. 오랜만에 병원비 청구서가 나왔다. 애초에 원무과에서 얘기하거나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적게 나왔다. 


저녁에 누나에게서 연락이 왔다. 누나는 종일 그 문제로 아는 사람 총동원해서 알아봤나 보다. 그리고 결론은 또 그냥 있게 되었다. 






입원 74일 차 6월 6일 (토)


12:00

이모와 엄마 집 정리 좀 하고 병원으로 갔다. 어제까지만 해도 퉁퉁 부었던 발의 붓기가 신기하게 다 빠져 있었다. 손발이 풍선처럼 부풀었다 빠지기를 몇 차례 반복해서 그런지 손발이 쭈글쭈글하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다행히도 욕창이 생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상황에 욕창마저 생긴다면 얼마나 엄마가 고생할지 모르니 말이다.


맥박이 50~60으로 현저히 떨어져 있다. 분당 호흡수도 지금까지 20을 넘은 적이 많이 없었는데, 이제는 25~30 근처에서 움직인다. 열을 잡기 위해 온몸에 알코올을 묻힌 천을 덮어놓았다. 


18:00

메르스 때문에 이제는 체온까지 측정해야 중환자실에 들어갈 수 있다. 과장과 면담하는데, 염증 수치는 조금 나아졌다고 말하고 모니터로 결과를 보여 주는데 오히려 올라가 있었다. 보니까 그것도 며칠 만에 나온 값이던데 실수나 착각이겠지만, 제대로 신경 쓰는 게 맞나 싶은 의혹도 스쳤다. 염증 수치는 10.00 이하가 정상인데 17.00을 나타내고 있었다. 이 병원 온 후로 정상 범주에 있었던 적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콩팥은 검사해보고 화요일에 다시 투석하던지 결정한단다. 소변이나 가래 빼는 곳으로 피 찌꺼기 같은 게 나오는 것은 투석할 때 혈액 응고를 방지하는 약을 쓰는데 그것 때문이라고 했다.


소장 문합부를 어제 다시 꿰맸는데 내일까지만 새어 나오지 않으면 완전히 아문 것이라고 했다. 이틀이 지나면 실이 느슨해지는데 그것만 잘 넘어가면 된다고 했다. 열이 나고 염증 수치가 오른 것도 이것만 잘 아물면 좋아질 거란다. 내일 하루를 잘 넘기는 것이 고비다. 엄마는 고통스러운지 어제오늘 계속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인다. 호흡기를 끼우고 있어 좋지 않은데 의식이 희미한 속에서도 얼마나 괴로우면 그럴까 싶다. 






입원 75일 차 6월 7일 (일)


정오와 저녁에 누나와 면회를 갔지만, 엄마는 아무 변화가 없다. 낮에 수혈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소변 주머니가 피로 물들었다. 이대로 얼마나 더 있어야 할지 기약이 없다는 것이 더 힘들다. 나아서 일어나 걸을 수 있는지 살아나기는 할지 알 수가 없다. 






입원 76일 차 6월 8일 (월)

12:00
엄마 상태가 변화 없음이 이젠 익숙하다. 과장과 면담을 했다. 소장 봉합 부위는 새지 않는다 하고 대장 봉합 부위도 며칠째 나오는 게 없다고 했다. 이제 소장과 대장이 아물었다고 보는 것이다. 감염 요인이 없으므로 염증 수치 등 각종 수치가 나아지리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그런 것들만 좋아지면 열어놓고 있는 복부도 닫는다고 했다. 열이 계속 나는 원인을 찾지 못해 우려스럽다고 했다. 며칠째 계속 열이 나면서 맥박이나 호흡수가 들쭉날쭉해지고 있다. 아무리 빨라도 한 달 이상은 중환자실에 있어야 한다는 말도 했다. 참 답답하다. 콩팥 수치도 좋지는 못해 내일 투석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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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 62일 차 5월 25일 (월) - 인공호흡기 착용


12:00

병원에 도착하니 우려했던 대로 엄마가 인공호흡기에 의지하고 있다. 이젠 부르면서 어깨를 두드려도 반응이 없다. 의식이 거의 없다. 손발이 많이 부어있다. 내가 오자마자 놀랄 것을 예상하고 간호사가 잠시 기다리라며 과장을 불렀다. 호흡이 나빠져 11시에 인공호흡기를 달았단다. 누나가 곧 도착하고 과장이 왔다. 늘 그렇듯 링거로 조절한다고 말한다. 염증 수치가 어제 정상범주인 9점대로 들어갔었는데 무려 17이 넘게 나왔다. 콩팥 수치도 나쁘다. 염증 수치는 변 때문이라는데 내가 먹는 것도 없는데 계속 그렇게 변이 나오느냐니까 속 시원히 말을 못한다. 이전에 있었던 거 같다고 하는데 이게 계속 나오니 참 믿기지도 않는다. 의사도 별다른 방법이 없어 보인다.


3차 수술 후 급격히 나빠졌으니 엄마도 우리도 아무런 준비가 안 된 채로 중환자실에서 의식을 잃어가고 있으니 그게 너무 억울하다. 이렇게 한마디도 남기지 못하고 떠나는 건 아닐지 너무 걱정이다. 예쁜 손자 손녀 손 한 번 잡아보지 못하고 간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낮에 볼일 보고 16시쯤 누나와 엄마 집에 들러 물건을 정리하고 통장 등 귀중품을 챙겨왔다. 냉장고도 정리하고 쓰레기도 많이 내다 버렸다. 엄마가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말하지 않아도 미리 대비하는 건가 보다.


18:30

누나와 같이 집 정리하고 엄마에게 갔다. 낮보다 더 손발이 부어 있어 바늘로 찌르면 터져서 물이 나올 것만 같다. 간호사가 과장이 드레싱 한 지 얼마 안 됐는데 깨끗하게 나왔단다. 엄마가 링거도 주렁주렁 달고 있는데 손발도 붓고 호흡기까지 물고 있으니 몰골이 좋지 않다. 그러니 누나가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 나는 눈물이 날듯하면서 언제부터인가 눈물이 마른 지 오래다. 


병원에서 나와 근처에 있는 기계에 엄마 통장을 찍어 보았다. 이상한 점이 많아 누나와 집에 와서 자세히 살펴보았다. 엄마 통장을 보면서 3천만 원이라는 큰 금액이 짧은 시간에 빠져나간 것을 발견하고 이래저래 알아보면서 채무관계가 복잡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중에 이 문제로 골머리 꽤 썩을 것 같다. 엄마가 깨어나면 다 정리될 텐데 이 또한 아쉽다.






입원 63일 차 5월 26일 (화)


12:00

엄마의 호흡이 좀 편해진 것을 이젠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 호흡기 때문에 괴로운지 머리를 흔들고 얼굴도 찌푸린다. 힘들어하지만 움직임이 있으니 반가웠다. 그리고 중간에 1초의 찰나지만 눈도 잠시 떴었다. 손발의 붓기도 조금 사그라들었다.


과장이 왔다. 염증 수치가 여전히 높지만 조금 떨어지고 대변이 이젠 다 나왔는지 나오는 게 거의 없단다. 복부 수술 부위는 한 바늘 꿰맸는데 장 내용물이 나오고 있어 잘 아물지는 않을 거란다.


다른 건 어느 정도 괜찮은데 문제는 역시 콩팥이다. 크레아티닌 수치가 3.4를 넘었고 다른 콩팥 수치들도 매우 나쁘다. 신장내과 레지던트가 인공 투석을 권장했다는데, 신장내과 과장이랑 상의해서 어떻게 할지 결정하겠단다.


엄마 채무관계의 중심에 있는 '묵이 엄마'와 '눈보'라는 사람이 중환자실에 왔다. 음흉한 인간들인 것 같다. 슬픈척하며 엄마 상태를 살핀다. 이 문제로 우리는 나름대로 움직이고 있는데 엄마가 깨어나기 전에는 실타래를 풀기 어려울 것 같다.


엄마에게 어떤 아줌마가 돈 갚으라고 한다고 돈 빌린 거 있느냐고 물으니 머리를 흔드는데 말을 듣고 흔드는 건지 호흡기에 따른 반응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골치 아픈 문제다.


19:00

누나가 면회 가서 과장과 만났다. 신장내과에서는 24시간 서서히 투석하는 CRRT를 권장했는데, 이 병원에는 장비가 없고 4시간 동안 혈액 투석하는 기계만 있다고 했단다. 과장은 꼭 CRRT만을 해야 하는 건 아니고 의료진이 잘 지켜보면서 하면 4시간짜리 투석을 해도 될 것 같으니 이 병원에서 하라는 식으로 얘기했단다. 투석 외에도 자신이 수술한 부위의 드레싱이 매우 중요므로 제일 잘 아는 자기가 보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지난번과 같이 다른 병원으로 가는 것에 크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중환자를 이동시켜야 하는 부담과 케어를 처음부터 정성껏 해준 과장이 아닌 아마도 레지던트이거나 PA 정도의 다른 사람이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을 지고 안정적인 투석을 할 것이냐와 투석의 위험을 안고 나머지를 얻느냐의 갈림길에 서게 되었다. 과장은 자기가 잘 봐주겠다고 이 병원에서 하라는 입장이다. 


의사 친구에게 전화했다. 양산 부산대병원에는 중환자실에 자리가 없어 응급실에서 대기해야 하고 투석기도 다 사용 중이라 남는 것이 없단다. 그리고 이동의 위험성이 크고 과장이 드레싱 해주는 점을 들어서 그게 더 나을 것 같다고 했다. 누나와 내 생각도 같다. 아예 서울로 갈까도 했지만, 이동 자체가 너무 위험하고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의사가 자신감을 보이니 끝까지 믿어보기로 했다.






입원 64일 차 5월 27일 (수) - 혈액 투석 시작


10:48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의사가 면담하자고 했단다.


11:40

중환자실 앞에서 낯선 의사와 만났다. 내과 레지던트다. 신장투석 과정을 설명하고 부작용에 관해서도 얘기했다. 이 의사의 말을 요약하면


1. 큰 병원에서 하는 것이 가장 좋다.

2. 엄마는 다발성 장기 부전이다.

3. 의식이 좋지 않다.

4. 쇼크 등 부작용이 일어나 사망 가능성이 크다.


이 정도의 내용이다. 거의 한 시간이나 설명을 들었다. 아무튼, 이 병원에서 하기로 결정되었다. 


엄마 상태가 좋은 게 아니라 부작용이 상당히 많고 위험해서 마음이 계속 불안한 상태다. 혹시나 정신없는 상황에 당황하지 않기 위해 돌아와서 영정사진도 만들고 상조도 살펴봤다. 며칠간 의학 정보들 자료를 찾아보고 의료분쟁과 채무와 관련한 법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엄마가 완치되지 못한다면 유언이라도 하고 손자 손녀 얼굴이라도 보고 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19:05

병원에 갔던 누나에게서 연락이 왔다. 투석은 무리 올까 봐 2시간만 하고 엄마가 잘 견뎠다고 했다. 혈압도 이상이 없었다니 다행이다.






입원 65일 차 5월 28일 (목)


12:00

중환자실에 가니 투석 실에 갔다고 4층에 가 보란다. 큰고모와 이모할머니가 와 계신다. 엄마는 쇄골부위에 굵은 관을 끼우고 투석 중이다. 간호사들은 잘 버티고 계시다고 했단다. 면회시간이 길지 않아 잠시 보고 나왔다. 어제부터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괴로운 건가…? 아플까 봐 걱정이다.


큰고모와 이모할머니는 가시고 과장을 만나러 다시 중환자실에 왔다. 염증 수치가 계속 정상 범주보다 높은 11~14 정도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다. 크레아티닌 수치는 4.4로 아직 투석의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다. 다른 신장 수치는 약간 나아졌지만, 의미 있는 변화는 아니다.


문제는 이제 간 수치도 정상 범주를 크게 벗어나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내과에서는 간에 이상이 생기겠다고 했다는데 과장은 전체를 종합해보면 크게 개의치 않아도 된다고 했다. 어제 만났던 내과 레지던트는 아주 비관적인 얘기만 하는 것에 비해 이 과장은 긍정적으로 얘기해서 사람을 좀 안심시킨다. 그런데 그것 때문에 실망이 크기도 하다. 과장의 말 속에서 내과는 자신의 아래라는 뉘앙스와 자기 실력에 대한 자부심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한다.


수술 부위는 소장을 꿰매놓은 부위가 잘 아물지 않아 약간 벌려져 있는 상태고 변은 더 나오지 않고 장 점액만 나오는 거로 봐서 변은 다 나온 것 같다고 어제에 이어 다시 얘기했다. 


오늘은 투석을 세 시간 했고 이틀 뒤 토요일에 또 하기로 했다. 화, 목, 토 주 3회로 지속할 건가 보다.


18:50

누나에게서 연락이 왔다. 엄마가 눈을 뜨고 10초간 자기를 응시했다고 했다. 호흡도 평온해 보인단다. 일하면서도 한결 마음이 편하다.






입원 66일 차 5월 29일 (금)

12:00
중환자실에 들어서니 큰아빠, 큰엄마, 서울 숙모가 누나와 같이 엄마를 보고 있다. 엄마는 인공호흡기 빼고 자가호흡 연습을 하는 중이란다. 제법 숨소리가 거칠다. 가래가 끼면 스스로 뱉을 수가 없으니 간호사에게 얘기하니 괜찮다고 한다. 가족들이 눈치를 주니 급히 와서 흡입기로 빼내는데 무작스럽게 관을 쑤셔 넣는다. 저러다 기도에 상처 내지 싶을 정도로 우악스럽다. 썰렁하던 중환자실에 제법 환자가 들어왔다. 간호사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엄마의 상태를 알기 위해 검사 수치 물어볼까 하다 다들 바빠 보여 그냥 있었다. 과장에게 매번 면담하자 하기도 미안해서 오늘은 조용히 있었다.

엄마 자세가 이상해서 보니 왼쪽에 이불을 받쳐 기울여 놓았다. 욕창을 방지하려고 그런 것 같다. 간호사가 엉덩이 쪽이 좀 빨갛다고 했다. 욕창의 전조증상이겠지? 걱정스럽다. 의식이 많이 돌아왔는지 움직임이 많다. 손도 계속 움직이려고 하는데 만약을 대비해 묶어 놓았다.

나는 일 때문에 저녁에는 못 가고 상대적으로 퇴근이 빠른 누나가 거의 매일 저녁 가서 면담도 하고 엄마도 살피며 얘기를 해준다. 낮에 갔을 때도 열이 난다고 했는데 계속 열이 나서 13시경에 호흡기를 꽂았다고. 한다. 많이 편해 보인다고 했다. 

오늘은 의사를 만나지 못해 파악이 잘 안 되는데 급격히 나빠지던 것들이 서서 좋아지거나 큰 변동 없이 유지되면서 소강기에 있는 것 같다. 지루한 싸움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일 또 투석할 테고 일요일 회복되어 6월의 시작은 상태가 매우 좋아졌다는 소식으로부터 시작했으면 좋겠다.





입원 67일 차 5월 30일 (토)

12:15
매일 가면서도 12시 30분이 면회 시간인 줄 착각해서 1층에서 기다리다가 순간 아치 싶어서 급히 올라갔다. 가는 길에 과장을 만났는데 혈압이 높고 열이 난다는데 누나에게 설명 듣겠다 했다.

큰엄마, 막내 고모, 서울 숙모가 와 계셨다. 누나에게 수치는 어떻더냐고 물으니 큰 변화 없이 오히려 콩팥 수치는 약간 올랐다고 한다. 피 검사에서 혈액 속에 곰팡이 균이 발견됐는데 그것 때문에 열이 나는 것인지 확실히 몰라 일단 그것과 관련된 약을 써보고 아니면 다시 원인을 찾는다고 했단다. 열이 38도가 넘는가 보다. 병원에 온 이후로 열이 참 오르락내리락한다. 손발이 많이 차다. 장 내용물도 많이 뽑아내고 있다.

18:00
병원에 도착하니 과장이 드레싱 중이다. 수술부위 벌려 놓은 곳이 전보다 더 커진 것 같다. 소장이 드러나도록 해놨다. 소장을 꿰맨 부위가 아물지 않아 아무는 상황 본다고 그런 거란다. 소장 내용물이 몸속으로 들어가 복막염이 되지 않도록 석션하는 호스도 꽂아 놓은 것이다. 음식이라도 좀 먹어야 잘 아물 텐데 먹는 것도 없으니 잘 안 아문단다. 그 부위가 딱 봐도 감염의 위험이 커 보이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다. 대장 문합부 누출 부위는 좀 나아졌다고는 하는데 좀 더 있어 봐야 확실히 알 수 있단다. 호스 하나라도 빨리 제거되었으면 좋겠다.

드레싱 끝나고 마무리할 때 엄마가 갑자기 눈을 떴다. 너무 오랜만에 눈 뜨고 있는 모습을 봐서 놀라서 누나랑 달려들어 "엄마! 엄마!" 연신 불렀다. 눈동자가 우리를 응시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우측으로 돌아가 있어 의식적으로 우리를 본 것은 아니지 싶다. 엄마와 눈을 마주쳤을 때 너희가 고생이 많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 같아 눈물이 핑 돌았다. 

낮에 혈액에서 곰팡이 균이 나왔다 해서 찾아보니 이거 역시 패혈증 증상인 것 같았다. 이대로 더 지나면 혈압이 떨어지고 황달도 생기다 쇼크사할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중환자실에서 맥박이 계속 100 정도에 있었는데 오늘은 70대에 있고 몸통도 노랗게 되고 있는 것 같았다. 손발이 차갑기도 한 것이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병원에서 집에 오는 길에 엄마 집에 들러 냉동실에 있던 걸 다 가져와서 버리고 다시 가서 식품류를 다 가져와 버렸다. 나중에 한꺼번에 정리하기 힘든 것들을 미리 정리 해놔야 일이 줄어들테니 말이다.





입원 68일 차 5월 31일 (일)

12:00
엄마가 눈을 뜨고 있다. 잠시 감아도 우리가 부르면 눈을 뜬다. 가래가 끼어 중간중간 끓는 소리가 나지만 호흡이 매우 조용하고 안정적인 것 같다. 손이 좀 부어 있지만 누나 말로는 콩팥 수치도 좀 떨어졌다고 했단다. 희망이 보이는 것 같다. 무엇보다 엄마가 의식을 회복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오전에 과장이 드레싱하고 갔단다. 쉬는 날이지만 나와서 계속 관리해주는 것이 고맙다.

18:30
누나가 엄마를 젖은 수건으로 닦아주고 로션도 발라줬다. 손발톱이 무좀 때문에 엉망이라 손톱을 깎지는 못하고 갈아서 정리해줬다. 우리를 바라보는데 눈빛이 슬퍼 오래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막상 눈을 뜨니 뭐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저 엄마를 바라만 볼 뿐이다.

오늘 상태만 봐서는 내일 당장에라도 호흡기 빼고 투석도 중단해도 될 것 같은데 어찌 되려나 모르겠다. 내일 병원에 갔을 때 더 나은 모습이기를 바랄 뿐이다.


Posted by 솔파파 대류


S상결장에 게실염증 및 천공 / 대장 문합부 누출 / 소장 천공


입원 58일 차 5월 21일 (목)


병원에 도착하니 엄마가 중환자실에 가기 위해 침대를 옮기고 있었다. 온몸이 벌벌 떨고 호흡이 상당히 강하게 몰아치고 있다. 엄마 눈빛에서 두려움을 봤다. 다시 못 보면 어쩌나 하는 눈빛이다. 엄마는 중환자실에 들어가고 보호자는 밖에 대기다.


일주일은 족히 중환자실에 있지 싶다. 병실을 정리하란다. 짐이 제법 많다.


11:39

차를 가지고 왔고 짐을 가지고 3층 중환자실 앞에 대기하고 있다. 과장이 들어가서 상태를 살피고 있다. 과장과 대학병원으로 옮기는 것에 대해 논의해봐야겠다.


11:45

과장이 나왔다. 장루나 내용물은 비교적 괜찮은 편이라 했다. 엑스레이 찍었으니 결과 나오면 폐렴인지 패혈증인지 알려주겠다고 했다. 폐렴이면 폐렴약 먹으면 되고 패혈증이면 항생제 치료 한다고 했다. 대학병원으로 옮기는 것에 관해 얘기하자 회의적이다. 레지던트들이나 만날 것이라고…. 


애초부터 대학병원 갔어야 하는 거였는데, 엄마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천추의 한으로 남을 것 같다.


12:00

짐을 차에 실어놓고 중환자실에 오니 마침 면회시간이다. 곧이어 과장이 들어왔다. 엑스레이를 보니 폐렴 같지는 않고 패혈증인 것 같단다. 폐에 수분이 가득하단다. 폐부종이란다. 항생제 투약하면서 드레싱을 수시로 하는 것이 치료법이란다. 


엄마가 너무 힘들어한다. 들숨은 짧고 날숨이 상대적으로 길다. 뇌에 산소 공급이나 되겠나 싶다. 계속 "으~" 하면서 앓는 소리를 내는 데, 지난 밤새 그래서 병실 다른 환자들도 제대로 못 잤나 보다. 숨도 가쁘고 몸도 많이 떨려서 보고 있기가 안쓰럽다. 


면회하러 가기가 점점 힘들어질 것 같다. 불안하다. 당분간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 촉각을 세우며 지낼 것 같다. 엄마가 위태로운 상황에 오니 어린 시절부터 쭉 떠오르며 엄마가 나를 위해 희생했던 것들이 떠올랐다. 가족을 위해 좋은 옷 한 벌 없었던 엄마. 자식들 모두 잘 커서 부족함 없이 살게 되었고 예쁘고 똑똑한 손자 손녀들까지 있는데 조금만 더 누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


19:00

19시 조금 넘어 누나에게서 카톡이 왔다. 숨을 계속 잘 못 쉬면 장기들도 힘들어지고 그러다 장기가 작동을 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게 심장이 되면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한단다. 인공호흡기를 할 때 의식이 뚜렷하면 의식을 떨어뜨려야 한단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인공호흡기 달면 환자도 보호자도 힘들어져 가족 중 인공호흡기를 단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다시 선택하라면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하는 글을 많았다. 인공호흡기를 달고 나면 숨을 거둘 때까지는 함부로 벗기지 못하니 신중히 생각하라는 글이다. 맞는 말이기도 하다. 환자가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모르고 기약 없이 2년, 3년 호흡기에 연명하다 죽는 사람도 부지기수니 말이다.


누나에게 이 얘기를 해주니 선택의 여지가 없이 해야 한단다. 인공호흡기를 하지 않으면 장기가 멈추기를 기다리는 꼴이니 말이다. 그래 상황이 좋지 않으니 내가 경솔한 생각을 했다. 고민할 필요 없이 해야 하지 않겠는가. 누나가 다녀가고 곧바로 아내도 병원에 갔었다고 한다. 눈은 조금 뜨고 있는데, 반응이 없었단다.


23:30

일 마치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미리 일을 좀 하다 늦게 귀가했다. 종합소득세 신고도 오늘 밤에 다 해놓을 것이다. 언제 정신없이 뛰어다닐지 모르니 말이다. 집에 오는 길에 나는 이제 샤워하고 편안한 집에 가는데 엄마는 얼마나 무섭고 힘들지 떠올랐다. 이 아파트에 모두가 편안한 침대에서 밤을 보내고 있을 때 벌벌 떨리는 몸과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숨을 몰아치며 사투를 벌이고 있을 엄마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 내일 12시 면회 시간에 기적처럼 앉아서 식사하는 엄마의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






입원 59일 차 5월 22일 (금)


12:00

면회시간 누나와 함께 갔다. 호흡이 많이 좋아졌다. 엄마를 부르는 소리에 힘겹게 눈을 뜨고 이내 감는다. 말을 걸어보면 고개를 움직이며 의사 표현을 하지만 귀찮은 듯 여러 번 물어야 반응을 보인다. 말은 아예 하지 못한다. 입이 너무 마르니까 간호사가 마스크를 씌워놓은 모양이다. 확실히 입이 덜 마른다.


과장과 면담을 했다. 엑스레이를 보여 주며 어제보다 폐부종이 나아졌고 염증 수치도 절반 정도 떨어진 것 같다. 패혈증이나 폐부종은 나아지고 있는데 신장 수치가 높아 급성신부전의 위험이 있단다. 온갖 위험한 합병증은 죄다 걸리니 답답하다. 나이도 있는데 장기간 입원해 있으며 면역력이 떨어졌는데 연달아 두 번이나 큰 수술을 했으니 몸이 버티지를 못하는 것 같다. 애초부터 예정된 대로 장루를 만들었다면 체력도 버티고 이미 완치되었을 시점일 텐데. 과장의 과실이 있음이다.


대학병원으로 옮기는 것에 관해 물었을 때 자기가 지금껏 치료해서 제일 잘 아니 자기가 보는 게 좋겠다고 했는데 한편으론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론 자신의 과실이나 처치가 드러나는 게 두려운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토, 일요일까지 직접 나와서 하루에도 두세 차례 직접 드레싱 하는 것이 고맙기는 하면서도 이 또한 자신의 과실을 만회하기 위함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엄마의 상태가 나빠질수록 신뢰는 떨어지고 어찌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겠다.


19:00

누나랑 아내가 다녀왔는데 낮과 상태는 비슷하단다.






입원 60일 차 5월 23일 (토)


12:00

장인, 장모, 이모, 외삼촌이 오셨다. 이모가 엄마를 부르며 눈을 떠보라지만 눈을 뜨지 못하고 손을 잡으며 힘을 줘보라지만 손에 힘을 주지 못한다. 내가 눈꺼풀을 들어 올려 눈을 떠보라는데 눈에 초점이 없어 보이고 희미해 보인다. 숨 쉬는 것은 어제와 같이 부드럽지 않고 크게 쉰다. 간호사들은 열이 난다고 하는데 발이 차갑다. 중간중간 불편한지 다리를 움직이는 거로 봐선 의식은 있는듯한데 기력이 없어 반응을 안 보이는 것 같다.


간호사에게 신장 수치를 물으니 어제보다 또 올라갔다고 한다. 신장 기능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엑스레이 찍었느냐고 물으니 찍었고 기록에는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고 적혀있단다. 여러 합병증 중 일부는 호전되고 일부는 악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과장을 만나지 못해 잘 모르겠고 폐부종은 호전되고 패혈증은 잘 모르겠고 급성신부전의 위험은 증가하고 있는 듯하다.


30분간 면회를 마치고 나오니 이모가 의사 말은 다 거짓이고 안 되겠다고 한다. 누나랑 통화할 때 좀 나아졌다고 들었는데 이게 나아진 거냐고 했다. 자식인 우리가 모든 걸 결정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래 이모는 언니고 외삼촌은 동생이다. 부모 자식의 정만큼 형제의 정도 있음인데 우린 그런 것을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이다. 


18:30

누나와 엄마에게 갔다. 상태가 그대로다. 여전히 숨은 쉬는데 의식이 없거나 기력이 없어 보인다. 간호사에게 물으니 부르면 눈뜨고 고개를 흔드는 의사 표현도 했단다. 그나마 다행이다. 입을 계속 벌린 상태로 숨을 쉬니 입속과 입술이 마른다. 그래서 저녁에 있는 간호사는 마스크를 씌워준다. 낮에 왔을 때는 얘기를 해야 씌워주는데 저녁에 간호사는 더 친절하고 잘하는 것 같다.


면회시간 끝나고 과장이 좀 보자고 해서 상태를 설명해줬다. 패혈증은 잡혀가는 것 같고 수술 부위는 자기가 잘 관리하고 있고 다만 콩팥 수치가 많이 올라가고 있다고 했다. 이 수치보다 더 중요한 것이 소변량인데 수치는 안 좋아도 소변량은 괜찮다고 했다. 희망이 없을 것으로 여겼는데 살짝 희망이 생기기도 한다. 엄마가 우리가 부를 때 반응을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눈을 감고 계속 숨을 몰아치고 있는데 잠이 든 것인지 멍한 상태인지 움직일 수 없고 눈만 감고 있는 지옥 같은 버티기인지 알 수가 없다. 제발 그런 것이 아니기만을 바란다.






입원 61일 차 5월 24일 (일)


12:00

별다른 차도가 없다. 수치들의 변동도 없고 입으로 숨을 쉬어 입안이 마르고 혀가 말려있다.


18:30

누나가 볼일 보러 가서 혼자 면회했다. 입안이 너무 말라 있어 혀에 상처같이 염증 같은 것이 생기는 것 같다. 비닐장갑 끼고 혀를 펴보기도 하고 억지로 물을 조금 떨어뜨려도 봤다. 사레들리듯 콜록거린다.


과장이 왔다. 엑스레이상 별 차이가 없고 염증 수치만 조금 떨어져 정상 범주에 들어왔다. 그래도 9.7 정도로 높은 편이다. 콩팥 크레아티닌 수치가 어제 2.4에서 2.6으로 많이 지속해서 오르고 있다. 1.1 이하가 정상 범주이다. 낮에 수혈을 받았고 혈소판인가? 수치가 낮아 추가로 또 맞을 거란다.


낮에 두 번 드레싱 했고 지금 또 하고 밤에는 남자 간호사가 또 할 거라 했다. 오랜만에 드레싱 하는 걸 지켜봤다. 각종 호스와 오물을 받아내는 비닐 팩 등 엉망진창이다. 석션하는 호스가 복부 수술부위를 벌려놓은 곳으로 연결되어 있다. 도대체 저긴 언제 봉합하는 것인지…. 몸 한가운데 구멍을 통해 호스를 꽂아 오물을 빨아내고 있으니 징그럽고 그 부위가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드레싱 마치고 과장에게 입이 마르는 것을 얘기하니 입으로 숨을 쉬어 그렇단다. 그것으로 인해 다른 감염의 위험은 없느냐니까 가그린으로 자주 닦아주라고 하겠단다.


어제와 비교하면 수치는 큰 변화가 없고 시간이 계속 흐르면 체력이 떨어지니 수치가 그대로라면 오히려 마이너스 상황이 아니냐니까 하루하루 확 달라지긴 어렵고 시간을 갖고 기다리자는 식으로 얘기한다. 내일이면 입원한 지 두 달이다. 두 달 동안 제대로 먹은 적도 없고 고통만 받았는데 상태는 더 나빠지고 있으니 막막하다.

Posted by 솔파파 대류

입원 52일 차 5월 15일 (금)


9시 좀 안 돼서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병실 올라가야 하니 오전 중에 오란다.


10:00

병원에 도착했다. 누나도 도착해 있다. 누나가 먼저 엄마 보고 왔는데 괜찮아 보이더란다.


엄마가 중환자실에서 나오길 기다리다 과장과 면담하러 갔다. 소장 안쪽에 구멍 나서 새는 곳 찾는다고 오래 걸렸단다. 그러면서 호스를 2개나 더 꽂았다고 했다. 


10:20

병실로 왔다. 숨을 크게 몰아친다.


10:38

숨이 가쁘다고 호소해서 간호사가 왔고 과장에게 보고하라 했고 간호사가 급히 전화하러 나갔다.


10:40

간호사가 손가락에 기구 끼우더니 산소 수치 쟀고 99%란다. 그리고는 오지 않는다.


10:48

엄마가 계속 숨이 가쁘다 해서 다시 간호사를 불렀다. 다른 간호사와 교육생이 왔다. 혈압이 160이란다. 과장에게 보고했냐니까 수술 중이라서 상태 더 지켜보고 말한단다. 맥박 128이란다. 그리고는 간호사가 다시 손가락 끼우는 기계 바꿔 가지고 오더니 수치는 정상이란다. 그러면서 엄마에게 정상이니 마음 편히 갖고 숨 크게 쉬라고 했다.






입원 53일 차 5월 16일 (토)


12시 조금 넘어 병원에 도착했다. 한눈에 봐도 상태가 이상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제대로 먹지 못해서 피부가 쭈글쭈글했는데 손발이 퉁퉁 부어서 팽팽하다. 얼굴과 다리도 좀 부은 것 같다. 간호사가 피 수치가 낮았다며 수혈을 하고 있다. 입에 점성이 매우 높은 누런색 가래인지 이물질이 자꾸 낀다. 치아 앞쪽과 혀에도 있고 저게 기도를 막지나 않을지 걱정이고 저것이 굳으면 안 될 것 같고 그렇다. 숨 쉬는 것도 너무 힘들어 보인다. 말도 영 어눌하다. 수술한 지 이틀이 지났는데 상태가 영 이상하다. 물을 좀 먹으면 좋겠는데 물도 안 먹으려고 한다.


의사가 마침 병실 돌며 환자들 보고 있길래 나도 신청해서 우리 병실에 왔다. 링거를 많이 맞아 부어 있는 거고 이뇨제 쓰면 붓기는 가라앉는다 했다. 근데 수혈 중이라 못쓰니 천천히 해도 된다는 식으로 말했다. 오늘 4팩, 내일 2팩을 수혈한단다. 입안에 생기는 것들은 침이 굳어지는 거라는데, 자꾸 닦아주란다. 결국은 별 이상이 아니란 투다.


엄마 입술이 많이 상했다. 껍질이 일어나고 치아도 많이 상한 거 같다. 변색도 좀 된 거 같고 물이라도 먹으면 좋겠는데 물을 안 먹으려 한다. 입안이 너무 마른 것 같아 걱정이다. 


17:43

누나에게 카톡이 왔다. 열이 나서 수혈도 중단했단다.


18:20

내가 병원에 오니 다시 수혈을 받고 있다. 간호사가 혈압과 체온을 재면서 열은 조금 떨어졌다고 한다. 여전히 숨을 크게 몰아쉰다. 숨 쉬는 게 편치 않아 보인다. 계속 정신을 똑바로 못 차리고 자는 거 비슷하게 종일 몽롱해 있다. 그리고 입을 제대로 벌리지 않고 말을 해서 어눌해서 말도 못 알아듣겠다. 수술한 지 이틀이 지났는데 마취가 덜 풀린 건가… 계속 "아이고 죽겠다."는 말만 간간이 한다.






입원 54일 차 5월 17일 (일)


19:00경

낮에 누나가 다녀갔는데 피를 많이 맞아서 그런지 컨디션은 좋아 보이는데 헛소리를 한다고 했는데, 실제로 보니 손발에 붓기는 많이 빠졌다. 그런데 틀니를 안 하고 있어서 그런지 치아가 많이 삐뚤어졌고 치석같이 것이 끼어서 입이 엉망이다. 팔에 피부는 안 씻어서 그런지 비늘같이 일어났고 머리는 정수리에서부터 하얗게 변하고 있다. 헛소리와 바른 소리를 섞어서 하는 것이 정신이 맑지 못한 것 같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섬망인 것 같다.


19:40경 

간호사가 주사 맞아야 한다며 가지고 온 것이 무려 6~7개나 된다. 한 번에 다 놓고 갔는데 위 보호하는 것 등 많이도 놓았다.






입원 55일 차 5월 18일 (월)


오전에 누나에게서 카톡이 왔다. 틀니도 끼웠고 양치도 했고 말하는 것도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운동해야 하니 휠체어라도 태워서 좀 돌아다니라고 했다. 안심이 좀 됐다.


13:05

엄마가 겨드랑이와 사타구니에 얼음 주머니를 대고 있다. 어제 37.5도 미열이 있었는데 오늘은 열이 더 나나 보다. 숨을 다시 크게 쉬고 흰죽 같은 링거를 꽂아 놨다. 식사를 못 한지 두 달이 다 되어가니 살도 참 많이 빠졌고 팔다리에 힘이 없으니 손으로 뭘 집으려고 하면 풍 환자처럼 벌벌 떤다. 지금 자면서도 얼굴이 간지러웠는지 긁으려는데 손이 떨리다. 지난주 월요일 2차 수술 이후로 한순간도 침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주일 동안 침대에서 누워서만 시간을 다 보내고 있다.






입원 56일 차 5월 19일 (화)


12:00

정신이 거의 정상으로 돌아온 것 같다. 지난 이틀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난단다. 내가 온 것도 모르고 안 왔는지 알았단다.


간병인은 내일 아침에 간다고 한다. 다른 간병인 오기로 했다. 이 간병인도 많이 지쳤을 거다.


식염수 넣어서 드레싱 하던 좌측 복부에 비닐이 달려있는데, 어제까지만 해도 내용물이 조금 있었는데 지금 보니 변이 가득 찼다. 이게 좋은 건지 어떤지 모르겠다. 의사를 만나서 지금 상태를 물어보고 싶은데 수술 중이란다. 


엄마 친구분이 오셨는데, 큰 병원으로 옮기라고 한다. 엄마가 이제 다 됐는데 뭘 옮기느냐고 말한다. 그 말을 들으며 과연 그런 건가? 의문이 들었다.






입원 57일 차 5월 20일 (수)


병원에 오니 누나가 있다. 오늘 아침 간병인이 바뀌었는데 엄마가 장루를 차고 있으니 85,000원 달라고 했단다. 그래서 누나가 사무실에 전화했더니 사무실에서 기존 간병인들에게 얼마씩 받았느냐고 확인 후 다른 사람들이 8만 원씩 받고 갔다고 하니 이 간병인에게 전화 걸어 8만 원만 받으라 했고 자기네들끼리 다툰 모양이다. 끝내 오늘 저녁까지만 하고 간다고 한다.


과장이 오전 드레싱 할 때 누나가 있었는데 좌측에 대변이 새어 나온 것은 장이 활발하게 운동을 시작했다는 증거고, 안에 차있는 것들만 비워지면 아물기를 기다리면 된다고 했단다. 우측에 피랑 오물 나오던 관이 두 개 제거되었다. 오늘부터 죽도 먹어도 된단다. 휠체어 타고 바깥에도 나갔다 왔다.


앞으로 어느 정도 회복하면 퇴원해서 생활하다 장루 제거하면 된다고 했단다. 회복속도는 느리지만, 최대 길게 잡아도 한 달 이내에 퇴원할 거라 했다. 그리고 나으면 다시 장루 제거술 받으면 된단다. 누나가 잘 낫고 있는 단계냐니까 그런 것 같다고 했단다. 자기가 세 번이나 수술하고 드레싱도 거의 다하면서 살피면서도 어쩜 그리 자신감이나 확신이 없는지….


20:18

누나에게 카톡이 왔다. 새 간병인이 3개월밖에 안 됐는데 잘하는 것 같다고…. 저녁에 녹두죽 세 숟갈 먹었단다. 엑스레이도 찍었는데 괜찮다고 했단다.


S자결장 게실염으로 인한 천공


Posted by 솔파파 대류